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께
법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위하여 한 손에는 저울을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살아오신 재판장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현재 진행 중인 두물머리에 대한 2개의 가처분 신청, 즉 경작금지 가처분과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며 탄원서를 제출하오니 부디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현 정권에 의해 4대강 사업이 시작되고 곧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한강 살리기 1공구’였던 두물머리는 아직 공사가 시작되지 않고 유기농지로 남아있습니다. 유기농의 발원지로 3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두물머리를, 자전거도로와 공연장 등 위락시설로 만들겠다고 했던 정부의 사업계획은 처음부터 방향 설정이 잘못되었던 것 같습니다.
두물머리 사람들은 지난 4년간 다양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알려왔습니다. 청와대까지 삼보일배, 국토관리청 앞 단식농성, 국회 토론회, 시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서울 곳곳에 현수막을 걸기도 하였습니다. 두물머리 미사 터에는 800일이 넘도록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두물머리의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두물머리를 알게된 연구자들은 농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정부의 사업계획을 반영하면서도 두물머리의 역사와 이 곳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는 하천공동체 모델로서 <두물머리 대안>을 발표하였습니다.
진실한 마음들이 모아진 결과, 지난 4월의 총선에서는 대부분의 야당(민주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녹색당)이 <두물머리 대안>의 실현을 총선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반면에 ‘두물머리 자전거도로의 시급한 건설’ 같은 공약은 어느 정당도 내걸지 않았습니다. 비단 두물머리의 문제 뿐만이 아닙니다. 6월에 새로 열릴 19대 국회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을 예고하고 있고, 이를 응원이라도 하듯이 지난 2월 부산고법에서는 4대강 사업이 위법하다는 판결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특히 시급성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시급한 사업인 것처럼 국민들을 속여 ‘예비타당성 조사’ 등 중요한 절차를 고의로 누락시켰다고 재판부는 지적하였습니다.
덧붙여서 사회적 합의 과정의 누락이야말로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두물머리는 지금 한창 그 과정을 밟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곧 있을 대법원 판결과 점용허가의 기간, 새로운 국회의 시작 등을 감안해보면 이 사회적 토론의 시한도 얼마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물머리에 대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지난 4년을 준비하여 이제 막 무르익고 있는 우리 사회의 공론장이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두물머리에 예고되고 있는 자전거도로 공사의 시급성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됩니다. 2010년 두물머리를 방문했던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은 ‘유기농지 없애고 만드는 자전거도로 필요없다’고 외치며 광화문에서 두물머리까지 자전거 행진을 하였습니다. 그 때도 지금도 자전거는 두물머리까지 잘 달릴 수 있습니다. 자전거도로가 없어서 천재지변이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두물머리 유기농지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정당들은 두물머리에 대한 사업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는 총선 공약의 실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도 그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미래의 판결로 남아있습니다. 이렇듯 두물머리를 둘러싼 사회적, 정치적, 법적인 과정들이 그 마무리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입니다. 이 와중에 두물머리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2개의 가처분은 이유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재판장님의 판결로 법과 정의가 실현된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재판장님의 현명한 판결을 바라오며, 두물머리에 대한 2개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12. 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