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빙 요청을 받은 목사가 감리회 소속이라면 준비해야 할 것은 이력서만이 아니다. 은퇴하는 목사가 있는 교회로 간다면 예우금 명목의 선교 헌금을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져 오던 선교 헌금은 오금리교회 분쟁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 담임목사와 교회 측은 선교 헌금 1억 5000만 원 지급 문제를 놓고 1년간 갈등을 벌여 오고 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최근 서울 강서구에 있는 A교회 수석장로는, 교인 1만 명이 넘는 B교회 측으로부터 제의를 받았다. B교회의 부목사를 담임목사로 받아 주면 A교회에 헌금 3억 원을 내겠다고 했다. A교회의 담임목사직이 공석인 것과 부채를 떠안고 있는 것을 알고 제안해 온 것이다.
교인이 50명도 안 되는 시골에 있는 C교회는 담임목사의 은퇴를 앞두고 있다. 교회는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목사에게 퇴직금을 줄 형편이 못 된다. 이 사실을 안 D교회는 '선교 헌금' 1억 원을 지원할 테니 자기 교회 담임목사를 C교회 후임으로 받아 달라고 요청해 왔다.
사례에 나온 교회는 모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전용재 감독회장) 소속이다. 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선교 헌금은 관행이다. 주로 부자 교회와 가난한 교회 간에 오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관례를 앞세우며 교회에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목사도 있다.
경기도 고양시 관산동에 있는 오금리교회는 정 아무개 전 담임목사와 1년간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교회 측 진 아무개 장로는 지난해 11월 정 목사에게 1억 5000만 원의 선교 헌금을 주기로 각서를 썼다. 교회 측은 보름 안에 헌금을 지급하고, 정 목사는 헌금을 받는 즉시 교회를 떠나기로 했다. 그러나 교회 측은 교인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를 들며 헌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고, 정 목사는 선교 헌금이 있어야 다른 교회로 갈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갈등 불러 온 교회 건축
지난 2009년 7월 부임한 정 목사는 예배당 건축 문제로 교인들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오금리교회는 2007년 토지 보상금을 받아 삼송지구에 313평의 부지를 매입했다. 이 사실을 안 정 목사는 "교회를 짓기 위해 왔다", "교회 건축이 소원이었다"면서 5층짜리 예배당을 짓자고 교인들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건축 예산이 준비돼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며 교인들은 반대했다.
교인들은 이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정 목사의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한다. 강 아무개 권사는 정 목사가 설교를 이용해 섬기기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목사에게 '축복권'과 '저주권'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택에 과일을 올리고, 식사 대접을 자주하라 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정 목사 '면직'을 위한 이임 구역회를 요청했다. 당시 고양지방회 감리사 이 아무개 목사는 지난해 5월 4일 구역회의를 열어 정 목사를 이임 처리했다. 9명의 회원이 전원 참석한 가운데 안건은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대신 정 목사에게 두 달간의 말미를 주고 남은 기간 동안 사례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오금리교회는 진 장로를 대표로 세우고, 후임 목사 청빙 작업에 들어갔다.
교회는 두 차례에 걸쳐 새 담임목사 청빙을 위한 부임 구역회를 개최했지만, 정 목사와 그를 지지하는 일부 교인들의 방해로 구역회는 무산됐다. 정 목사는 "다른 교회 목사와 임지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교회를 옮겨야 한다. 하지만 교회가 이를 성사시켜 주지 않아 나를 지지하는 교인들이 반대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 측은 다급해졌다. 헌법에는 교회가 6개월 이내에 담임목사를 청빙하지 못하면 감독이 직권으로 담임을 파송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직접 목사를 뽑기 원했던 교회 측은 10월 31일, 선교 헌금 지급에 관한 합의 각서를 썼다.
오금리교회는 11월 4일 부임 구역회를 열어 필리핀 선교사 출신 양 아무개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했다. 이후 정 목사에게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자는 안건을 놓고 회의를 가졌지만, 교인들의 반대는 거셌다. 7:6으로 안건은 통과했지만, 선교 헌금은 1억 5000만 원이 아닌 전별금 명목으로 5000만 원만 지급하기로 했다. 정 목사에 대한 교인들의 반감이 컸고, 재정 형편을 고려해 결정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각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이를 부결시켰다. 이 목사는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1억 5000만 원을 주기로 양측이 합의한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갈등은 고소로 이어졌다. 지난 2월, 양 목사와 진 장로, 강 권사 등 오금리교회 측은 이 감리사와 정 목사, 이 이무개 원로장로를 업무방해 및 공갈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양 목사 측이 낸 소장에는 오금리교회가 선교비 명목으로 1억 5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현재 정 목사가 머무르는 사택과 집무실을 비우지 않는 방법으로 교회 업무를 방해하겠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4월 28일 경찰은 피의자들을 불구속 기소로 검찰에 송치했다.
▲ 이 아무개 목사의 중재로 교회 측과 정 목사는 2013년 10월 31일 선교 헌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각서를 작성했다. 이후 교회 측은 협박과 회유에 따라 작성한 것이라면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목사와 정 목사는 상호 합의하에 작성·서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
정 목사, "5000만 원, 갈 곳도 없어"…교회 측 "현대판 성직 매매"
정 목사는 선교 헌금 1억 5000만 원을 받는 대로 강화도의 F교회로 갈 생각이었다. 선교 헌금은 은퇴할 F교회 목사 아파트 구입에 쓰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결국 다른 목사가 F교회에 부임했다. 5000만 원으로 부족했느냐는 질문에 정 목사는 "그 돈으로 갈 곳이 없다. 개척도 힘들다"고 말했다. 정 목사는 30년간 목회해 왔는데, 이번처럼 한순간에 목이 잘린 것은 처음이라며 억울해했다.
오금리교회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정 목사가 5000만 원의 전별금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로 부임한 양 목사는 선교 헌금은 현대판 성직 매매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양 목사는 "일부 교회는 담임목사를 맞바꾸는 대가로 웃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개혁은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불거지면서 중부연회(고신일 감독)도 난처한 입장이다. 선교 헌금 문제로 갈등을 빚은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박영근 총무는 "일반적으로 목회자 임면은 동시에 이뤄지는데, 오금리교회는 '면'부터 했다. (정 목사가) 갈 곳이 없어 길바닥에 나앉을 수도 있는데, 일이 급하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총무는 양측이 이번 일과 관련해 연회 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에 조만간 재판위원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금리교회 분쟁을 바라보는 감리회 소속 일반 목회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부연회 소속 김 아무개 목사는 "교회를 개척한 것도 아니고, 3~4년 시무하고 거액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목회하는 정 아무개 목사는 "이임 구역회에서 결과가 나왔으면 깨끗이 물러나는 게 도리다. 대가성으로 돈을 바라는 이야기도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감리회 사무국 이용윤 총무는 임지는 한정돼 있고, 목회자 간 부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봤다. 관행적으로 선교 헌금이 오간다면서 근절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남연회 감독을 역임한 김인환 장정개정위원장은 "(선교 현금을 주고받는 것은) 성직 매매로 단정하기 어렵다. 대형 교회가 차지하는 이득이 많다는 불만도 있지만, 법적으로 막을 수 있겠냐"면서 현실적인 제재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 목사, "선교 헌금 달라 한 적 없다" 6월 23일, <뉴스앤조이>는 '교회 부임에 억대 헌금이 드는 이유'라는 기사를 통해, 목회자가 교회에 부임할 때 관례로 돈이 오간다는 점을 조명했다. 그러면서 선교 헌금 1억 5000만 원 지급 문제를 놓고 1년간 갈등을 빚어 온 오금리교회를 사례로 들었다. 사건 당사자인 정 아무개 목사는 1억 5000만 원의 선교 헌금을 받기 전까지 교회를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교회 측은 각서와 상관없이 선교 헌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보도가 나간 직후 정 목사는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며 알려 왔다. 6월 25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 목사는 문제의 핵심이 되는 선교 헌금은 자신이 직접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부임 구역회를 열지 못한 교회 측 관계자들이 먼저 돈을 지급하겠다는 각서를 써 왔고, 상생하는 차원에서 응한 것이라고 했다. 정 목사는 이번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임 구역회에 있다고 했다. 지난해 5월 4일, 이임 구역회를 주재한 감리사 이 아무개 목사가 이임 인사 처리를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뒤집었다고 했다. 헌법 '교리와장정'에 "인사이동에 대한 해당 교역자의 합의가 없는 경우 교역자의 도덕적 과실이나 목회에 실패한 뚜렷한 증거가 없는 한 교역자의 이동은 억제되어야 한다"고 나와 있다면서, 5월 4일에 열린 이임 구역회는 불법이라고 했다. 정 목사는 자신의 목회는 실패하지 않았다면서 최근 3년간 교인 40여 명이 늘고, 예산도 2000만 원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재정 형편이 좋지 않아 예배당을 짓지 못했다는 교회 측의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2012년 예배당을 짓기 위한 예산 15억 원도 확보됐었다고 했다. |
바로잡습니다. "정 목사와 이 원로장로가 보낸 독촉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는 문장을 삭제합니다. 또 그 부분 바로 뒤에 이어지는 문장의 "독촉서"를 "양 목사 측이 낸 소장"으로 고칩니다. -편집자 주 |
첫댓글
반면교사 [反面敎師] vs 타산지석 他山之石
성도들이 사회보다도 뒤쳐진 의식이
있기에 삯군목자들이 돈주머니를
채우느라 분주합니다..깨어 기도하며
행동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