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제15회 제천문화원 말하는 전시회 개막… 의료인·예술인 저항 역사 대거 공개
ㅣ의사 김필순·한의사 강우규부터 나운규·한형석까지… 18일까지 제천시민회관서 조명
조국의 광복을 위해 총칼을 쥔 투사들 곁에는 의술로 생명을 구하고 예술로 민족의 혼을 일깨운 수많은 숨은 영웅들이 있었다.
제천문화원은 10일 제천시민회관 1층 제1·2전시실에서 광복 81주년을 기념하는 ‘제15회 제천문화원 말하는 전시회’ 개전식을 열고 오는 18일까지 특별 전시를 개최한다.
‘독립을 향한 마음, 노래가 되고 처방이 되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일제강점기 의료인과 문화예술인들이 펼친 다채로운 항일 투쟁의 역사를 상세히 조명한다.
■의술과 의약품으로 지켜낸 민족의 생명
전시장 제1전시실에서는 환자 치료를 넘어 독립운동의 불씨를 지핀 의료인들과 의약기업 경영인들의 헌신이 돋보인다.
한국 최초의 면허 의사 중 한 명인 김필순은 세브란스병원 재학 시절부터 독립운동가를 치료했으며, ‘몽골의 슈바이처’로 불린 이태준은 몽골 국왕의 어의로 활동하며 의열단 등 무장 독립투사들을 지원했다. 한국인 최초의 미국 의사이자 독립신문을 창간한 서재필, 여성 의학 교육을 이끈 김탁원, 결핵퇴치운동에 앞장선 문창모 등의 발자취도 함께 소개된다.
한의사와 기업가들의 기여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백발의 한의사 강우규는 65세의 나이에 서울역에서 신임 조선 총독 사이토에게 폭탄을 던지며 강렬한 의기를 보여주었고, 신광렬은 무장독립군 군의관으로 활약했다. 또한 동화약방을 설립한 민강은 대표 상품인 활명수 판매 수익으로 임시정부 연통부 활동과 자금을 지원했으며,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은 기업 경영 수익을 독립운동에 보태고 임시정부의 비밀작전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선율과 스크린에 담아낸 항일의 의지
제2전시실에서는 노래와 영화, 연극을 통해 일제 탄압에 맞선 문화예술인들의 저항 정신이 펼쳐진다.
한국광복군 제2지대 문화공작대장이었던 한형석은 가극 <아리랑>을 작곡·지휘하며 음악을 통해 독립군과 한인들의 사기를 높였고, 이범석 장군은 독립군 가사인 <기전사가>를 작사해 투쟁 의지를 고취했다. 독립운동가 안창호 역시 다양한 애국창가의 노랫말을 지어 민족의 혼을 일깨웠다.
영화와 연극 무대 역시 강력한 저항의 도구였다. 영화인 나운규는 대표작 <아리랑>을 통해 민족의 한과 저항 의식을 스크린에 담아냈고, 윤봉춘과 정기탁 등은 영화 제작과 연기를 통해 국내외에 대한민국 독립의 정당성을 알렸다. 연극계에서는 윤봉길과 송면수 등이 대중극을 통해 한중 공동 항일 투쟁의 기반을 다지는 등 예술로 겨레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제천의 역사적 의미와 시민 참여형 상생 전시
이날 개전식에서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제천지역이 품고 있는 8월의 뼈아픈 역사를 강조했다. 윤 원장은 “1907년 8월 15일은 제천의병 연합부대가 일본군에 맞서 천남전투에서 첫 승리를 거둔 뜻깊은 날이지만, 이에 분개한 일본군이 8월 23일 제천을 초토화시켜 지도에서조차 사라지게 만든 비극의 달이기도 하다”며 “8월 15일과 23일의 잊을 수 없는 역사를 상기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해 매년 행사를 열고 있다”고 행사 개최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한 행사의 명칭에 대해 “말하는 전시회란 해설과 이야기를 통해 문화적 의미를 마무리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천 제천시장을 대신해 참석한 송경순 문화복지국장은 대독 축사에서 “생명을 지키는 의료와 역사를 지키는 문화가 만나 지역이 함께 만들어가는 상생의 전시 모델을 보여주셨다”며 “이러한 협력이 앞으로도 우리 제천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성진 제천시의회 의장 역시 서재필 선생을 언급하며 “글로 민중을 깨우고 의술로 생명을 돌보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서재필 선생님의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고 말했다.
손애진 충북북부보훈지청장은 “오늘의 대한민국은 각자의 자리에서 조국을 위해 헌신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며 “이번 전시가 독립운동의 역사를 폭넓게 이해하고 공동체를 위한 헌신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18일까지 이어지며 자외선 태극기 팔찌 만들기, 독립운동가 명언 쓰기 등 시민들을 위한 무료 체험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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