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궐터 깊은 골' 강원도 평창 오대산 장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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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오대천의 지류인 장전골. 큰 골짜기는 아니지만 우거진 숲속에서 굽이쳐내리는 깨끗한 물줄기가 자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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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엔 ‘이끼 카펫’
왕 모시듯 길 열고
오대산에서 발원해 평창군 진부를 거쳐 정선군 나전으로 내려가는 물줄기를 오대천이라 부른다. 장전골은 이 오대천으로 흘러드는 막동골·장구목이골·단임골 등 여러
골짜기 중 가장 길고 경관도 좋은 곳이다. 규모는 작은 편이나 골이 깊으면서 숲이 울창하고 덜 알려진 산골이다. 산나물로 이름난 가리왕산의 북쪽 골짜기다. 4~5년 전까지도 찾는 이들이 적었으나, 6㎞에 이르는 골짜기에 시멘트 포장길이 생기면서 요즘은 제법 인파가 몰려드는 피서지가 됐다.
정선군 북평면과 평창군 진부면 경계 지점이 장전골의 들머리다. 물길을 오른쪽에 두고 올라 두 골짜기의 물길이 합치는 옛 장전분교 터(지금은 털보산장)까지 2.2㎞ 구간이 물도 많고 계곡미가 좋다. 잡목숲이 골짜기를 덮어 길에서는 잘 들여다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커다란 바위들이 우거졌고 작은 폭포들과 물웅덩이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피서객들은 길가에 일렬로 주차를 한 뒤 물가에 내려가 돗자리를 깔고 물에 발을 담그며 쉰다. 숲이 우거져 따가운 햇볕을 가릴 텐트가 필요없을 정도다.
털보산장 앞에서 물길이 갈라지는데, 오른쪽이 암자골, 왼쪽은 대궐터로 불리는 골짜기다. 암자골은 본디 장전리(장쟁이) 사람들이 삼십리 길을 걸어 대화장을 보러 가던
고갯길이다. 숲이 우거지고 길이 험해 평상차림으로 오르기엔 무리다. 원시림과 이끼가 무성한 바위골이다. 지난해 물난리로 망가진 암자골쪽 다리를 지금 새로 놓고 있다.
대궐터 쪽은 시멘트길이 골짜기를 따라 정선 회동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말목재(마항재) 아래까지 이어진다. 10여가구인 장전리 주민 대부분이 이 골짜기에 깃들여 산다.
40~50년 전엔 170여가구의 화전민이 사는 큰 마을이었다고 한다. 골짜기마다 집들이
들어서 행정구역이 8개 반으로 나뉘었을 정도였다. 지금은 10여가구 중 토박이는 5~6집 정도고 나머지는 별장을 짓고 가끔씩 들르는 외지인들의 집이다.
가리왕산 기슭엔 옛 맥국의 가리왕이 예국의 공격을 받고 피난와 머물렀다는 대궐 터가 있다. 식당 겸 민박집인 우미정 건너편 산기슭이다. 맥국은 춘천 지역에 본거지를
두었다는 한반도의 옛나라 중 하나다. 주민들은 대궐터 부근의 두 골짜기를 큰대궐터·작은대궐터로 나눠 부른다. 대궐터 지나 물길 건너 민가들을 뒤로 하고 더 오르면
작은 다리가 나오고 왼쪽으로 어두컴컴한 작은 골짜기가 찬기운을 내뿜으며 열려 있다.
연담모둠으로 불리는 골짜기 들머리로 옛날 골 왼쪽에 곡식을 찧던 물방아가 있었다고 한다. 물이 깨끗하고 맛도 좋은데, 더 기분 좋은 건 바위골을 뒤덮고 있는 짙푸른
초록 이끼들이다. 바라만 봐도 서늘하고 마음이 한결 푹신해진다.
지난해 물난리로 무성하던 이끼들이 많이 훼손됐다고 한다. 이마저 사진 찍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밟아없앨까 주민들은 걱정이 많다. 길이 없고 바위가 미끄러워 매우 위험한 골짜기다. 이끼바위 구경은 들머리에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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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전골 대궐터 쪽 상류의 이끼로 덮인 바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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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맥국 가리왕 피난 왔던 곳
잡목원시림·폭포·물웅덩이 줄이어
쑥이 많이 났다는 쑥밭모둠을 건너다보며 큰길로 더 오르면 새로 짓고 있는 절 공사장이 나온다. 길은 공사장 오른쪽으로 이어지지만 쇠막대로 막아 차를 통제하고 있다.
공사장 앞에서 골짜기 물길을 따라 가파른 산길을 40여분 오르면 말목재다. 숲이 우거져 길이 험하다.
등산로와 임도 네갈랫길이 만나는 말목재 정상엔 ‘강릉부삼산봉표’라고 쓴 표지석이 있다. 산삼이 많이 나던 가리왕산에서 일반인의 삼 채취를 금한다는 조선시대 표석이다.
물가에서 쉬는 건 좋으나, 이 깨끗한 골짜기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점 잊지 마시길. 희귀종인 열목어와 뚝지·버들치·가재가 이곳 터줏대감들이다.
장전골 들머리에서 입장료(청소료)를 2000원씩 받는다. 간이화장실은 곳곳에 세워져
있다. 주차장은 민박집 주변말고는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평창/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 가는 길 = 수도권 쪽에서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쪽으로 가다 진부나들목을
나와 우회전해 정선쪽 59번 지방도를 탄다. 20분쯤 달리면 막동계곡 입구 지나 오른쪽으로 장전계곡 입구가 나온다. ‘정선군 북평면’ 도로표지판이 있는 지점이다. 남부지역에선 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38번 국도~영월~정선 남면소재지 좌회전~정선읍 우회전~42번 국도~나전에서 진부쪽으로 좌회전(기찻길 밑)~숙암리~장전계곡.
■묵을곳 = 골짜기 안에 털보산장(033-333-3131), 우미정(033-334-0739) 등 주차장을 갖춘 민박집 겸 식당이 세곳 있다. 털보산장은 화장실과 주방을 갖춘 독채형 콘도식 방이 9개(소형 7개, 대형 2개) 있다. 성수기 기준 소형 7만원, 대형 9만원. 우미정은 화장실 등을 갖춘 가족용 방(5만~6만원)이 3개, 단체용(30명) 방(20만원)이 1개,
공용화장실·샤워장을 쓰는 방갈로(3만원)가 7개 있다.
■먹을거리 = 민박집들에서 송어회(1㎏ 2만2000원), 토종닭(한마리 3만원) 요리를
낸다. 된장찌개 등 백반은 5000원.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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