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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는 핑계로 두 달이나 결석을 했었다. 옷을 다 벗은 은행나무가 어서오라고 반겨주는데, 일주문이며 당간지주며 여전하다.
오랫만에 와서 그런지, 경내의 풍경이 새로운 듯하면서 너무나도 편안한 느낌이 든다. 순간 어린시절 할머니 품에 안겨서 스르르 잠이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차라리 눈이라도 내려서 내 발을 이 곳에 며칠이라도 묶어둘 수 있다면 그 핑계로 세상사 잠시 접어두고 이 산사에서 며칠 마음을 닦고 싶은 생각이 올라온다.
합장하고 공양게를 읋고 저녁공양을 하는데, 사랑과 자비의 음식을 받고 있으니 가슴이 벅차다. 식탁이며 의자며 너무나 소박한 공양간. 서산으로 지는 해와 아름다운 노을을 배경으로 한 최고의 만찬이었다.이 공양간 창을 통해서 사시사철 다양한 풍경을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스님들의 생활이, 부럽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본다. 실제로 하라면 할 자신도 없으면서......^^
공양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막바지 관광객들도 어느새 사라지고 풍경소리만 이따금씩 은은하게 들려온다. 경건한 마음으로 무량수전으로 발걸음을 옮겨간다.
저녁예불을 하는데, 내 앞줄에 5살짜리 꼬맹이들이 고사리 손을 모으고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고 귀엽다.
이윽고 7시 30분 무하스님의 지심귀명례에 맞춰 몸과 마음을 다해 한 분 한 분의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며 절을 올렸다. 역시 2달이나 게으름을 피운탓에 몸이 힘들다.
쉬는 시간에 무량수전 앞 마당에 내려서니 한 밤중의 산사의 칼바람도 오히려 시원하고 상쾌하기만 하다. 몸은 한 없이 고통스럽기만한데, 머리 속은 점점 맑아지고 있다. 두 가지의 감각을 동시에 느끼는 느낌이란 참으로 절묘하다.
막바지에는 땅을 짚고 일어서는데 그런 순간순간이 끝이 없을 것만 같았는데.... 마지막 삼천배를 올리는 순간에는 모든 고통이 일시에 사라지면서 말 할 수 없는 환희와 감동이 밀려온다. 육신의 고통은 분명 존재하건만, 그 고통을 초월하게 하는 마지막 삼천배. 짧은 순간의 깨달음. 소중한 체험이다.
끙끙앓으면서 내 방보다 훨~씬 따뜻한 방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로세로 제멋대로 함께 뒤섞여서 스르르 ~~~ 행복한 잠에 빠져들었다.
끝으로
언제나 그리움이 묻어나는 부석사 매 달 가지는 못했지만, 매 달 꿈 속에서 잠시나마 다녀오는 부석사 그 모습, 느낌 가슴속에 아로새겨넣고 왔습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삼천배기도를 한결같이 봉행해 주신 무하스님 소중한 체험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함께 철야기도에 정진했던 우리 도반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성불하십시오.
사시예불 목탁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울리는 듯합니다. 덕운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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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럽습니다. 저도 항상 마음만 부석사에 가 있는데, 이젠 행을 해보아야 되겠습니다 (),,,,
<사랑 애>님 파이팅 하셔요~
이 삼천배 기도는 어떤 경로로 참가할 수 있나요?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부석사 메인 홈페이지( http://www.pusoksa.org)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홈페이지 첫 화면 아래 부분(근일큰스님 사진 옆을 보셔요)에 <부석사 2007년 2월 10(토) 삼천배 기도 안내>라고 올라와 있습니다. 발심은 철저한 신심을 낳게 하나니, 신심은 불과(佛果)를 이루는 근본이 되는 것이다.(-무하스님의 게시물 중에서 인용-)
덕운화님, 감사합니다. 저도 언젠가 한번 참가하고 싶네요. 그때 진정 부석사의 향기를 느낄가요?..
그럼요. 꼭 그렇게 해 보셔요. 내면을 갈고 닦는 좋은 시간이 되실거예요.
덕운화님 참으로 대단 하시네요,,,부럽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향기로운 부석사에서 해보고 싶네요._()_
제가 대단한 것이 아니고, 모두가 부처님의 가피지요. 꼭 오셔요~
덕운님 삼천배 ...대단하십니다.700배 해봤는데 ......박수 보내고 싶어요 힘내시고 성불하세요
저는 초발심불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마음을 닮고자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 성불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