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가 항공사 시작과 역사
저가 항공사는 1967년 창업한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원조이고, 1990년대에 급성장했습니다. 저가항공사는 초기에 근거리만 비행하는 중소기업들이었지만, 이제는 국제노선까지 진출하면서 항공시장의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경우 지난해 미국 국내선 시장점유율이 아메리칸 항공사와 똑같이 13.8%를 기록, 델타의 16.6%에 이어 3위로 성장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 주도하고 있는데요. 아시아 첫 저가항공사는 2002년 말레이시아 아시아항공입니다. 토니 페르난데스란 사람이 부도 난 중견 항공사를 단 1링기트(300원)에 사들이면서 저가항공업을 시작했는데, 2002년 2대의 비행기로 100만명을 실어날랐고, 2005년에는 33대의 비행기로 탑승객 72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美 사우스웨스트 항공서 시작, 現 항공시장의 주역으로 부상
○ 한국, 경쟁 체제 돌입
이제 저가항공사는 틈새가 아닌 주력상품으로 변모하고 있어 기존 항공사도 이 시장에 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의 저가항공사업은 2005년 시작되었고, 현재 운항 중인 저가항공사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등입니다. 현재 국내항공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면서 국내선, 일본, 중국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는 11월 세계최대 규모의 저가항공사인 말레이시아 에어아시아 계열의 에어아시아 엑스가 한국에 취항하면서, 국내 저가항공시장도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낮은 가격의 비밀
항공업은 원가 차별화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습니다. 저가 항공사는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차별화에 성공해 이러한 비즈니스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공급측면에서의 요인을 보면 철저한 원가절감 전략을 펴는데 그 중심에는 표준화가 있습니다. 초기의 저가 항공사들은 기종을 단일화하였습니다. 즉 특정회사의 특정모델 한 가지만으로 비행기를 통일하는 것이죠. 비행기가 단일화 되면, 먼저 정비가 간편해집니다. 어떤 공항에서든 똑같은 부품으로 똑같이 정비하면 되거든요. 그리고 자동차는 운전면허증 하나로 여러가지 승용차를 몰 수 있지만, 파일로트는 기종에 따라, 노선에 따라 면허를 받습니다. 보잉 747 면허가 있다고 에어버스를 몰 수는 없는 거죠. 그런데 기종이 동일하면 조종사 면허도 단순해집니다. 인력 관리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부대서비스를 과감하게 줄이는 겁니다. 좌석을 이코노미 석으로 통일하고 지정좌석이 아니라 먼저 타는 사람이 임자죠. 예약은 인터넷으로 받습니다. 전화로 예약하려면 추가비용을 내야 합니다. 기내 음료, 식사 제공도 없죠. 물 마시려면 사먹어야 됩니다. 잠 잘 때 쓰는 베개나 담요 같은 것도 주지 않습니다. 필요하면 돈 주고 빌리는 거죠. 심지어 '기내 화장실도 사용할 때 돈 받겠다. 코인으로 문을 열게 한다'는 아이디어가 나올 정도인데, 이런 식으로 철저하게 원가를 줄여서 가격을 낮추는 겁니다.
철저한 원가 절감 "표준화 전략→기종 단일화, 부대 서비스 축소→ 추가 비용 부담 전략"
○ 여객기 수요의 다양화
옛날에는 아주 부자들이나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왠만한 나라의 중산층들도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 다니고, 가난한 나라 출신 노동자들도 고향갈 때 비행기 탑니다.
이것은 여객기 탑승객들의 수요가 다양화 된 것입니다. 가격에 민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구분되는 것이죠. 그래서 돈 많은 사람은 좋은 서비스 받으면서 비싼 요금 내고 편하게 다니고, 여유가 없거나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면 되는 것이죠.
그리고 꼭 돈이 없는 사람만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소비의 집중화 현상(자신이 관심있는 곳에 소비하고 관심없는 곳에는 소비하지 않는)이 저가 항공권에도 적용되는 것인데요. 해외여행에서도 자신의 취향에 맞게 지출을 집중하는 경향이 생겨난 거죠.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가면서, "비행기는 아무렇게나 타고 가면 되고, 잠도 대충 자겠는데, 현지에서 먹는 것은 최고급으로 먹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저가항공을 이용하는 겁니다. 기내식이나 기내 잡지 같은 별로 필요하지도 않는 서비스 때문에 비싼 돈 내느니, 그런 것 없는 비행기 싼 가격에 타고 가서, 남는 돈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 하겠다는 식이죠.
○ 저가 항공 등장의 의미
저가항공의 본질은 소위 프리미엄 제품이 보편화된 제품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런 시장현상입니다. 모든 서비스, 제품이 이런 경로를 밟고 있습니다.
100여년전만 해도 기차여행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비행기 1등석을 타고 여행을 하는 정도였는데, 그래서 런던, 파리, 베를린 같은 유럽 대도시 기차역의 식당, 커피숍은 최고급 사교장이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서울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장 좋은 레스코랑, 커피숍은 서울역에 있었습니다.
항공여행도 1970년대 이전에는 상당히 여유있는 층이 아니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 보잉 747이 나와서 대량여객수송시대가 열렸습니다. 30년 가까이 항공여행이 확산되면서 시장이 세분화되는 단계가 되자 저가항공사가 출현한 것입니다.
항공여행의 보편화·시장재편화
○ 저가 항공, 안전하지 않다?
미 항공 협회 등에서 발표하는 자료를 보면, 안전성 측면에서 저가 항공사가 우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 저가항공사의 특징은 가격을 싸게 하되, 핵심서비스는 확실하게 한다는 것이다. '정시출발, 안전' 이 두가지는 저가항공사가 철저하게 지키려 한다. 그러나 그 이외의 서비스는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값이 싸도 안전하지 않은 교통편을 이용할 소비자는 없다. 저가항공사의 기본적인 소비자의 소급 포인트는 "값싸다. 그리고 안전하다. 편리하진 않지만, 제 시간에 데려다 준다"라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항상 좋은 일이죠. 세계 저가항공사들이 아시아 시장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세계 항공시장의 최대 승부처가 현재는 저가항공, 그 중에서도 아시아 시장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아시아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계속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 외국 항공사의 국내 진출, 국내 항공사 생존 전략
시장이 개방되고 경쟁자가 들어오면 힘들어 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과거 에어아시아의 경우 $699에 1달간 무제한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 패스를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범위 자체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 저가 항공사들도 해외로 나가고 원가를 낮추는 등 생존전략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