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18번째 절기인 상강입니다. 상강은 한자로 서리 상, 내릴 강, 서리가 내린다는 말인데요. 서리가 내리려면 기온이 제법 낮아져야 하니, 머지 않아 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징조입니다. 예로부터 상강은 벼농사를 마무리하는 시기로 알려졌습니다.
상강은 결혼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봄을 결혼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옛날에 결혼의 계절은 겨울이었습니다. 중국 고전 《순자(荀子)》 <대략편(大略篇)>에 “서리가 내리면 아내를 맞이하고, 얼음이 녹으면 그만둔다.”고 하였습니다. 서리 내리는 늦가을부터 얼음이 녹는 봄이 오기 전까지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시말해 가을과 겨울이 결혼하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말인데, 어째서 그럴까요?
《공자가어(孔子家語)》라는 책에 따르면, 서리가 내리면 누에치기 하던 여자들은 할 일이 끝나고, 봄이 오면 남자들은 농사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여자들은 서리가 내리면 뽕잎이 시드니 누에를 칠 수가 없습니다. 뽕잎이 새로 돋는 봄이 올 때까지 할 일이 없습니다. 남자들도 서리가 내리면 농사가 끝나니, 역시 이듬해 봄까지 할 일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 농한기입니다. 상강은 농한기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이므로 서리가 내리는 상강부터 이듬해 봄까지가 결혼하기에 적당한 시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강이 되면 처녀 총각들은 마음이 싱숭생숭해졌지요. 먹고 살기 바빠서 농한기가 되어야 겨우 짬이 나서 결혼식을 올리던 어려운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1년 열두달 쉬지않고 일해야 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농한기라는 것이 따로 없습니다. 그래도 날씨가 추워지면 한결 더 외로워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짝이 없어 외로운 마음을 표현할 때 흔히 옆구리가 시리다고 하지요. 날은 추워지는데 곁에 있어줄 사람이 없으니 몸도 마음도 차갑다는 뜻입니다. 짝 없는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친구도 가족도 없이 고독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겨울이 더욱 춥습니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외로운 사람들에게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리가 내리면 아내를 맞이하고, 얼음이 녹으면 그만둔다.”
霜降逆女, 氷泮殺止(《荀子》 <大略>)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