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적 전투력 배치는 적의 불안 야기
두팀 간 다양한 모드 전장에서 정면 대결
전장 상황을 실시간 영상 통해 현장 지휘
지난달 25일 6·25전쟁 64주년에 이어, 28일은 사라예보의 총성 1발이 1000만 명 이상의 인명손실을 가져온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이었다. 세르비아 청년 암살자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와 비(妃)를 죽인 것이 도화선이 된 것이다. 병력과 화력 위주의 절대전쟁은 고도의 첨단무기가 상충하는 기하학적 요소가 지배적 요인이 되고 있다.
기하학적 요소와 포위
클라우제비츠는 제15장 기하학적 요소(The Geometrical Factor)에서 각도와 선 등은 전투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여기에서 오늘날 공격 기동 형태의 하나로 발전한 포위의 효과로 ‘한 부대가 측면과 후방에서 적에게 포위되면 그 부대의 모든 퇴로가 차단돼 버린다. 그런 상황에서 전투를 계속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투력의 기하학적 배치는 적의 불안을 야기(惹起)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라고 했다.
그는 이미 1799년 한 논문에서 포위에 관해 언급했다. 성공적 포위의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조건에는 세 가지가 있다. 그것은 적 병참선의 길이, 그 병참선이 자기 기지로부터 전방으로 뻗을 때 직선보다 사선 각도를 유지하는가의 여부,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태도 등이다. 적대적 지역을 통과하는 긴 병참선은 그 군대를 포위당하기 쉬운 상대로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은 비록 포위가 공격의 뜻을 내포하더라도 결국 전략적 수세 쪽으로 기울어지게 만든다.
한편, 클라우제비츠는 포위가 군사력을 나눠서 공격해야 하므로 집중의 원칙을 선호했다. 집중된 상태로 남아 있는 군사력은 그들 자신을 분산돼 있거나 나뉘어 있는 적군 사이로 밀어넣을 수 있으며, 분리된 적군의 일부에 대해 수적 우세를 누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전쟁의 기하학적 요소는 e스포츠의 한 부분을 이룬다.
e스포츠
e스포츠는 컴퓨터와 인터넷 문명이 만들어 낸 스포츠다. 축구와 야구 등 전통적 스포츠를 근력과 투지의 하드웨어적 스포츠라고 한다면, e스포츠는 젊은 세대 간 신속함과 즐거움의 소프트웨어적 스포츠다. e스포츠는 전자운동 경기(Electronic Sports)의 준말로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온라인상으로 이뤄지는 게임을 통틀어 말한다. 지난해 제4회 인천실내무도 아시아경기대회를 통해 널리 소개되기도 했다.
e스포츠 종목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와 스타크래프트 Ⅱ 자유의 날개와 군단의 심장이 있다. 그리고 니드 포 스피드, 스페셜포스, 철권 태그 토너먼트 2가 있다. 또 카운트 스트라이크, 서든 어택 등 10여 종에 이른다.
특히 최근 가장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롤(LoL: League of Legends)이다. 지난해 10월 롤드컵 결승전의 경우 전 세계 3200만 명의 시청자가 경기를 지켜봤다. 이 경기는 끝없이 이어지는 실시간 전투와 협동을 통한 팀플레이, 실시간 전략게임(RTS)과 롤 플레잉게임(RPG)을 하나의 게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장르의 온라인 경기다. 두 팀은 각기 독특한 특성과 플레이 스타일로 다양한 모드의 전장에서 정면 대결을 펼친다. 짧은 기간에 세계적 규모로 성장한 한국의 e스포츠는 새로운 문화·스포츠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e스포츠처럼 전장 상황을 실시간 영상을 통해 현장 작전 지휘가 가능했던 작전으로, 아덴만 여명의 작전과 코드명 제로니모가 있다.
여명의 작전과 제로니모
2011년 1월 아덴만 여명의 작전 성공은 북한군의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사기가 떨어져 있던 우리에게 자부심과 용기를 줬다. 당시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됐던 삼호주얼리호 선원 21명 구출작전 과정에서 최영함 현장 지휘관의 작전 지휘 상황은 수천 ㎞ 떨어진 한국에서 동시에 모니터가 가능했다. 작전 과정 중 해적이 발사한 총탄에 복부 관통상을 입은 석해균 선장의 희생과 지략(智略)은 널리 귀감이 되고 있다.
이어 5월 미군 네이비실 팀의 작전명 제로니모(Code Name Geronimo) 또한 9·11 테러의 울분을 한꺼번에 씻어줬다. 빈 라덴을 제거하던 최후의 순간, 백악관 상황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작전을 지휘하던 특수전사령부 부사령관 마셜 웹 준장에게 상석을 내주고 간이의자에 앉아 작전을 지켜보던 모습은 권위보다 현실적 작전 효율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힘이었다. 작전 성공의 또 다른 숨은 영웅은 영화 ‘제로 다크 써티’을 통해 알려진 마야다. 여성 CIA 요원으로 열정적이면서 강렬하고 똑똑한 인물. 우리 곁에도 이런 역할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
전쟁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오랜 평화로 전쟁에 대한 무감각이다. 평화로울 때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