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온열질환 등 폭염 사망 최소 16명… 지자체, 드론-냉각 매트리스 등 긴급 대응
[극한기후 빨간불]
농사일하다 사망한 고령층 잇따라
“어르신들은 당분간 밭일 등 자제를”
공항에 몰린 피서 인파 전국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든 3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부에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이 모여 쉬고 있다. 기상청은 1, 2일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오르고 소나기로 인해 습도까지 높아 매우 무더울 것으로 예보했다. 인천=이한결 기자
폭염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29∼31일 사흘 동안 최소 16명이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년 동안 온열질환 사망자가 9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폭염 피해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홀몸노인 등 폭염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긴급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31일 소방 등의 통계를 종합하면 지난달 29∼31일 최소 16명의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특히 폭염에 취약한 고령층이 논밭에서 일을 하다가 사망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5시 13분경 경남 남해군 남면에서 밭일을 하던 A 씨(83)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 씨는 주변의 만류에도 오전 10시부터 밭일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경남도는 A 씨의 사인을 폭염에 따른 온열 질환(열사병)으로 분류했다.
이 밖에도 경남 밀양시와 남해군에서도 농사일을 하던 남성(51)과 여성(82)이 각각 숨지는 등 경남에서만 3명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경남도 관계자는 “농사짓는 분들은 아무리 더워도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 만류하기가 어렵다”면서도 “어르신들은 당분간 폭염 시 농사일을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7시경 충남 서천군 서천읍의 산에선 벌초 작업을 하던 60대가 쓰러져 숨진 채 발견됐다. 검안 결과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으로 판명됐다.
온열질환자 수도 급증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 26∼30일 닷새간 병원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357명으로 집계됐다. 장마 기간인 지난달 22∼25일에는 하루 10명 안팎으로 발생했으나 지난달 26일부터는 하루 40∼70명대로 온열질환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30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 수는 1117명에 달한다.
각 지자체는 폭염 피해를 낮추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부산시는 야외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 위해 드론을 운용하고 있다. 기장군과 강서구 등 농어촌에 드론을 띄워 작업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차량으로 현장을 둘러보는 데 한계가 있어 드론을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주 대구 울산 등에선 거리에 물을 안개처럼 분사하는 쿨링포그를 운영 중이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거리를 지나는 보행자의 체감온도를 최대 5도까지 낮출 수 있다. 세종시는 온열환자 구조에 최적화된 냉각 매트리스를 갖춘 구급대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등은 버스정류장 120곳에 온도에 따라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쿨링의자를 선보였다. 은평구는 버스정류장에 냉방시설을 갖춘 스마트 쉼터를 운영 중이다.
1일부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행사를 여는 전북도도 폭염 사고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여의도 3배 면적에 세계 각국에서 청소년과 지도자 4만3000여 명이 모이는 행사다. 전북도 관계자는 “텐트 20개당 가로세로 5m 크기의 대형 텐트 2개씩을 설치해 참가자들이 그늘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안개 분사 시설도 확충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31일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 및 지자체와 폭염상황 대응 긴급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전혜진 기자, 남해=도영진 기자, 전주=박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