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이 빠른 것 같은데 천천히 온다'
위 말은, 전지희가 후쿠하라 아이에게 첫 게임을 7-11로 패하고 김형석이 감독이 전지희에게 코칭한 내용입니다. 일본의 후쿠하라 아이는 백핸드에 숏핌플 러버를 사용하는 선수로, 테이블 앞에 딱 붙어 랠리를 할 때는 스피드도 스피드지만, 백핸드 쪽에서의 변화가 무척 까다로운 선수입니다. 그게, 수비를 전문으로 하는 선수들보다는 변화가 덜하겠지만, 후쿠하라 아이의 전형 자체가 워낙 좌우 전환이 빠른 선수인만큼, 함께 랠리를 하는 선수 입장에서는 백핸드 쪽에서의 변화가 몇 배는 까다롭게 느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지희가 또 다시 후쿠하라 아이에게 패해 우승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전지희는 앞서 4강에서 홍콩의 백전노장 톄야나를 상대로 4-0(5-11,5-11,7-11,9-11) 완승을 거두고 결승 진출에 성공했지만, 마지막 결승에서 후쿠하라 아이에게 0-4(7-11,12-14,11-13,8-11) 완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지난주 불가리아(Bulgaria) 오픈 여자개인단식 4강에서 2-4(11-9,6-11,11-8,5-11,8-11,7-11)로 패한 이후 2회 연속 패배였습니다.
물론, 전지희가 일본의 주전급 선수들을 포함한 다수의 유럽 강자들이 출전한 메이저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만해도, 충분히 잘한 결과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결승 상대가 또 다시 후쿠하라 아이였다는 점에서는 아쉬움 역시 클 수 밖에 없는 결과였습니다. 후쿠하라 아이는 전지희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선수로, 올해에만 벌써 3번째 맞대결을 펼쳐 3번 모두 패하고 말았습니다.
특히, 지난 6월 호주(Australia) 오픈 여자개인단식 결승에서 1-4(6-11, 11-2, 11-7, 11-5, 11-6)로 패해 우승을 놓친 이후, 올해 월드투어 결승에서만 2회 연속 패배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전지희가 앞으로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포함한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무척 높은 선수이고 보면, 후쿠하라 아이를 상대로한 전패의 역대전적은 선수 개인이나 대표팀에 큰 부담으로 작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전지희는 본선1라운드 64강 첫 경기에서 러시아의 마리아 돌기흐를 4-0(1-11, 6-11, 7-11, 7-11)으로 이긴 것을 시작으로, 4강까지 5경기를 하는동안 5경기 모두 4-0 완승을 거두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마지막 결승에서 또 다시 후쿠하라 아이의 벽에 막혀 우승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전지희가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톄야나는 이번에도 4강에서 4-0(5-11, 5-11, 7-11, 9-11) 완승을 거두며 여전히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지만, 앞서 정리한대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후쿠하라 아이를 상대로는 또 다시 패하며 이번에도 연패의 고리를 끊지는 못했습니다.
후쿠하라 아이와 전지희의 마지막 결승전은 전지희가 첫 게임을 7-11로 먼저 내준 다음, 2번째 게임을 조금씩 앞서나가며 게임스코어 1-1을 만드는 듯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게임포인트에 먼저 도달하고도 듀스를 허용하며 결국 12-14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벤치를 보던 김형석 감독 역시 2번째 게임의 중요성을 인식한 듯, 11-11에서 전지희가 행운의 엣지로 12-11로 앞서나가자 타임아웃을 불러 게임을 마무리 지으려했지만, 이후 전지희가 3점을 연속해서 내주며 2번째 게임 역시 후쿠하라 아이의 승리로 끝나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