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거 아니? 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 말이야. 별과 인간의 관계에는 가지각색의 의견들이 많아.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하나인 법이지. 별의 신 메카가 별을 창조할 시기부터 이미 진실은 정해져 있던 것이야. 음 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하여 알려면 우선 후렌들리의 신화를 알아야 정상이겠지? 흐음. 대체적으론 후렌들리의 신화가 인간과 신의 오묘한 조화를 뜻한다고들 알고있지. 하지만 정작 진실은 다른걸. 직접 그 신화를 목격한 나로서도 거부하고 싶을 정도였으니 수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 전혀 다른 이야기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게 정상일지도 몰라. 하지만 난 봤어. 인간의 영웅이라 불리던 후렌들리가 신들의 목을 쳐 내리는 장면을. 그때 번쩍였던 검광이 아직도 생생하게 내 머릿속에 형상화되고 있어. 그래 네가 짐작하고 있는 바와 같아. 그래 별은 후렌들리에게서 뻗어 나온 빛이지 신들의 활동이 뜸한 밤하늘에서 아직도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지 검광을 번쩍이면서 말이야. 그 검광이 별이라고 불리는 거야. 너희 인간들에게 신들의 노리개라고 불리는 엘프가 이런 중대한 이야기를 인간에게 한다고 해서 미쳤다고 생각하지는 마. 후렌들리.. 후렌들리 그는 인간이 아닌 엘프들을 위해 싸워주었거든.."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어깨를 들썩거리며 흐느끼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그녀가 불쌍해 보였다. 우는 이유조차도 모르면서..
"그래. 흑. 후렌들리는 엘프들을 위해 검을 들었어. 언제나 인간의 영웅이었던 그가 다시금 엘프들의 영웅이 되려 했던 거지. 하지만 우린 언제나 그것이 문제였어. 너희들처럼 우리는 손을 내밀 줄 모른다는 거지. 그는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지만 우린 거부했지. 엘프들의 일은 엘프가 알아서 해야 정석이라는 생각에서였어. 참으로 고리타분한 생각이지. 흑흑. 그 덕분에 우린 그를 잃었어. 별은 그의 눈물일지도 몰라. 흑흑."
계속 우는 그녀는 자신이 지금까지 이야기 해줬던 것보다 더욱더 슬픈 이유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이유가 대충은 짐작이 가지만 잠자코 두고 봐야겠다. 지금은 그녀가 운다는 것이 중요하다.
"왜 화를 안내지? 왜 화를 안내는 거냐고! 우리의 이기심 때문에 너희들의 영웅 후렌들리가 죽었단 말이야! 화를 내기 싫다면 무슨 말이라도 해봐. 내가 꼭 너희 같아지잖아!"
난 그녀를 또렷이 보았다. 그녀는 나의 멱살을 쥐고는 흔들었지만 그리 힘이 들어가지는 않아서 몸이 흔들리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녀가 불쌍해 보일 뿐이었다.
"우리..후. 우리 같아진다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죠? 당신도 엘프들의 문제점을 당신 입으로 말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자신이 엘프이기를 거부한다는 뜻이 아닌가요? 그렇다면 우리 같아진다는 게 잘못된 것일까요? 당신은 이제 엘프도 아니에요. 그 점에 있어선 저도 마찬가지지만 요. 인간에게 쫓겨난 저 역시.."
괜히 가슴이 저려왔다. 목으로 올라오는 쓴 물을 삼키며 나는 밤하늘에 빛나고 있는 별을 보았다. 그녀는 이제 조금 안정감이 드는지 다시 평소의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모순덩어리. 넌 인간이기를 거부 안 했어. 너와 내가 같다는 건 우스운 모순덩어리에 불과해. 난 엘프이기를 거부했고 넌 인간이기를 거부 안 했지. 너를 보고있으면 후렌들리가 생각이 난다. 후렌들리도 그랬거든. 훗. 인간들의 의견을 무시한 체 엘프를 도우려한 그는 인간들에게 추방되었다고 해도 끝까지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못했거든. 그래. 너희는 역시 대륙의 모순덩어리야. 히"
피식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태도가 나를 화나게 하지는 않았다. 그녀 또한 자신이 모순덩어리임을 인정하고 있으니까.
"그래요. 우리는 모순덩어리죠. 대륙의 모순덩어리."
약간 한탄 섞인 나의 말투에 그녀는 생긋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별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하여 아직 말 안 했지? 해줄게. 별과 인간과의 관계. 별의 신 메카에 의해 죽은 후렌들리의 영혼이 신들의 힘이 약해지는 밤을 틈타 별을 만들어 내고 있지. 그리고 인간의 소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후렌들리의 영혼은 힘을 받아 별은 더욱 더 빛을 내지. 이거야. 그래.."
"메카는 그럼 별의 신이 아니군요. 후렌들리가 별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아니."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웃음을 보였다.
"후렌들리는.. 후렌들리는.. 자신이 죽음을 택한 거야. 인간과 엘프의 중간에 서서 엘프와 인간에게 버림받은 그의 정신은 어떠한 것으로도 정당화 될 수가 없었지. 그리고 그는 자신의 정체성이 정당화되기 위해 죽음이라는 선택을 한 것이야. 조금은 투쟁의 의지도 보인 것이고. 훗."
"그리고 그 투쟁 중간엔 당신과 후렌들리의 사랑이 껴 있던 거 구요. 이해하겠어요."
갑작스런 나의 대꾸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랬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되찾고는 별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바라보는 별은 더욱 더 빛을 발했다. 그녀는 무슨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 이렇게 이야기하면 우스운가? 인간의 소망에만 응답한다고 그녀가 그랬는데. 그녀도 이제 인간화되어가고 있는 것인가?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아름답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별이 반짝인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