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피령은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상서면 다목리에서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로 56번국도가 넘어가는 고개로, 옛날 한양에서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이기도 했다. 복계산과 위도가 거의 같은 위치인 수피령은 6·25 전에는 북한 땅이었으나 6·25 이후 국군이 치열한 전투를 치러 차지한 지역이다. 중요한 전략요충이었던 대성산과 복계산 사이를 넘는 이 고개에서는 1951년 6월 국군 제2사단 17연대가 공격해 오는 중공군 제58사단 177연대 병력을 섬멸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수피령은 대중교통편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자가용을 이용하는 산행이 대부분이다. 이 경우 고개 남단 대성산 지구 전적비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정상을 다녀오는 원점회귀산행을 해야 된다. 정상을 쉽게 오르는 방법은 송전철탑 오른쪽 삼거리에서 오른쪽 임도(예전 송전탑 공사 때 만들어진 길)를 따라 작은 헬기장으로 직등하면 된다.
▲ 수피령 비석. 한북정맥이 지나는 해발 780m인 수피령은 철원군 근남면과 화천군 상서면 경계이다.
수피령 대성산지구 전적비 주차장-(고개 넘어 약 150m)→한북정맥 등산기점-(4분)→절개지 상단부(전적비 방면 갈림길)-(4분)→능선길 진입(작은 공터 왼쪽)-(13분)→송전철탑 오른쪽 바위 절개지 아래 삼거리(바위벽에 흰 페인트로 ‘정상→’ 글씨)-(왼쪽 능선으로 6분)→무명봉(전망 장소)-(12분)→촛대봉 정상 방면 갈림길-(오른쪽 사면 길로 2분)→복계산 정상 남동릉 안부 삼거리. 이후 남동릉~헬기장 경유 정상으로 향한다.
복계산 정상에서 조망은 쾌청한 가을 하늘 만큼이나 시원하다. 정상은 남쪽이 병풍을 두른 듯한 바위지대다. 정상에서는 수림으로 막히는 북쪽과 북동쪽은 조망이 안 된다. 그러나 남동쪽, 남쪽, 남서쪽 조망은 막힘이 없다. 정상에서 남쪽으로는 굴골 건너 한북정맥과 함께 복주산이 마주 보인다. 복주산 왼쪽으로는 멀리 화악산과 응봉이 하늘금을 이룬다. 복주산 오른쪽으로는 하오재를 지난 광덕산과 상해봉이 M자형으로 와 닿는다. 하오재 너머 멀리로는 명지산과 국망봉이 눈에 들어온다. 상해봉 오른쪽 신철원(갈말) 방면으로는 명성산이 보인다. 신철원 오른쪽 서쪽 멀리로는 철원분지와 함께 금학산(947m)과 고대산(832m)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 수피령 일대가 6.25 때 격전지였음을 알려주고 있는 ‘대성산지구 전적비’.
▲ 복계산 정상비석.
정상에서 북쪽 조망은 동쪽으로 약 60m 거리인 헬기장으로 이동하면 된다. 헬기장에서 북쪽으로는 근남면소재지인 육단리와 김화 방면 분지가 내려다보인다. 김화 분지 뒤로는 최전방인 오성산(1,062m)이 조망된다. 오성산 뒤로는 북녘 산하가 아련하게 펼쳐진다.
헬기장에서 북동으로는 육단리에서 수피령 방면 협곡 건너로 대성산이 멀리의 한북정맥과 함께 시야에 들어온다. 대성산 오른쪽으로는 화천 방면 일산(1,207m)이 보인다. 남동으로는 촛대봉에서 925m봉으로 이어지는 한북정맥이 마주 보인다. 이 방면 한북정맥 뒤로는 다목리에서 사창리 방면 56번 국도길이 넘는 실내고개가 두류산과 함께 보인다. 두류산 오른쪽으로는 응봉과 화악산이 하늘 금을 이룬다.
▲ 정상 헬기장에서 북으로 본 평강 방면 오성산(1,062m). 오성산 뒤는 비무장지대(DMZ)와 멀리의 북녘땅.
▲ 2000년 9월 답사팀과 복계산 정상 헬기장에 함께 올랐던 덕구.
복계산과 추억의 ‘덕구’ 등산 가이드 수백 회에 매월대 아래 덕구바위에 이름 남겨
13년 전인 2000년 9월 초순 <월간山> 주말산행코스로 복계산 답사차 매월동 매월산장매점을 찾은 적이 있다. 이 때 매점에는 진도개 잡견인 ‘덕구(德狗)’가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두 살이었던 덕구는 등산화와 등산복 및 배낭을 제대로 갖추고 매점을 찾는 등산인들 냄새를 맡아보고는 마음에 들면 산행가이드(?)를 해주었다.
덕구는 주인 한태응씨가 새끼 때부터 복계산으로 산나물을 채취하러 다니면서 데리고 다녔다. 당시 한씨는 “덕구는 복계산 정상만 100회 이상 올랐다”고 했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개 나이 두 살에 정상을 100회 넘게 다녔다면 평균 1주일에 한 번씩은 산에 올랐다는 계산이었다.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올 수 있는지 물었었다.
“하루에 두 탕 뛰는 날도 있거든요.”
아무튼 그 때 덕구는 답사팀과 함께 매월대 암봉을 넘어 삼각봉~헬기장~정상 서릉을 따라 복계산 정상에 함께 올랐다. 정상에서 하산을 하는데, 덕구는 자기가 알라서 정상 서릉이 아닌 남서릉 길로 내려갔다. 답사팀은 덕구의 뒤를 따라 남서릉~석탑 계곡~굴골 경유 매월산장매점으로 하산했었다.
덕구는 당시 매월대 암장을 한창 개척 중이던 서울 태백산악회 회원들과도 자주 어울렸다. 덕구는 클라이밍을 하는 모습을 바위 밑에서 지켜보기 일쑤였다 한다. 그런데 덕구는 2002년 10월 행방불명되었다. 주인 한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개 도둑이 훔쳐갔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납치를 당한 것이다.
태백산악회는 ‘석굴암장’ 또는 ‘굴바위암장’으로 불렸던 바위에 덕구를 기리는 마음으로 ‘덕구바위암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름대로 절친했던 덕구를 기리기 위한 일이었다. 덕구바위 암장에는 굴 안 오른쪽에 ‘덕구의 미소’라고 명명된 루트도 있다.
“2002년 덕구가 사라진 이후, 덕구의 아내격인 깜순이가 산행가이드를 했으나 깜순이도 도둑맞았고, 깜순이의 자손인 복실이에 이어 7마리나 도둑맞았어요. 그 다음부터는 개 도둑들 때문에 개를 기르지 않습니다. 이북에서 피란 나와 친척들도 없고 해서 개들로부터 위안을 받고 살았는데….”
한씨는 6·25 때 함경남도 흥남 서호진에서 일찌감치 피란 나온 실향민이다.
교통 서울→와수리 동서울터미널(전철 2호선 강변역)에서 20~30분 간격(06:00~20:30)으로 운행. 요금 1만900원, 1시간 50분~2시간 20분 소요. 와수리→잠곡리 1일 5회(06:40, 09:00, 12:20, 14:40, 18:30) 운행. 요금 1,200원. 20분 소요. 잠곡리→와수리 1일 5회(07:00, 09:30, 12:40, 15:10, 19:00) 운행. 서울→다목리 동서울터미널(전철 2호선 강변역)에서 사창리 경유 1일 8회(07:30, 14:20, 14:50, 15:05, 15:20, 15:35, 16:10, 16:50) 운행. 요금 1만 3,000원. 2시간 10분 소요. 다목리→서울 사창리 경유 1일 11회(07:00, 07:20, 07:50, 08:20, 08:40, 09:00, 10:30, 15:30, 17:20, 18:00, 19:00) 운행. 사창리→다목리 1일 15회(오전 09:10, 11:20, 오후 13회〔13:00~19:40〕) 운행. 다목리→와수리 1일 4회(08:00, 13:00, 17:30, 19:49) 시외버스 운행. 요금 와수리 2,000원. 이 버스편으로 수피령 하차. 시외버스이기 때문에 미리 운전기사에게 수피령에서 등산한다고 부탁하면 정차해 준다. 와수리→다목리 1일 4회(06:50, 09:40, 14:40, 18:30) 시외버스 운행. 와수리 버스터미널 전화 033-458-3555. 택시 와수리에서 매월대 주차장 및 수피령 방면 버스시간이 맞지 않은 경우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와수리터미널 옆 콜택시 승강장에서 복계산주차장까지 1만5,000원, 수피령까지 1만5,000원 안팎 한다. 와수리 콜택시 안내전화 033-458-8866.
식사 및 숙박(지역번호 033) 잠곡 1리 매월동 일원 매월동 삼거리에서 복계산 주차장 방면 매월폭포민박(458-7444), 매월폭포가든(458-4645), 청석골민박산장(458-3007), 외딴집(458-0100), 복계산 주차장 옆 매월산장민박(458-6719), 매월폭포 방면 별빛산장펜션(010-5242-3708), 굴골 방면 폭포산장민박(458-5751) 등 이용. 매월산장민박에서 닭볶음탕, 닭백숙(각 5만 원), 감자전, 도토리묵(각 1만 원) 등을 판다. 잠곡 2리 일원 잠곡 1리 매월동 삼거리에서 남쪽 스카이펜션 캠핑장(458-1241), 매일민박야영장(458-4494), 광산골계곡 입구 안쪽 매봉산장 송어회 식당(458-1959), 펜션 민텔(458-8254), 송어잠곡산장(458-4888), 대성양어장 대성횟집(458-5400), 잠곡산장(458-0555), 광산골 입구 남쪽하오재캠핑장(010-4615-4059), 자등리 갈림길 삼거리 숯불민물장어(458-4969) 등 이용. 잠곡 1리에서 육단리 방면 매월동 삼거리에서 북쪽 방면 초록펜션(010-2757-6076), 잠곡가든(458-7382), 문수동쉼터갈비(458-5303), 육단 3리 곰배산쉼터(458-4182) 등 이용. 복계산 등산 코스 및 등산 정보 문의 010-6365-9357(매월산장민박 한태응). 한씨는 23년째 복계산 산불감시 및 등산 단속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