집값, 땅값 오르는데 교통 호재 만한 것이 있을까. 새로 놓는 지하철 역이나 고속도로가 지나는 나들목(IC)까지 가깝다면 금상첨화.
11일 개통한 제2영동고속도로(광주~원주)도 광역 교통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주요 IC 인근 지역엔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재다.
제2영동고속도로로 서울과의 이동 시간이 크게 줄어든 강원도 원주는 이번 고속도로 개통의 가장 큰 수혜지 중 하나. 지난 9일 찾아간 원주는 이미 고속도로 개통 호재가 반영돼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었다.
◆ 원주기업도시, 호재 한몸에
- ▲ 9일 오후 찾은 원주기업도시 부지에서 아파트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원주=최문혁 기자
원주 안에서도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으로 가장 분위기가 좋은 곳은 원주기업도시다. 원주기업도시는 원주시 지정면 가곡리와 신평리에 들어서며 원주시 중심인 원주시청을 기준으로 북서쪽에 있다.
9일 찾아간 원주기업도시는 아직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공사 중인 현장엔 흙먼지를 날리며 분주히 움직이는 건설 중장비들로 북적였다. 아직 도시가 완전히 조성된 것은 아니지만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에 거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는 컸다.
주민 이재욱(73) 씨는 “고속도로가 새로 뚫리면 서울에 사는 아들댁이 다녀가기에 편해져서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동네 사람들도 땅값이 오를 거라고 좋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앙동에서 식당과 카페를 하는 유모(40)씨도 “아무래도 서울로 오가는 이동시간이 줄어드니 지역 상권도 더 발달할 것 같다”며 “원주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지면 시내도 지금보다 훨씬 활기를 띠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지 529만㎡ 면적의 원주기업도시에는 기업 단지뿐 아니라 1만2000가구 규모의 대규모 주거 단지도 고속도로 개통의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 ▲ 원주기업도시에서 시공 중인 아파트 단지들. 롯데캐슬(위)과 호반베르디움 공사 현장. /원주=최문혁 기자
◆ 원주 내 지역별 온도차 커
- ▲ 원주시 구도심인 중앙동 전통시장 초입(위 사진)과 유흥주점이 밀집한 단계동. /원주=최문혁 기자
고속도로 개통이 원주에 미치는 기대에서는 지역별로 다소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서원주IC와 가까운 원주기업도시가 고속도로 개통으로 들뜬 것과는 사뭇 대조적으로 구도심에 속한 중앙동과 단계동, 공공기관들이 이전한 혁신도시 쪽은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서원주나들목이 시내와 꽤 떨어져 있어서다. 실제로 원주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기업도시를 제외하면 이번 고속도로 개통 호재가 집값 상승에는 제한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단계동 G공인 관계자는 “원주는 5년 전 제2영동고속도로 착공과 평창올림픽 개최 확정 등 호재들이 겹쳐 부동산 가격이 전체적으로 빠르게 올랐었다”며 “착공했을 때 이미 가격에 반영된 터라, 개통됐다고 따로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계동 K공인 관계자는 “단계동 코오롱하늘채 아파트 전용 59㎡가 5년 전(제2영동고속도로 착공 전)쯤 7000만~75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두 배 오른 1억4000만원 정도고, 이곳 땅값도 같은 시기 3.3㎡당 200만원 정도에서 400만~500만원까지 올랐고, 비싼 곳은 600만원에도 못 산다”며 “이미 착공 소식 때부터 반영된 호재였지, 개통에 맞춰 오른 것은 아니다”고 했다.
원주시 공인 중개업소들은 최근 몇 년간 원주시 아파트값이 저렴해 투기수요가 몰렸고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교통 호재들은 이미 가격에 반영됐고, 앞으로 교통 호재 영향을 받을 곳은 기업도시뿐이라고 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2010년 말 원주시 아파트값은 3.3㎡ 383만원이었다. 2011년 제2영동고속도로 착공과 평창올림픽 개최 확정 등 각종 호재 발표 후 아파트 가격은 1년 전보다 15% 오른 3.3㎡당 441만원이 됐고, 그 후로는 5년간 13% 상승한 3.3㎡ 509만원까지 올라섰다. 2011년의 1년간 집값 상승률이 이후 5년치 상승률보다 높다.
원주에서 버스 기사로 일하는 강호성(41) 씨는 “땅값에 가장 영향을 미칠 서원주IC가 도심에서 벗어나 있다”며 “나들목과 가까운 기업도시가 가장 큰 혜택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작년 입주한 원주혁신도시 힐데스하임 5단지 전경. /원주=최문혁 기자
반곡동 E공인 관계자도 “원주에 호재가 많아 전체적으로 오르긴 했지만, 제2영동고속도로 개통 호재는 기업도시 일대를 제외하면 혁신도시나 다른 구도심 쪽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 원주혁신도시에서 공사 중인 한 복합상가 건물. /원주=최문혁 기자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일하는 박모(52)씨는 “이곳(혁신도시)에서 서울까지 갈 때 제2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기는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영동고속도로나 다른 도로 교통량이 분산되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최문혁기자, 입력 : 2016.11.11 11:48 | 수정 : 2016.11.11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