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가능성에 식품시장 혼란… 아스파탐의 진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기구인 국제암연구소(IARC)가 감미료로 사용하고 있는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하였다. 그러나 같은 국제기구인 유엔식량농업기구(FAO)·WHO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에서는 아스파탐이 현재 섭취하는 수준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어 이전에 설정된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유지한다고 발표하여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었다.
IARC와 JECFA의 평가 방법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IARC는 어떤 물질을 고용량으로 투입하여 그 물질 자체의 암 발생 위험성을 확인한다. 이에 따라 식품을 5개 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1군은 인체에 대한 증거가 있어 확실히 암을 일으키는 물질(술, 담배, 가공육 등), 2A군은 동물에게서는 발암성 입증 자료가 있으나 사람에게서는 발암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질(섭씨 65도 이상 뜨거운 액체류 섭취, 고온의 튀김, 적색육 등)이다. 2B군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김치 및 절임채소류 등), 3군은 인체에 대한 결과가 부족하여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분류되지 않은 물질, 4군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지 않는 물질로 분류한다.
반면 JECFA는 식품을 통해 식품첨가물을 섭취했을 때 인체 위해성 여부를 평가한다. JECFA는 안전성 평가 결과에 따라 식품첨가물의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설정한다. ADI는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물질에 대해 사람이 평생 동안 섭취해도 위해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1인당 하루 최대섭취허용량을 의미한다. 이를 참고하여 각 국가에서는 자국의 실정에 맞게 식품첨가물의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한다.
즉, IARC는 물질이 고농도일 때 위험성을, JECFA는 일반적으로 섭취할 때 위험성을 평가한다. 아스파탐은 IARC의 평가 결과에서도 실험동물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아 2B군으로 분류되었다. 이 등급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인체에 대한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JECFA는 △위장관에서 페닐알라닌, 아스파르트산, 메탄올로 완전 가수분해되어 체내 아스파탐의 양이 증가하지 않은 점 △경구 발암성 연구 결과가 모두 과학적으로 한계가 있는 점 △유전독성 증거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아스파탐의 1일섭취허용량 ADI 40(체중 1kg당 40mg씩 매일 평생 섭취하여도 안전하다는 의미)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결론지었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JECFA의 평가 결과와 2019년에 조사된 우리나라 국민의 아스파탐 섭취량(ADI 대비 0.12%)을 고려하여 아스파탐의 현재 사용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발표하였다.
단맛을 내는 식품첨가물은 아스파탐 외에도 많다. 단맛을 내는 물질은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에 속하는 당류와 고감미를 가지는 식품첨가물이 있다. 단맛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이고 사람들은 단맛을 더 잘 느끼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지만, 최근 당류 섭취에 의한 칼로리 과잉, 충치 및 당뇨병 유발 등 건강에 대한 부정적인 면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설탕 등이 첨가된 가공식품 섭취를 기피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식품산업계에서는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당류의 대체재로 당알코올류나 열량이 낮은 고감미 감미료를 사용하고 있다.
아스파탐은 페닐알라닌과 아스파르트산이라는 두 개의 아미노산을 결합하여 만든 감미료이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약 200배의 감미도가 있으며, 같은 양의 설탕과는 비슷한 열량을 낸다. 그러나 사용량이 적어 열량이 낮고, 감미의 질이 설탕과 비슷하고 뒷맛이 상쾌하다. 아스파탐은 1981년 미국에서 식품첨가물로 승인된 이후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5년부터 사용하였으며 최근 주류, 음료, 절임류 등에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JECFA가 평가한 아스파탐의 ADI는 40이다. 60kg의 성인을 가정하면 제로콜라 250mL(아스파탐 43mg 함유) 하루 55캔, 탁주 750mL(아스파탐 72.7mg 함유 시) 하루 33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현재 감미료 중에서 발암가능물질로 분류된 사례는 아스파탐 외에는 없다. 사카린나트륨은 설탕의 약 300배의 감미도가 있어 우리나라에서 1980년대까지 소주 등에 감미료로 사용되었으나 동물(쥐)에서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어 1987년 IARC에서 아스파탐과 같은 2B군으로 분류되었다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여 1999년 3군으로 재분류되었다. 2010년 미국 환경보호청에서 ‘인간 유해 우려 물질’ 목록에서 삭제하였다. 현재는 사용 범위를 확대하여 절임류, 김치, 어묵 등에 사용되고 있으며 2019년에 ADI 대비 1.4% 정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당알코올류는 화학적으로 안정하고 가공성이 뛰어나 설탕 대체재로 식품업계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당알코올류에 해당하는 감미료는 말티톨, 소르비톨,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등 9품목이 있다. 최근 당알코올이 사용된 사탕이나 젤리 등 무설탕을 표방하는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당알코올류 자체의 위해성은 보고되지 않았으나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으며, 과량 섭취 시 장에서 가스가 발생하고 삼투압 작용에 의하여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당알코올류를 주요 원재료로 사용한 제품에는 해당 당알코올의 종류 및 함량이나 ‘과량 섭취 시 설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등의 표시를 해야 한다.
IARC에 의해 1군(술, 가공육 등) 또는 2A군(적색육 등)으로 분류되더라도 식품으로 섭취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커피와 사카린이 2B군으로 분류되었다가 3군으로 재분류된 것처럼 추가 연구를 통하여 분류 단계가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 감미료 등 식품첨가물의 위해성은 JECFA 등 국제기구와 각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면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기준·규격을 재평가한다. 따라서 어떤 유용성이 있거나 위해성이 있다고 해서 특정 감미료를 과잉 섭취하거나 불신하는 것보다 과학적인 검증 결과에 따른 위해성 여부를 고려하여 섭취하는 것이 단맛을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이다.
김용석 전북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