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남편, 아이… 가족을 위한 맞춤 대화법
요즘 아이들은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엄마, 우리 집은 재테크를 어떻게 하고 있어?” 어디서 들었는지 이런 뜻밖의 질문을 할 때가 있다. 그러자 엄마는 어린 아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재테크? 너, 재테크가 뭔지 알고나 하는 소리니?” 이렇게 ‘말을 해도 너는 이해를 못 한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무시하듯 대하면, 앞으로 아이는 대화를 꺼리게 된다. 도리어 반대로 행동해보자.
시어머니와 사이가 안 좋거나 고민이 있을 때 아이에게 걱정을 털어놓아 본다. “할머니 생신 때 뭘 선물하면 좋을까?” 이런 질문은 아이에게 어떤 답을 바란다기보다는 아이를 온전한 인격체로 보고 의견을 묻는 것에 가깝다. 평소 이런 습관을 들이면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엄마를 찾아와 상담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공통된 화제를 찾는 일이다.
단순히 “게임 그만하고 공부해!”라고 윽박지르기보다는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라며 관심을 보이면 아이들 눈빛이 달라진다. 게임 시간을 줄였으면 좋겠다는 말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회사에서 지친 몸으로 돌아오는 남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칭찬이다. ‘포크와 나스의 실험’(공감을 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임에도 공감을 받는 사람은 긍정적으로 반응한다는 내용의 실험)은 칭찬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 사람은 세 대의 컴퓨터를 활용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A컴퓨터는 문제를 푼 후 별다른 칭찬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고, B컴퓨터는 참가자들이 문제를 맞힐 때마다 칭찬 멘트를 했고, C컴퓨터는 문제를 푸는 실력과 상관없이 칭찬 멘트를 하게 했다.
실험 후 결과를 보면, 아무 칭찬이 없는 A그룹에 비해 B나 C그룹 참가자들은 실험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심지어 C그룹은 컴퓨터의 성능에 높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더 재미난 것은 뻔한 칭찬인 줄 알고 있는 C그룹의 평가가 B그룹과 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효과를 놓고 보았을 때 형식적인 칭찬이 진지한 칭찬과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을 말해준다. 빈말이어도 좋으니 칭찬을 자주 하라는 소리다.
“다만 이런 건 있죠. 어떤 여성에게 ‘참 건강해 보이네요’라고 하면 그분 스스로 살이 쪄 보인다는 말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착하게 생겼다’거나 ‘맏며느릿감이네요’라는 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 좋은 의도에서 한 말이 때에 따라서는 안 하느니만 못할 수 있어요. 칭찬도 눈치껏 가려서 해야 해요.”
시집살이를 하는 여자에게 시어머니만큼 어려운 사람도 없다. 서먹한 관계를 풀려면 요리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전 아무리 해도 이 맛이 안 나네요. 어머니가 비법 좀 가르쳐주세요.” 30년 넘은 원조 식당이 아닌 이상, 아들 손자에게 먹일 찌개 조리법을 안 알려줄 부모는 없다.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유의 대화는 시어머니로 하여금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 해서 관계를 원만히 꾸려가는 데 큰 도움이 된다.
tip
말이 가진 ‘긍정’의 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한 적이 있다. 한쪽 방에는 ‘주름진’, ‘회색’, ‘양로원’이라는 단어가 나열된 탁자가 놓여 있고, 다른 방에는 ‘팽팽한’, ‘푸른색’, ‘운동장’이라는 단어가 나열된 탁자가 놓여 있다. 놀랍게도 노인을 연상시키는 첫 번째 방에 들어간 사람들은 방을 나올 때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이 실험은 어떤 말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기분과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의식 이하의 지각(subliminal perception)’이라는 말로 설명한다. 즉 어떤 단어를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도 그 단어가 사람의 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어떤 단어의 사용 여부가 타인의 잠재의식에 깊이 관여한다면, 기왕이면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말을 가려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삶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존댓말을 쓰는 부부는 평소 크게 싸울 일이 없다.
알아두면 좋은 커뮤니케이션 기술
1 대화할 때 상대의 의견이 틀렸다고 말하면 그 사람이 발끈해서 말다툼으로 발전하기 쉽다. 누군가 자신의 믿음을 빼앗으려 하면, 옳고 그름을 떠나 그 믿음에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존심 강한 상대에게 저항감 없이 내 의견을 받아들이게 하는 비법은 ‘질문’에 있다. 상대에게 듣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고 질문을 하나씩 던지면서 그 사람 스스로 대답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넌 틀렸다’가 아니라 ‘너는 나랑 다르다’는 생각을 가지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2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일관된 행동으로 상대에게 믿음을 줘야 감동을 전할 수 있다. 언행일치의 다섯 가지 행동 원칙을 보자.
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행동하라 상대를 놀라게 하는 즉각적인 행동으로 상대의 마음을 파고들어라.
② 미리미리 행동하라 하겠다고 한 것은 상대가 묻기 전에 다 마치도록 한다.
③ 순수함을 잃지 마라 눈빛을 보면 안다. 진심을 담아서 행동해야 마음이 전해진다.
④ 말없이 행동하라 이보다 강력한 소통의 수단은 없다.
⑤ 기대 이상으로 행동하라 이럴 때 더 큰 감동을 받는다.
3 진짜 말을 잘 하는 사람은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다.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킨들러 회장은 틈만 나면 직원들 이야기를 들으려고 애쓴다. 그는 매일 아침 1센트 동전 열 개를 왼쪽 바지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서는데, 한 명의 직원과 충분히 대화했다는 생각이 들면 동전 하나를 오른쪽 주머니로 옮긴다. 그렇게 하루를 보낸 뒤 오른쪽 바지에 든 동전의 개수로 그날의 점수를 매긴다.
공문선
커뮤니케이션 클리닉 원장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국민은행, 마이크로소프트코리아 등 국내 100여 개 대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 클리닉’이라는 주제로 활발한 강의를 펼치고 있다. 또 KBS ‘아침마당’과 ‘여성공감’, EBS FM ‘직장인 성공시대’에서 기분 좋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는 ‘통쾌한 대화법’, ‘히든 커뮤니케이션’, ‘컨펌을 이끌어내는 기술’이 있다.
/ 여성조선
글 성재경 사진 이상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