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지적이며 고귀하신 이 몸은 오늘은 놀지 않고 메이덴 산에 올라가 약초를 캐리라고 생각하며 빗자루를 타고 날아갔지.
룰루랄라~ 릴렉스하게.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것은 언제나 기분좋은 일이야. 쟈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는 때로는 너무 즐거운 유희가 되니까.
높고 푸른 하늘.. 흰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화창한 날씨. 인간들이 좋아할 만한 날씨야. 뭐 야외에서 놀기엔 좋은 날씨겠지. 그런데 저 멀리서 새카만 구름이 몰려오고 있군. 비가 올 거 같아. 이왕이면 천둥번개가 우르릉 치면 좋을 텐데 .. 난 그런 날씨를 너무 좋아하거든.
주절대는 것은 이만.. 경쾌하게 노래부르며 메이덴 산에 도착했어. 우후후... 요새 계속 놀아대서 약초니 뭐니 다 떨어져 버려서 말이야. 이제 슬슬 준비할 때였거든.
그러니까 어디보자. 부족한 것이 뭐였더라. 아! 그래. 알록달록 광대버섯 (먹으면 사흘동안 고열을 끓다가 죽어버리는 꽤 괜찮은 독버섯이야. 자주 애용해) 과 말벌버섯(말벌모양으로 생긴 버섯인데 이것은 즉사해. 정말 효능이 좋아), 포이즌초(독초), 딸기거미(딸기모양같이 생긴 거미지만 독거미), 식충식물인 파리잡이와 꿀벌통, 개미귀신, 그리고 타란툴라도 잡아야 하고... 우웅. 채집할 것이 너무 많아.
역시 무작정 놀면 안 되는 거였는데, 너무 완벽한 나이지만 가끔 이런 실수할 때도 있어야지. 안 그러면 부족한 존재들이 얼마나 불쌍해 지겠어.
그래서 열심히 채집을 하고 있었는데 사고가 생겼지 뭐야. 아까 새까만 구름이 좀 낀다 싶더니 비가 주루룩 내려 버린 거야. 천둥이 우르릉 치고. 아이 감작이야! 그러다가 비탈길로 떨어져 버렸어. 말도 안돼. 난 완벽한 마녀인데 이럴 수는 없는 거야.
어두워진 산 속, 빗자루는 저 멀리 떨어져 있고, 오늘은 마침 마법 지팡이도 놓고 왔는데... 후엥~
그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거기 누구 있수?"
인간 남자였어. 나이가 좀 들어 보였던... 약초를 캐면서 살아간다고 하더군. 하여간 뜻밖에 도움을 받았지. 그래. 난 착한 마녀라서 도움을 받으면 그 은혜를 갚아야해. 그래서 그 인간에게 말했지.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 보답으로 당신의 소원을 세 가지 들어드릴께요."
그 인간남자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대답했지
"집에 가서 아내와 좀 더 생각해 본 다음에 말하겠소."
그래서 난 혼쾌히 대답했어.
"만일 소원이 생각이 난다면 <아름답고 고귀하신 키리에님! 저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라고 말하고 소원을 말하세요" 라고...
인간남자는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고 아내와 상의하기 시작했어.(난 수경으로 구경하고 있었어)
아내는 기뻐하며 말했어.
"우리집은 너무 가난해요. 돈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3000골드면 평생 놀고 먹으며 살 수 있을 텐데!"
그들은 소원을 빌었고 난 당연히 소원을 들어줬어.
똑똑똑. "안에 계십니까?"
누군가 그들의 집의 문을 두드렸지.
그 부부는 기대하며 문을 열었어. 이제 3000골드가 생기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안에 들어온 낯선 이는 말했어.
"이런 말씀 드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이웃도시인 레밍턴에서 아드님이 살고 계셨죠? 그런데 사흘 전 저희 주인님께서 그만 길거리에서 마차로 빨리 달리다가 댁의 아드님을 치어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그래서 사죄하는 뜻으로 3000골드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부부는 절망한 듯 보였어. 3000골드가 생기게 해 줬는데 왜 그럴까.
아내는 슬퍼했어. 소중한 외동아들을 죽게 만들어서 생긴 돈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고 절규하며. 그리고 생각했어. 두 번째 소원을 빌었어.
"내 아들을 돌려줘!"
두번째 소원을 접수했어. 당연히 들어줬지.
잠시후에 누군가 문을 두드렸지. 쾅쾅. 희미하게 소리가 들렸어.
"아버지. 어머니. 저에요. 제가 돌아았어요!"
순간 부부는 오싹해 하더군. 죽었는데. 그렇지만 아내는 기뻐했어. 아들이 살아 돌아왔으니까. 그래서 문을 열어주려 했지. 그런데 창 밖으로 보고 말았어. 썩어 들어가는 시체를. 구더기며 온갖 벌레가 드글드글 꼬여 있고 지독한 썩은 내가 나며 몸 여기저기가 역겹게 시커멓게 썩어들어가던 아들을.
공포에 질려 버렸어. 서로 꼭 껴안고 부들부들 떨었지. 왜 그러지? 소원을 들어줬는데 기뻐해야지. 비록 죽은지 사흘이나 되어 땅속에서 썩다만 아들이라도 말이야.
부부는 두려워 했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점점 커졌고 덜컹덜컹 흔들거렸지. 문을 열어주세요. 계속 이런 목소리가 들렸어. 금방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올 거 같았어. 공포에 질려하다가 마침내 결심했어.
"두 번째 소원은 없던 일로 해 주세요!"
그리고 썩어가던 아들은 사라졌어.
아.. 역시 은헤를 갚는 것은 좋은 일이야.
오늘도 착한 일을 한 건 한 거 같아. 기분좋아라. 으쓱으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