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전국 1위 강진군, 정작 분만시설은 없어… 파격조건 걸고 유치 나서
"강진에서 분만 산부인과를 여세요. 건물을 공짜로 빌려주고, 군(郡) 예산으로 대도시 수준의 월소득을 보장합니다."
출산율 전국 1위인 전남 강진군이 26일 산부인과 병원을 공개 유치한다면서 이런 파격 조건을 내걸었다. 강진의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2.21명으로 전국 평균(1.19명)의 2배에 달하지만, 군 안에 분만하는 산부인과가 없다. 그동안 광주·목포 등으로 '원정출산'해서 출산율 1위를 기록한 것이다.
강진군은 ▲건물 임대료 100% 지원 ▲대도시의 평균 매출액에 준하는 금전적 보상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다. 만약 산부인과가 월 1000만원의 수입을 올리다 강진으로 옮겨와서 500만원밖에 벌지 못한다면 나머지 50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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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가 운동하고 순산하세요.”전남 강진보건소의‘임산부 한방 요가교실’에 참가한 임산부들이 26일 강사를 따라 출산에 도움되는 요가 동작을 배우고 있다. 보건소가 연중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대한민국 출산율 1위’를 자랑하는 강진군의 10여가지 출산장려정책 중 하나다. / 김영근 기자 kyg21@chosun.com
많은 농어촌 지역처럼 강진의 '출산 인프라'는 전무하다. 강진의료원에 산부인과가 있긴 하지만 전문의 없이 공중보건의 1명이 담당할 뿐이다. 지난해 강진군의 출산은 400여건이었지만, 이곳에서 분만한 것은 극빈층·다문화가정 임신부 등 5건에 그쳤다.
산모들은 1시간쯤 자동차를 타고 광주나 목포 산부인과를 다녔고, 야간에 진통이 와 급히 목포의 산부인과에 가다 임신부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임신 6개월째인 김경희(32)씨는 "한달에 1~2차례씩 목포의 산부인과에 간다"며 "배가 불러오는데 스스로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혹여 응급상황이 생길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임산부들이 불안해하는 것, 사고가 발생하는 것, 그로 인해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이 모두 군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산부인과도 없이 아이 낳으라고 하는 것이 어불성설인 것 같아 산부인과 유치에 나섰다"고 말했다. 전국 230개 시·군·구 중에서 분만실 없는 곳은 47곳, 분만실은 물론 산부인과도 없는 곳은 28곳에 달한다.
사실 강진은 전국에서 가장 '임산부 친화적인' 지역 중 하나다. 2005년 전국 두 번째로 출산장려금제를 도입하면서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했다. 첫째아는 120만원, 둘째아는 240만원, 셋째아는 720만원 등 강진군에서 아이 셋을 낳으면 1000여만원의 출산장려금을 받게 된다.
출산장려책은 갈수록 다양해져 현재 다자녀가구장학금·출산준비금·신생아 건강보험 지원·출산용품지원 등 10여 가지가 운영되고 있다. 군예산 3000억원 중 12억원이 출산장려예산이다.
군청 술자리에서는 "다산(多産)을 위하여!"라는 건배사가 오간다. 황 군수는 "강진에서 목민심서를 집필한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은 사실 '다산(多産)' 선생"이라는 농담도 했다.
덕분에 최대 현안인 '인구감소'도 해결 기미가 보이고 있다. 과거의 강진은 '동(東)순천 서(西)강진'이라 불릴 정도로 전남의 대도시였지만, 1960년대부터 인구가 줄어들어 12만에 달하던 인구는 4만명 선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해는 인구가 11명 늘어 40여년 만에 인구감소세가 멈추는 성과를 냈다. 황 군수는 "'인구가 늘었다'는 말이 꿈만 같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