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일 九月一朝看庭園-9월 1일 아침에 정원을 보니 忽然四前移徙想-문득 4년 전 이사 온 생각이 난다 鵲鳴依舊鳳仙花-봉숭아꽃 까치울음 여전한데 越過窓戶梅花長-창문 넘어 매화 키가 훌쩍 커 있구나! 농월(弄月) 4년 전 9월 1일 사진 일기를 본다 ! 2021년 9월 1일 서재(書齋)에서 습관대로 창문을 사이에 둔 정원을 내다본다. 아침 7시 T샤츠만 입고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현관문을 나서면서 “오늘이 9월 1일”인데 썰렁하지 않을 까 하는 염려를 하였다. 일기예보에 며칠간 비가 온다고 하였지만 구름은 끼어도 기온은 T샤츠로 견딜 만 하다. 비는 금방이라도 올 것 같다. 습관대로 눈길은 정원 숲으로 향하고 벚꽃나무 크고 작은 나무 풀들을 본다. 옆집 아주머니가 해마다(4년동안) 여름 내내 정성스럽게 가꾼 봉숭아도 꽃잎이 “늙은 내 살결”처럼 시들어 윤기(潤氣)를 잃었다. 허리도 굽고 잎들도 아래로 쳐졌다. 순간 목구멍과 콧구멍을 지나는 한숨 섞인 가는 호흡이 마스크 밖으로 새어 나온다. 어느새 9월이 시작이구나 ! 은단 크기보다 작은 은구슬 이슬이 매달린 작은 거미가 덧을 쳐놓은 거미줄에 이름 모를 벌레 한 마리가 걸려있다. 자세히 보니 저 구석에서 작은 거미는 늦잠을 자는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 아침거리는 거미 덧에 차려져 있으니 걱정 없다는 생각일까 거미가 늦잠을 깰까 숨죽이고 발길을 옮긴다. 9월 1일 ! 문득 중국 사람으로 사랑의 시를 많이쓴 이하(李賀)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涼苑虛庭空澹白-서늘하고 쓸쓸한 정원 위로 하늘빛은 깨끗한데 露花飛飛風草草-이슬꽃 날리고 바람은 쓸쓸하네! 지난 201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동안 매일 쓴 “창문 넘어 정원일기” 중에서 2017년 9월 1일을 펼쳐 본다. 필자가 이 동네로 이사온 지 어제 같은데 햇수로는 5년 만 4년이 되었다. 필자의 서재(書齋)로 쓰는 작은 방(피우재(避雨齋) 창문 넘으로 내려다보는 정원이 아름다워 한마디에 이 집을 정했다. 다음해 2017년 1월 1일부터 12월 31까지 1년간 매일 사진을 찍어 철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정리하여 보았다. 아래의 내용이다. ※피우재(避雨齋)-비바람을 겨우 피할 수 있는 곳 농월 *************************** 2017년 9월 1일사진 일기
부질없는 인생 泰山不要歡臺末(태산부요환대말)-우람한 태산에 털끝만 한 속임인들 있으리 願子無心漢老彭(원자무심한로팽)-노팽(老影)의 팔백 세 긴 수명도 안자는 부러워 않네 松樹千年終是朽(송수천년종시후)-천 년 노송도 썩어서 마지막엔 흙 되는데 槿花一日自罵榮(근화일일자매영)-단 하루의 무궁화는 온 영화를 누리네 何須戀世常憂死(하수련세상우사)-무상(無常)한 이 세상에 죽음 걱정 아예 마세 亦莫據身劃顧世(역막거신획고세)-염세(厭世)도 자학(自處)도 모두 다 부질없네 生去死來都題幻(생거사래도제환)-나고 죽고 죽어서 다시 나고 어허 한바탕 꿈인 데 幻人哀樂斷何情(환인애악단하정)-꿈 속에 사는 인생 애락(哀樂)을 어디다 매어 두리 백거이(白居易) 한고개 두고개 길게 느껴지던 아홉 고개 금세 지나고(9월 1일 정원일기) 4년전 9월 1일에 아래와 같이 썼다.
하루 24시간을 1초 1분으로 보내며 한 달 30일을 한 시간 하루씩 보낸다. 2017년 1월을 출발하면서 9월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눈 깜짝하는 사이에 9월이 왔다. “순간(瞬間)”이란 단어의 의미는 “극히 짧은 시간(時間), 잠깐 동안”을 뜻한다. 여기에 “순(瞬)”자는 目(눈목) + 舜(무궁화꽃순)두 글자로 구성되어 “瞬 눈깜짝할 순”자로 만들어 졌다. 순(瞬)은 눈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며 눈을 돌리는 것이 번개 같다는 글자다. 舜(무궁화순)란 꽃은 하루 동안만 피고 지기 때문에 짧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다른 꽃봉오리가 연이어 피어 이어주기 때문에 오래피어 있는 꽃으로 생각된다. 때문에 공간(空間)이나 시간(時間) 따위의 끝이 없다는 뜻으로 무궁화(無窮花)라고 한다. 꽤 오불질 것으로 생각되던 지난 여덟 달이 일순간(一瞬間)에 지나갔다. “오불지다”는 경상도 사투리로 “알차다”의 의미다. 오불진 것이 아니고 舜(무궁화)처럼 순간순간들이 무궁화(無窮花)처럼 이어져 9월까지 온 것이다. 인생의 80년 90년이 긴 세월이 아니고 舜(무궁화)같은 짧은 순간들이다. 나고 죽고 죽어서 다시 나는 한바탕 꿈의 인생인데 그 애착(愛着)에서 탁 손을 놓지 못하는 인생이 불쌍할 뿐이다. 농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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