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40년 클린룸 기술
신성이엔지
경기도 용인의 나지막한 구릉 위에 현대식 공장이 지어지고 있다. 호텔급으로 지어지는 이 공장은 신성이엔지가 심혈을 기울여 짓고 있는 스마트공장이다. 이 공장에 설치될 장비를 최신식으로 갖추기 위해 2016년 7월 현재 신성이엔지 관계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3D프린터를 비롯한 첨단장비를 알아보는 중이다. 기존의 음성 공장 및 중국 공장에 이어 또다시 지어지는 공장이다.
경부고속도로 판교인터체인지 부근에 본사를 둔 신성이엔지(회장 이완근,대표 안윤수)는 클린룸을 만드는 기업이다. 소비재를 생산하는 업체가 아니어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전 세계 반도체 및 LCD 업체들 가운데 이 회사를 모르는 곳은 없다. 클린룸시스템분야에서 정상급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설비는 크게 클린룸시스템과 태양광 관련 공장건설사업 등이다. 클린룸시스템은 외부공기를 깨끗하게 걸러서 공장 내부로 보내주는 팬필터유닛(FFU)과 공조기기인 에어핸들링유닛, 습도조절기인 드라이코일, 옷의 먼지를 제거하는 에어샤워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도체 공장이나 LCD 공장, 제약 공장은 초청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작은 먼지 하나가 제품을 불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성이엔지는 이 같은 청정상태를 유지하는 핵심설비를 제작, 설치하고 있다
공기청정 기술은 첨단제품 생산의 필수요소
안윤수 대표는 공기청정기술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가 하루에 섭취하는 음식물은 1리터, 수분은 2리터라고 합니다. 음식이 없다면 30일, 물이 없다면 5일을 버티기 힘듭니다. 공기는 더 중요합니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무려 2만 리터의 공기를 마시고, 공기가 없다면 3분을 넘길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공기는 눈에는 안 보이지만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공기가 미세먼지, 유해가스 등으로 오염돼 우리의 삶과 정밀도를 요구하는 첨단제품의 질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신성이엔지는 오염된 공기를 처리하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듦으로써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신성이엔지는 지난 39년간 고효율 청정 시스템, 최적 에너지 공조시스템,플랜트 엔지니어링 및 정밀 시공시스템을 구현했다. 시스템 기획 단계에서부터 설계, 생산, 시공, 사후관리에 이르는 최적의 생산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의 성공을 실현하는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 평판디스플레이,화학 및 나노산업 분야에 적용되는 클린룸기술은 공정 내부공기의 온도 습도 및 미세먼지를 인위적으로 조절해 청정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고객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설계 및 경제성을 제공하고 있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태양전지,모듈 등의 공장건설 및 발전시스템 시공 사업을 영위한다. 관계사인 신성솔라에너지와 함께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성이엔지의 매출(연결 기준)은 2015년 2093억원에 달했고, 수출은 2014년 679만 달러에서 2015년 1402만 달러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회사 측은“수출 향상은 베트남과 중국에서 이끌었다”며 “베트남은 삼성전자에서 휴대전화 공장 투자를 진행하면서 2014년보다 500%이상 성장한 418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이뤘고 중국에서는 현지 기업들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2014년 대비 50%이상 성장한 761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수출 주요 품목은 클린룸 장비와 설치건설공사 등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물론 해외 선진기업들도 고객
신성이엔지의 고객은 삼성·LG·SK하이닉스·케이씨텍 등 국내 업체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미국), 도시바(일본), 대만 및 중국기업 등 다양하다. 신성이엔지가 생산하는 제품은 팬필터유닛(FFU), 휘발성물질 제거장비(V-master), 외기조화기(Outdoor Air Control Unit), 에어샤워, 순수분무 시스템(Water Showering System), 액세스플로어 오염물질제거기 등이다. 이중팬필터유닛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공기를 정화해 청정한 공기를 공급하는 핵심장비다. 휘발성 물질제거장비는 회전식 로터(Rotor)를 이용해 공기 중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없애는 장비다. 외기조화기는 외부 공기를 실내 또는 일정한 공간의 사용 목적에 접합하게 공급해주는 공조기다. 이 기기는 반도체, LCD 및 기타 클린룸 내부 양압 및 습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신성이엔지의 외기조화기는 대기오염(가스, 먼지) 성분 제거가 주목적인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에어샤워기는 청정작업실에 입실 시 외부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비다. 순수분무시스템은 맑은 물을 분무해 공기를 통해 유입되는 화학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장비다. 이밖에 액세스플로어 오염물질 제거기는 장비 및 공정에서 발생한 휘발성 물질과 오염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며 필요한 부분의 공기흐름도 제어하는 장비다. 신성이엔지는 ‘미세먼지 가시화시스템(Fine Particle Visualization System)’도 공급한다. 미세먼지가 레이저와 부딪혀 산란되는 미약한 산란광을 영상화해 미세먼지를 가시화하는 시스템이다.
미세먼지 발생 및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촬영도 할 수 있다. 신성이엔지는 이들 기술개발을 위해 기술연구소를 두고 있다. 환경분야 관련 장비, 청정 관련 장비, 에너지 절약 기술, 오염 분석 및 제어 기술을 연구 및 개발하는 곳이다.
공장 야전침대에서 자며 개발 지휘… 1년 만에 제품 국산화
신성이엔지 창업자는 성균관대 교육학과를 나온 이완근 회장(신성이엔지 회장 및 신성솔라에너지 회장)이다. 그는 경원세기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과장을 끝으로 그만둔 그는 잠시 자영업을 하다가 77년 신성이엔지를 세워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서울 관철동에서 냉동기, 공조기기를 수리하거나 조립·생산하는 일을 시작했으며 점차 항온항습기 등으로 넓혀나갔다. 80년대 초 획기적인 발전을 할 수 있는 전기를 맞이한다. 삼성전자로부터 클린룸설비를 개발해 달라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조건은 공장건설 스케줄을 감안해 1년만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 참여키로 결심을 굳히고 장비업체를 물색하던 중이었다. 메모리반도체사업 자체가 국내에서 처음 시행돼 장비업체가 있을 리 없었다. 당시 신성이엔지는 공조기기업체로 국내에서 정상급을 달리던 기업이었다. 이 회장은 항온항습기, 냉동공조기기 사업을 해 온 경험을 토대로 클린룸도 충분히 개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제의를 수락했다.
일은 간단치 않았다. 초청정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선 입방피트 당 먼지를 10개 이하로 유지해야 했다. 먼지가 수천만 개 날아다니는데 이를 10개 이하로 잡는 것은 첨단기술이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는 선진업체를 분석한 뒤 기술제휴를 맺어 이를 해결하려 했으나 누구도 응해주지 않았다. 실의에빠진 그에게 번개처럼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그는 우선 연구소를 설립, 박사·석사급의 우수인력을 모았다. 이 연구원들을 수십 차례 해외로 보내 관련자료를 수집했다. 주변기술에 관해선 기술제휴를 쉽게 맺을 수 있었다. 문제는 팬필터유닛과 실링터널모듈(CTM)과 같은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일이었는데 이게 벽에 부딪혔던 것이다.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는 ‘트로이목마’였다. 해외 선진업체에 잠입해 공장을 살펴보는 일이었다. 연구원들은 이미핵심기술과 주변기술을 이론적으로 파악한 상태여서 생산 공정을 한 번만 둘러봐도 제품생산과 관련된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국산화 작업은 시작됐다. 이회장은 당시 공장이 있던 반월공장에 야전침대를 들여다 놓고 퇴근도 하지 않은 채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결국 1년 만에 제품을 생산해 납품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에 납품한 뒤 80년대 말에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에도 잇따라 공급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반도체업체에 납품한 실적은 외국 업체에 보증수표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대만, 홍콩, 미국의 반도체와 컴퓨터장비업체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UL마크와 ISO 인증도 받아 공신력을 높였다. 설비 국산화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이 회장은 2005년 기업인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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