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2월입니다.
그때 처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따르릉"
"여보세요?"
" 전데요 , 저 거기 가 봐도 돼요?"
"예?"
"가지 말아요?"
"아 아닙니다. 오세요"
나는 처녀가 우리 피아노학원에 온다는 소리에 놀라 당황하였습니다.
왜 온다는 것인가?나는 여자문제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날 저녁에 처녀가 빨간 장미한송이를 사들고 왔습니다.
지금 밖은 한 겨울 입니다. 가로수가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만 남고 거의 모든 건물들이 죽은 회색빛깔의 시멘트인데
문 하나만 열면 완전이 딴 세상에 온것 처럼 모든 사람들이 놀랍니다.
"어머나, 무슨 피아노 학원이 이렇게 예뻐요?"
그도그럴것이 이층의 넓은 홀에는 마치 온실처럼 수많은 꽃과 화분들이 가득하고 창문마다 예쁜 커튼이 매어져 있는 가운데도 꽃이 놓여져 있고.
벽에는 유명인들의 지휘모습과 연주모습이 걸려 있고 피아노위에도 아름답게 장식이 되어 있습니다.바닥에는 2개의 대형 연탄나로 위에서는 물이 끓고, 아이들은 책상에서 악보읽기를 하거나 손가락 연습을 합니다.
처녀가 나에게 준 장미 한송이는 초라해 보이지만, 나는 새로운 병에 꽃아 테이블에 올려놨습니다.
"제가 아이들 피아노 레슨을 봐주어야 하니 좀 기다려 주실래요?"
"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라고하며 책장에서 책을 꺼내어 읽기시작합니다.
내가 피아노 레슨을 다 마치고 저녁을 짓기 시작하였습니다.
문만열면 수많은 식당들이 즐비하지만, 나는 돈을 아끼기 위해 늘 손수밥을 해 먹습니다.
처녀도 배가 고픈지 밥 한톨 남기지 않고 그릇을 깨끗이 비웠습니다.
그리고 설거지를 해 주는데 나는 그 모습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우리들은 드디어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십니다.
"아니 무슨 커피가 이렇게 맛있어요?"
하여간 처녀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하여 모두가 좋게 보여지나봅니다.
커피라면 나에게도 일가견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6.25 전쟁 후 갈곳이 없었을 때
1955년 충복 청주에서 살 때 그때 청주인구가 6만이었고 성당이 북문로 성당 하나 뿐이었습니다.
서울교구 노기남 주교님은 충북을 미국 메리놀 전교회에 관리를 맡겼습니다.
그때 초대신부님이신 미국인 노(Joseph Gibbons) 신부님은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성당에서 일 하도록 해 주셨습니다.
청주는 미국신부님들의 본부이기에 항상 신부님들이 많이 왔다갔다 하는게 부엌에서는 늘 일손이 부족하여 쩔쩔매는통에 내가 돕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때 커피끓이는 법을 배웠답니다.
그때 미국신부님들이 즐겨먹었던 커피는 캔에 든 맥스웰 하우스커피인데 원두커피를 부숴뜨린 알커피로써 한 사람당 큰 소저로 하나씩 퍼서 포트에 넣고 쎈 불에 8분을 끓입니다.
그러면 커피향이 사방에 퍼지면서 황홀하게 만듭니다.
그러면 불을 약하게 하고 옆으로 커피보트를 밀어냈다가 숨을 쉬게한 후 다시 약한 불로 끓이면서 따라 마십니다.
우리 한국식의 밥상은 고추장 간장 찌게 김치가 필수지만, 미국인들의 상 차릴때는 버터,쨈, 설탕,후추, 소금,카내션 상표가 붙은 연유를 항상 준비합니다.
내가 신부님들의 큰 잔에 커피를 딸아드리면 신부님은 연유,설탕을 타서 마시는데 한마디로 줵입니다.
지금 그렇게 먹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지요,
그래서 내가 즐겨먹는 커피는 네스카페의 가루커피를 끓는 물에 타 먹는데 서울의 수돗물에서는 냄새가 나서 물을 하루나 이틀동안 묵혀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커피를 타는 사람의 정성이 바로 커피맛을 좌우합니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그동안 쌓이고 쌓인 이야기를 풀어놨습니다.
처녀는 소공동 사무실에서 사장님과 직원들의 부정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고 합니다.
"김미옥씨의 마음이 착해서 그럴껍니다."
"집에가면 또 엄한 아버지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요"
"세상이 다 그러니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지요"
"선생님은 편하시겠어요"
"나에게도 스트레스는 있답니다.내 가르침에 아이들이 잘 따라오지 못하고 학부형들이 민감하게반응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우리는 이야기에 열중하다보니 어느새 자정이 다 된줄도 몰랐습니다.
처녀가 돌아가려고 일어나는데, 나는 수유리에서 장안동 까지 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것 같아서
"괜찮다면 여기에서 주무시고 내일 바로 직장으로 가는 편이 좋을텐데요"
라고 말 하자 처녀가 가다말고 잠시 멈추어 무엇을 생각하다가
"그래도 돼요?"
라고 하니다.
"그럼요"
(계속)
첫댓글 연재소설 읽는 기분입니다
처녀라는 표현 오랫만에 보니
살짝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구요
남과 녀ㅡ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담편 기대합니다
어서오세요 정아님 부족한 글인데 찾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진도가 너무 빨라요
밥만 드시지 ㅎ
해피앤딩 같아서 봐드릴게요
진도가 빠를 수밖에요 쓸 글들이 너무 믾아서요 하하하 감사 베리꽃님ㅣ
꽃님
ㅎㅎ
재미있어요.
오늘 날씨같은 이야기 ^^
오셨어요? 솔숲님 그쵸 오늘 화창하네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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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어떻게 그렇게 잘 아셔요?
큰 아이는 올해졸업하고 바로 취직이 되었고
또 다른 아들은 대학4학년입니다. 감사 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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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혜홀님 혜홀님은 글도 잘 쓰시네요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유 저를 속속들이 다 아시네요 지금 쓴 것에도
빼놓은 내용이 있는데 나중에 올릴께요 감사합니다.
어느 노화백님의 러브스토리를
연상케 하십니다 ㅎ
점점 흥미가 더해 갑니다
찾아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 나이가 많아도 마음이 젊어서 그런지 글도 젊지요 하하하 감사합니다.은행목님
어머머 쳐녀가 겁도 없이
다음편이 궁금해요 ㅎ
어서오세요 가시장미님 감사합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