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제1회 최충문학상 대상 당선작
아버지의 빗살무늬
김우진
울타리에 기댄 빗자루, 아버지의 갈비뼈처럼 적막하다
어둠을 사립문 밖으로 쓸어내던,
헛기침으로 새벽을 열고 마당을 쓸던 대빗자루에 검버섯처럼 이끼가 무성히 자랐다
귀가 닳아 몽당해진, 칡끈이 삭아 매듭 풀린 자리에 손때 묻은 지문이 남았다 최초의 낙관처럼
빗자루를 태워 연기로 날려 보낸 아랍의 어느 부족처럼 아비의 빗자루를 아궁이에 넣고 군불을 지폈다 굴뚝 밖으로 빠져나간 연기는 마당을 추억한다는 듯 머뭇거리더니 팔랑팔랑 북향으로 날아갔다
마당에 빗살무늬를 그려 넣던 아버지, 아름다운 아침 풍경을 만드셨다
대추나무 엷은 그늘이 햇볕에 끌리고 있다 삐짝 마른 그늘이 아버지의 옆구리 흉내를 냈다
아버지의 유전자가 나에게 옮겨 붙어 가문의 혈통 같은 마름병을 앓게 되어 땅거미를 잡아먹었다
바람에 시달린 폐가의 지붕, 앙상한 가슴팍처럼 서까래들이 빗살무늬로 얹혀있다 먼 순례의 길 같은 빈약한 굽은 등을 만져보고 가는 바람의 근육,
어둠의 뿌리에 걸려 넘어진 바람의 뼈들이 등짝에 붙어 후렴처럼 흔들렸다 빗살무늬 옹구발에 거름을 지고 무덤골 무논으로 오래 전에 떠나신 아버지,
김우진 시인
전남 광양 출생
경기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16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농어촌 문학상 시 당선.
대구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최우수상
2017년 투데이신문사 전국 직장인 신춘문예 시 당선
2018년 제1회 최충문학상 대상
당선소감
아침 까치 두 마리가 아파트 9층 베란다에 와서
울음을 팡팡 쏟아내더니
반가운 소식 오려나했는데
느지막한 저녁시간,
핸드폰에 문자메시지가 진저리를 치네요.
아이쿠, 이게 뭐람
두근거리는 가슴 활짝 열고 보니
제1회 최충문학상 대상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아침에 울던 까치 두 마리의 인연,
허공으로 흩어지던 그 외침이 나에게로 돌아왔다
어릴 때 아버지가 아침마당을 쓸면
빈 마당에 아버지의 야윈 갈비뼈 같은 빗살무늬가
슬픈 풍경 하나를 만들곤 했다
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큰절 올리며
오산시와 동작문화센터 맹문재 교수님 그리고 문우들께 인사드리며
마경덕 시인님 시클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