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거라"
책 주인공 보단의 이름 뜻이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저자는 조선 시대 훈련도감에서 외인부대를 이끌었던 박연 대장을 모티브로 삼았다. 푸른 눈의 다문화 소년 보단은 아버지가 러시아인(나선)이다. 박연 대장도 네덜란드인으로 조선에 표류되어 왔다가 조선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본 이름은 얀 벨테브레이였다.
"너도 살아내거라. 네가 심어진 곳에서"
피부와 언어가 다른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살아남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지난달 북유럽 스웨덴과 핀란드를 다녀온 적이 있다. 그곳에서 우리 일행을 가이드해 주신 한인 분이 계셨다. 유창한 스웨덴어와 핀란드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3일 함께 여정을 소화해 내면서 친근감이 들자 우리 일행 중 한 분께서 어떻게 이곳까지 오셔서 정착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셨다. 스웨덴에서 만났던 가이드분은 남편 직장 때문에 오게 되어 정착하게 되었다고 하며 핀란드에서 만났던 분은 학업 때문에 왔다가 결혼하면서 눌러 앉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언어도 유창해졌고 고국을 떠난 지 오래되어 현재 발을 딛고 살아가는 이곳이 더 익숙해졌다고 말씀하셨지만 그간 겪었던 삶의 여정 속에 힘듦과 어려움이 켜켜이 새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다문화 국가라고 한다. 도시뿐만 아니라 강원도 시골구석구석에도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 학교 안에서도 다문화 자녀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인원수가 늘어나면서 이방인 취급하는 분위기는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인식에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오래전부터 외국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 땅에 들어왔고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왔다. 함께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편견 없이 지내는 것이다. 사실 같은 한국인이더라도 생각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다는 이유로 천천지 원수처럼 지내는 지금의 현실에서는 과연 함께 동화되면 살아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지만 이 또한 우리가 해결해야 가야 할 숙제가 아닐까 싶다.
푸른 눈의 보단이 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일부러 피할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만나고 경청하고 소통해야 한다.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오답을 줄여가는 과정이다. 굳어진 고정 관념의 틀을 부수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