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4 – 12. 29 KMJ아트갤러리(T.032-721-5187, 인천)
도시와 갤러리
KMJ아트갤러리 개관전
글 : 이경모/미술평론가(예술학박사)
오늘날 문화범주의 확장과 예술선호에 따른 여가선용 및 관광욕구, 삶의 질 향상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쾌적한 생활공간 추구, 지역정체성의 확립 등 문화적 욕구가 증대되면서 이를 충족시키는 도시환경과 장소성에 대한 열망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역 갤러리는 더 이상 작품의 전시와 판매라는 이전의 기능과 역할에 한정되지 않고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매력적인 장소로 평가 받고 있다. 동시에 지역민의 심미적 욕구 충족과 그들의 문화 복지 향상에 있어 그 수요를 담당할 매개체로의 역할이 중요시 되고 있다. 지역에서 갤러리에 의해 제공되는 집합적 편익 중에서 ‘그 지역에 갤러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부터 발생되는 커뮤니티의 위상과 편익이 중요한 요소로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사람 중심의 미술문화를 구현”하기 위하여 인천문화의 요람인 구월동에 KMJ아트갤러리가 개관하게 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물론 이전에도 이 지역에 다인아트갤러리나 스페이스 빔, 진갤러리와 명보갤러리가 나름의 소임을 해온바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 명맥이 끊기게 되었는데, 새로 KMJ아트갤러리가 개관함으로써 지역거점갤러리로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갤러리는 작가를 발굴·양성하고 전시를 통하여 시민들에게 수준 높은 미술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울러 미술작품 거래를 통하여 지역미술을 활성화하고 작가를 프로모션하며 건전한 유통체계를 통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문화창달에 기여한다. 갤러리의 문화적 가치는 갤러리가 소유·전시하고 있는 예술작품과 지역의 공공시설로서의 존재이다. 갤러리는 문화적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이자 지역민의 의식적 가치를 개혁하는 생동의 공간이다. 지역의 갤러리와 미술작품을 통해 메시지와 정보가 전해지고 지역민의 감성 고양과 미적 통찰이 얻어지는 곳이다. 지역 주민에게 가치가 있는 작은 마을의 화랑으로부터 지역 주민 혹은 지역 외의 사람에게도 가치가 있는 큰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미술문화공간이 제공하는 편익은 무궁무진하다.
KMJ아트갤러리 개관을 통하여 협소한 인천미술의 가치가 확장되고 작가 육성과 미술시장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인천미술계에 지속가능한 창작여건이 조성되고, 시민들에게 일상에서 미술문화를 향유하고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투명하고 공정한 미술시장 조성과 활성화”라는 마케팅 전략은 KMJ아트갤러리의 존립에 가장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디글(Z. Diggle)은 예술마케팅의 목적을 “최대한 폭넓은 범위의 사회적 배경으로부터 적합한 수의 사람을 유치하여 이들을 작가(작품)와 적절한 형태로 매개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이러한 목적의 달성과 양립할 수 있는 최선의 재정적 결과를 얻는 것”으로 정의한 바 있다. 따라서 목표한 경제적 성과를 획득하는 것이 갤러리의 지속가능성과 위상확보, 지역미술의 활성화와 작가발굴 및 프로모션, 시민의 문화복지 실현 등 갤러리의 거시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첩경이 된다.
그밖에 인천미술의 해외진출 및 교류 활성화를 리드하기 위하여 KMJ아트갤러리가 해외교류전, 기획전을 주도하거나, 점차 권위 있는 국외아트페어에 참여함으로써 지역미술 활성화와 경제적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지구촌은 같은 시공간에 존재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한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가적 네트워크가 인간 활동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KMJ아트갤러리는 미술문화의 국제네트워크의 확장을 통하여 지역적 안정성과 국제적 역동성을 동시에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갤러리 운영은 고도의 사회발전을 반영한다. 경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미술품 관리와 유통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기획전과 교류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작가를 프로모션할 수도 없다. 갤러리는 전문적·경영적 지식을 겸비한 인적 자원을 필요로 하며, 갤러리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노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처럼 지역의 문화기능 중에서 갤러리의 기능은 미술작품의 전시·판매뿐만 아니라 미술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유무형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도시의 문화경제적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이에 KMJ아트갤러리는 인천미술의 활성화는 물론 문화공간의 창조와 형성, 지역문화의 생동적 변화를 유도하여 세계와 소통하는 중대한 역할을 해야 하며 이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문화예술의 관점이다. 건전한 미술문화의 선도 및 창달을 위하여 KMJ아트갤러리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작가를 발굴하고 이들을 프로모션하여 건전한 창작풍토와 지속가능한 미술향유시스템 조성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문화경제적 관점, 즉 도시마케팅의 관점이다. 이것은 문화친화적 지역풍토 조성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문화마케팅은 도시이미지 및 정체성을 높여 도시마케팅 요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지역 내로는 도시의 창조성 향상, 창조산업 육성에 따른 소득효과, 관광자원 효과 등으로 인해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미술작품은 유형의 문화자산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기 때문에 그 지역에 경제적 활력(economic viability)을 제공한다.
셋째는 문화복지적 관점이다. 이것은 공공재로서의 문화복지서비스를 제공하여 인천시민들의 문화권(Culture Right)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화랑의 이러한 문화복지 서비스는 지역이나 계층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동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문화적 형평성을 추구한다.
오늘날에는 미술문화수요의 증대와 장소정체성 확립의 수단으로서 갤러리나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시설의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이는 지역 활성화 전략의 핵심수단으로서 문화와 장소성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작금의 도시인들은 소득향상으로 인한 경제적, 심리적 여유와 자아 정체성에 대한 인식확대로 인한 미술작품 수요 및 향유로의 전환을 통해 미술문화를 더 이상 삶의 선택적 잔여범주가 아닌, 삶의 필수적 핵심범주로 여기기 시작했다. 현재 NFT는 매우 많은 기업과 개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그림뿐 아니라 영상, 디지털 아트, 트윗, 음원 등 다양한 NFT 작품들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울러 미술작품을 주식처럼 지분 거래하는 아트스탁(ART STOCK)이 금융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으며, 금년 화랑미술제(KIAF21)는 젊은 애호가들의 관심으로 시장의 폭이 폭발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2021, KMJ ART갤러리 개관전과 함께 이 모든 것을 위한 큰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개관전이니 만큼 화랑의 주인이자 고객인 지역작가들과 장소를 공유하고 개관을 홍보하는 것은 물론 시민들에게 다양한 미술문화를 항유할 수 있도록 역량있는 작가들이 초대된 것으로 알고 있다. “Stars of Incheon 112”로 명명된 이번 전시는 112명의 엄선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통하여 2021년 현재 인천미술의 현재적 모습과 미래비전을 가늠할 시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