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의 화자는 의식 속에서나 잠재의식 속에서나 비관주의자다. 현실이 싫어 꿈으로 갔는데, 꿈마저도 행복하지 않다. 현실도피적인 이 우울한 시는 그러나 아름답다. 이 시가 그려 보여 주는 이미지도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은 무엇보다도 음악적 아름다움이다. 이 시는 입소리로 읽게 만든다. 스스·슥슥·스스·슥슥, 잦은 치음(齒音)이 소슬히 내딛는 걸음걸이를 보라. 적절히 울타리 쳐진 행갈이를 따라 낮게 깔리는 가락이 무상감 짙은 쾌감을 준다. 시를 읽으며 독자는, 저마다 수렁같이 깊은 꿈의 무거운 물살에 휩쓸려 헤어나지 못하고 출렁출렁 떠다니게 된다. <황인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