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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여행하다 보면 가끔 그런 곳이 있다. 지금 여기서 찍는 사진이 '인생샷'이 되겠구나, 하는 느낌이 드는 곳. 이 사진을 SNS에 올리면 '좋아요' 100개는 받겠구나, 싶은 곳. 몇 해 뒤에 이 사진을 다시 보면 한동안 살아갈 힘이 나겠구나, 하는 곳. 2017년 7월에 문을 열자마자 데이트 성지가 된 단양 수양개빛터널이 그런 곳이다. 몽환적 멀티미디어 공간인 빛 터널과 5만 송이 LED 장미가 빛나는 비밀의 정원에선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환상적인 야경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낮에는 수양개역사문화길에서 남한강 잔도를 걷고,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 구름 위의 아찔함을 맛보자. 청풍호관광모노레일로 짜릿한 스릴까지 즐기면 최고의 가을 여행이 완성된다.
<여행 코스>
1일차
11:00 단양 다누리아쿠아리움(4.5km, 약 10분) → 14:00 수양개역사문화길(2.7km, 약 13분) → 15:30 만천하스카이워크(4.5km, 약 17분) → 17:00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50m, 도보 약 1분) → 18:00 수양개빛터널
2일차
10:00 도담삼봉(19.9km, 약 32분) → 12:00 제천 청풍문화재단지(5.9km, 약 10분) → 14:00 청풍호관광모노레일(비봉산)
<1일차>
대한민국 최고의 민물고기 생태관, 다누리아쿠아리움
남한강이 굽이쳐 흐르는 단양에 가면 천연기념물 190호이자 '남한강의 황제'라 불리는 황쏘가리 조형물이 눈에 띄는 다누리아쿠아리움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 민물고기 생태관'이란 홍보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입구로 들어가 총 1100여 t에 달하는 173개 수조와 차례로 마주하면 '국내 최대 규모'라는 문구가 실감 난다.
수심 8m, 수량 651t 메인 수조는 압도적인 규모뿐만 아니라 크기와 모양이 다양한 민물고기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양한 수조가 유기적인 동선을 이루는 세련된 전시 스타일도 몰입감을 높인다. 남한강을 비롯해 국내 어류 95종, 1만 8500여 마리를 둘러보면 "우리나라에 사는 민물고기가 이렇게 많다니!"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아마존강의 피라루쿠,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폐어 등 해외 민물고기까지 더하니 즐거움은 배가된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시간을 충분히 갖고 둘러보는 것이 좋을 듯. 물고기 관련 서적이 있는 도서관, 디지털 정보관, 4D 체험관, 스카이라운지, 낚시박물관 등은 덤이다.
주소 충북 단양군 단양읍 수변로 111
문의 043-423-4235
홈페이지 다누리아쿠아리움 www.danuri.go.kr/aqua
이용 시간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성수기 09:00~20:00
휴무 월요일
입장료 어른 1만 원, 청소년 7000원, 노인·어린이 6000원
할인 정보 입장료 25%(어른 1만→7500원, 청소년 7000→5500원, 노인·어린이 6000→4500원) 할인(중복 할인 불가)
[왼쪽/오른쪽]다누리아쿠아리움의 상징, 황쏘가리 조형물 / 아마존강의 피라냐
[왼쪽/가운데/오른쪽]강물의 생태를 볼 수 있게 꾸민 전시관 / '남한강의 황제' 황쏘가리 전시실 / 철갑상어는 강물에 사는 상어다.
절벽 따라 이어지는 단양의 잔도, 수양개역사문화길
잔도(棧道)는 벼랑처럼 험한 곳에 낸 길이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잔도는 유방이 항우의 명에 따라 파촉으로 들어가며 건넌 길을 꼽을 수 있다. 천하 통일을 꿈꾸던 항우는 유방을 견제하기 위해 파촉으로 갈 것을 명했고, 유방은 항우를 안심시키기 위해 잔도를 건넌 뒤 불태워버렸다.
최근 단양에 파촉의 잔도에 버금가는 길이 생겼다. 남한강 절벽을 따라가는 잔도로, 2017년 9월 1일에 길이 열렸다. 공식 명칭은 '수양개역사문화길'. 구석기시대부터 원삼국시대까지 유물이 발견된 단양군 수양개마을을 따라 길을 내면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총 1.2km 수양개역사문화길 중 절벽 허리를 가로지르는 잔도는 800m에 이른다. 길 중간에 발아래가 훤히 보이는 구간도 있어 스릴을 더한다. 1km 남짓한 거리가 짧게 느껴진다면 수양개역사문화길과 연결되는 '느림보강물길'을 걸어도 좋다.
주소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문의 043-422-1146
이용 시간 상시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왼쪽/오른쪽]잔도는 벼랑을 따라 800m 정도 이어진다. / 아래를 볼 수 있는 바닥이 스릴을 더한다.
[왼쪽/가운데/오른쪽]수양개역사문화길은 만천하스카이워크로 연결된다. / 벼랑이 없는 구간은 긴 다리를 세웠다. / 잔도는 어린아이도 걸을 수 있을 만큼 평탄하다.
남한강의 절경이 내 발아래, 만천하스카이워크
만천하스카이워크라, 이름부터 호연지기가 느껴진다. 실물을 보면 과연 '명실상부'란 말이 실감 난다. 만학천봉 정상에 높이 25m 전망대가 솟았고, 그 꼭대기에 세 방향으로 하늘 길이 났다. 스카이워크 유리 바닥 위를 걷다 보면 120m 수직 낙하의 절경이 펼쳐진다. 굽이치는 남한강이 단양을 휘감아 흐르고 산 너머 산이 이어지는데, 저 멀리 소백산 연화봉까지 보이니 만천하가 내 발아래 있는 듯하다. 전망대 아래서 스카이워크까지 올라가는 길 또한 사방이 뚫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한 발짝 오를 때마다 스릴이 넘친다. 스카이워크에 오르기 직전, 커다란 날개 모양 포토 존에서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새가 된 느낌이다.
진짜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면 전망대 바로 옆에 있는 짚와이어를 이용하자. 남한강으로 내려가는 980m 구간을 쇠줄 하나에 의지해 날아갈 수 있다. 스카이워크와 짚와이어 모두 오후 6시까지 운영하지만(동절기 오후 5시), 주말에는 짚와이어가 조기 매진될 수 있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2018년에는 시속 40km로 질주하는 모노레일 '알파인코스터'도 운행할 예정이다.
주소 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94
문의 043-421-0014~5
홈페이지 만천하스카이워크 www.mancheonha.com
이용 시간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10:00~17:00
휴무 월요일
입장료 어른 2000원, 노인·청소년·어린이 1500원(짚와이어 이용 시 무료, 짚와이어 3만 원)
[왼쪽/오른쪽]남한강과 다리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깝다. / 긴 나무 계단을 오르면 전망대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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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가운데/오른쪽]스카이워크로 올라가는 중간의 포토 존 / 바닥이 철망과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아래가 까마득하게 보인다. / 전망대에 오르는 길도 전망이 좋다.
태고의 숨결을 찾아서,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수양개는 남한강이 굽이치는 단양의 자그마한 강변 마을이다. 1980년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수몰 지구에 대한 문화 유적 발굴 조사를 시작했는데, 수양개마을에서 구석기시대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까지 총 12차에 걸친 발굴에서 석기 유물뿐 아니라 원삼국시대의 집터와 토기 등이 발견되었다. 덕분에 단양은 우리나라 선사 문화의 발상지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06년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을 전시하는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이 세워졌다.
전시관 로비에 들어서면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사냥한 매머드 화석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그 옆으로 새끼처럼 느껴지는 코뿔소 화석도 보인다. 1층 제1전시실에는 단양 지역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의 유물과 유적이 있다. 석회암이 발달한 지역에는 동굴과 바위 그늘이 많아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이어지는 제2전시실에는 수양개 지역 석기 제작소 50여 곳에서 만들어진 각종 유물을 볼 수 있다. 주먹도끼, 슴베찌르개, 밀개 등 교과서에서 본 유물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소 충북 단양군 적성면 수양개유적로 390
문의 043-423-8502
홈페이지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 suyanggae.go.kr
이용 시간 09:00~23:00
휴무 월요일
입장료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800원(수양개빛터널 관람 시 무료)
[왼쪽/오른쪽]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은 수양개빛터널 입구를 겸한다. / 로비에서 매머드와 코뿔소 화석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왼쪽/가운데/오른쪽]구석기시대부터 원삼국시대의 유물을 볼 수 있다. / 순록의 뼈로 만든 골각기 / 구석기시대 마을의 영상과 디오라마
가을밤의 환상 여행, 수양개빛터널
수양개선사유물전시관에서 연결된 통로를 빠져나오면 수양개빛터널이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져 수십 년간 방치된 수양개터널이 2017년 7월 1일, 수양개빛터널로 다시 태어난 것. 길이 200m, 폭 5m 터널에 환상적인 조명과 영상, 몽환적인 사운드까지 더해 멀티미디어 공간을 만들었다. 건물의 외벽을 스크린처럼 꾸미는 미디어 파사드, 프로젝터로 다양한 영상 이미지를 구현하는 프로젝션 매핑, 3D 홀로그램, 증강 현실 등 첨단 기술을 총동원하여 교육, 문화·예술, 자연 친화, 복합 휴게 등 5개 테마로 꾸몄다.
터널의 문을 열고 들어가 LED 조명으로 둘러싸인 다리를 건너면 빛과 소리가 빚어내는 꿈의 세계가 펼쳐진다. 홀린 듯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이상한 나라에 온 앨리스가 된 기분. 터널 가득 매달린 수천 개 전구의 빛이 바뀔 때마다 터널 속 세상도 변한다.
꿈에서 깨어난 듯 빛 터널을 빠져나오면 5만 송이 LED 장미가 가득한 비밀의 정원이다. 탄성과 함께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사람들을 따라 휴대폰을 꺼내면 어디를 찍든 환상적인 야경이다. 꽃밭 곳곳에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 아름다운 발레리나, 거대한 커플링 등 일루미네이션 조형물이 분위기를 더한다.
주소 충북 단양군 적성면 수양개유적로 390
문의 043-421-5453
홈페이지 수양개빛터널 ledtunnel.com
이용 시간 토요일·공휴일·성수기 13:00~23:00, 일요일·평일 13:00~22:00
휴무 월요일(성수기 제외)
입장료 어른·청소년 9000원, 어린이 6000원
할인 정보 입장료 1000원(어른·청소년 9000→8000원, 어린이 6000→5000원) 할인(쿠폰 1매당 1인 할인, 할인 쿠폰 제시)
[왼쪽/오른쪽]거대한 커플링 조형물을 통해 본 비밀의 정원 / 터널 입구의 LED 장미 꽃길
[왼쪽/가운데/오른쪽]터널 전체가 거대한 포토 존이다. / 환상적인 조명과 몽환적인 음악이 어우러진다. / 어둠이 깔리면 5만 송이 LED 장미가 피어난다.
<2일차>
단양팔경 중 으뜸, 도담삼봉
남한강과 소백산을 품은 단양은 예부터 절경이 많기로 유명하다. 옛사람들은 아름다운 풍경 가운데 여덟 곳을 '단양팔경'이라 불렀다. 도담삼봉은 그중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지금도 옛사람들이 감탄해 마지않은 모습 그대로 단양읍 도담리를 에둘러 흐르는 남한강 한복판에서 크고 작은 세 봉우리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자태를 뽐낸다. 가운데 가장 큰 봉우리에는 자그마한 정자가 있는데, 남한강의 물안개 위로 떠오르는 해가 이곳에 걸려 빛나는 장면이 가장 아름답다.
도담삼봉이 잘 보이는 강변에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의 금빛 동상이 눈부시다. 그가 도담삼봉을 사랑하여 자신의 호도 '삼봉'으로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근거가 빈약하지만 정도전의 호도, 도담삼봉도 '삼봉(三峰)'이니 조금은 관계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도담삼봉에서 200m쯤 떨어진 곳에, 야트막한 산자락 하나를 넘어가면 자연이 만든 거대한 석문(石門)이 나오는데, 이 또한 단양팔경이다.
주소 충북 단양군 매포읍 삼봉로 644-13
문의 043-422-3033
이용 시간 상시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
[왼쪽/오른쪽]액자 속 도담삼봉은 한 폭의 그림이다. / 도담삼봉 인근에 있는 삼봉 정도전 동상
[왼쪽/가운데/오른쪽]또 다른 단양팔경, 석문 / 동상 옆에는 정도전의 시비가 있다. / 도담삼봉 입구
수몰 지구가 남긴 '역사 종합 선물 세트', 청풍문화재단지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단양군 수양개마을과 제천시 청풍면 일대가 물에 잠겼다. 청풍면에는 고려 시대 관아의 연회 장소로 세워진 청풍 한벽루(보물 528호), 제천 물태리 석조여래입상(보물 546호), 청풍향교(충북유형문화재 64호) 등 문화유산과 고택, 석물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중요한 문화재들을 인근 산자락에 옮겨놓은 것이 청풍문화재단지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문화유산을 한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수몰 지구가 남긴 '역사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할까. 조선 시대 청풍부의 관문이던 팔영루(충북유형문화재 35호)는 청풍문화재단지의 정문이 되었다. 늘어선 송덕비와 선정비를 따라 조금 더 오르면 사또와 아전, 포졸 인형이 있는 관아 건물이 나오고, 그 곁에 청풍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한벽루가 자리 잡았다. 한벽루 2층에 오르면 옛집 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청풍호의 절경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청풍문화재단지 곳곳에 구절초, 해국, 쑥부쟁이 꽃밭과 영산홍 길, 진달래 길 등 꽃길이 조성되었다. 단지 뒤쪽에 서로 다른 두 나무가 중간에 합쳐진 연리지도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주소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로 2048
문의 043-641-6734
이용 시간 하절기 09:00~18:00, 동절기 09:00~17:00
휴무 연중무휴
입장료 어른 3000원, 군인·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 할인 정보 입장료 50%(어른 3000→1500원, 군인·청소년 2000→1000원, 어린이 1000→500원) 할인
[왼쪽/오른쪽]조선 시대 청풍부의 관문이던 팔영루 / 청풍면에서 발견된 고인돌
[왼쪽/가운데/오른쪽]고려 시대 관아의 연회 장소로 세워진 한벽루 / 단청이 아름다운 한벽루의 대들보 / 청풍호의 그림 같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느려도 스릴 만점 롤러코스터, 청풍호관광모노레일
청풍호 중앙에 있는 도곡리에서 해발 531m 비봉산 정상까지 왕복 약 5km를 운행하는 체험형 모노레일이다. 비봉산은 새가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 도곡리에서 비봉산 정상까지 한 시간 등산할 거리를 20분 만에, 그것도 의자에 편히 앉은 채 다다를 수 있다(왕복 40분). 덕분에 몸이 약한 노약자나 어린이도 비봉산 정상 전망대에서 저 멀리 월악산의 풍경까지 즐기기 좋다. 단 2017년 말까지 비봉산 케이블카 공사 관계로 전망대에 정차하지 않고 순환 운행하니 주의할 것. 그래도 정상 근처에 이르면 속도를 늦춰 멀리 청풍호의 풍광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급경사를 따라 오르내리는 구간이 있어 천천히 운행하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나름의 스릴이 있다. 6명 정원인 차량 12대가 4분 간격으로 출발하는데, 주말에는 단체가 몰려 많이 기다리거나 못 탈 수도 있으니 인터넷으로 예약하는 것이 좋다. 비 예보가 있으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운행을 중단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전액 환불해준다.
주소 충북 제천시 청풍면 청풍명월로 879-17
문의 043-653-5120~4
홈페이지 청풍호관광모노레일 tour.jecheon.go.kr
이용 시간 09:00~16:00, 하절기 09:00~17:00
휴무 동절기(12~2월), 첫째·셋째 월요일
입장료 어른·청소년 4000원, 노인·어린이 3000원
[왼쪽/오른쪽]청풍호관광모노레일은 비봉산 정상까지 운행한다. / 6명 정원인 차량 12대가 4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왼쪽/오른쪽]안전띠만 하면 어린아이도 편히 탈 수 있다. /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경사가 급해 스릴 만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