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9월 30일 프란치스코 교종께서는 자의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를 발표하시며,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 말씀의 거행과 성찰과 전파를 위하여 봉헌하는 날”로 선언하셨습니다(3항). 올해 처음 기념하게 되는 하느님의 말씀 주일(1월 26일)을 잘 준비하고 기념하기 위하여 3회에 걸쳐 특집을 연재합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함께 지난 400년 동안 이어져 온 로마 가톨릭 전례의 개정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열매 가운데 하나는 신자들이 성경의 보화를 더 넓고 깊게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의 더욱 풍성한 식탁을 신자들에게 마련하여 주도록 성서의 보고를 더 활짝 열어, 일정한 햇수 안에 성서의 더 중요한 부분들이 백성에게 봉독되어야 한다.”(「전례 헌장」 51항)는 공의회의 선언은 미사 독서 체계를 재정비하는 밑그림이 되었습니다. 이 정신을 이어받은 공의회 후속 전례 개정 위원회는 미사 독서 목록을 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뚜렷한 사목적 목표를 제시하였습니다. “전례주년 전체에, 특히 부활 사순 대림 시기 독서의 구체적인 선택과 배정은 그리스도 신자들이 스스로 고백하는 믿음을 차츰 깊게 하고 구원 역사를 더욱 깊이 깨닫게 하는 목적을 갖는다.”(「미사 독서 목록 지침」 60항)
그 결과, 특히 이전과 비교해 볼 때 훨씬 풍성하고 일관된 성경 본문이 전례 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1570년 미사 경본에 따른 독서 체계에서는 4복음서의 경우 22%, 복음을 제외한 신약성경의 말씀은 11%만을 읽었습니다. 구약성경은 오로지 층계송(시편), 파스카 성야,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 공현 대축일과 그 팔일 축제, 성주간을 비롯한 몇몇 평일 독서에만 들어있었습니다. 그마저 1951년에는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 미사에서 구약성경 본문을 빼고, 주님 부활 성야 미사의 구약성경 본문도 12개에서 4개로 줄였습니다. 그 결과 1년 단위로 돌아가던 전례 주기에 따른 독서는 전체 구약성경의 1%에 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후속 전례 개정 위원회는 주일 미사의 복음 전 독서를 2개로 늘리고, 주일과 축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구약성경의 본문을 배치하였습니다. 독서 주기도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신자들이 전례 안에서 성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대폭 확대하였습니다. 현행 3년 주기 미사 독서 체계는 대략 구약성경 14%, 신약성경 72% 정도의 말씀을 전례 안에서 들을 수 있게 해 줍니다.
전례 개정 위원회는 전례 안에서 성경이 울려 퍼지게 하는 실제 방식도 손질하였습니다. 먼저, 성찬 전례(Liturgia eucharistica)의 예비 역할 정도로 여겨졌던 미사의 전반부에 처음으로 ‘말씀 전례(Liturgia verbi)’라는 정식 명칭을 부여하고, 성찬 전례와 밀접히 결합되어 오직 하나의 예배 행위를 이룬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품위에 맞도록 오랫동안 사라졌던 ‘하느님 말씀의 식탁’인 독서대를 복원하였습니다. 이전까지 독서와 복음 모두를 성직자가 제대에서 조용히 혼자 읽었는데, 이제는 독서대에서 “독서자가 독서를 하고, 부제, 또는 주례자가 아닌 다른 사제가 복음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59항). 이전까지는 독서 본문을 다 읽고 나서 성직자 혼자 “하느님, 감사합니다(Deo gratias).” 하는 말로 끝냈는데, 이제는 각 독서 다음에, 독서를 봉독한 사람이 “주님의 말씀입니다.” 하고 환호하면 회중이 이에 응답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교회의 전례는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이 ‘살이 되신 말씀’의 신비를 가까이서 보고, 듣고, 만져보고, 냄새 맡아보고, 그 말씀에 적극적으로 응답하기를 바랍니다. 다음 회에서는 이 과정이 실제 거행을 통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다뤄 보겠습니다.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