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이 님이 퇴원했다 한다.
줄, 줄, 줄, 줄
한동안 줄을 네 개나 매달고 연명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랴.
이제 줄, 줄로 줄이고 집에 들어가 집밥을 자실 테니 얼마나 개운하랴.
비비안 리가 아니라 백금녀라니, 후련함을 그렇게 노래한 것일텐데
밥줄이 최고가 아니던가.
원상회복을 바란다.
줄과 선과 연(緣)
김 난 석
끊어지면 추락할 연(緣) 줄을 잡고
용쓰다 용쓰다 배도 등도 말라붙은
핏기 없는 하얀 삭신아
한 발도 떼지 못한 채
묵은 인연 끊어내려는 처연한 몸짓
탯줄은 싸늘한 쇠심줄이어서 더욱 슬프구나
목이 빠져라 얼굴 쳐들고
허공을 헤집는 한없는 갈증
갈개발 버둥거리며 애태울 뿐이지만
닿으면 쏟뜨리고 닿으면 쏟뜨리고
속은 다 뒤집어내어
차라리 대숲 속 바람이듯 서늘타
날아라 날아라, 한 번 더 날아라
그래도 널 바라보매
후련한 가슴이어서 좋아라. / 졸 시 ‘연' 전문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랄 때 겨울철이 되면 얼음을 지치는 외에
방패연 가오리연 등을 만들어 들판에 나가 띄우며 놀다가
정월 보름이 되면 연의 등판에
'家口某生身厄消滅(집안 아무개 무슨 생의 액운을 날려 보내소서)’ 라 써넣고
해질 무렵이면 연 줄을 끊어 멀리 날려 보내곤 했다.
그러나 연이란 게, 인연이란 게, 줄이란 게, 선이란 게 이것뿐일까?
무엇을 묶거나 동이는 데 쓰이는 노나 새끼 또는 끈을 총칭해 ‘줄’ 이라 한다.
사람이나 물건의 늘어선 열도 ‘줄’ 이라 하고
연계(連繫)나 연줄도 줄여서 ‘줄’ 이라 한다.
용언의 아래에 붙여서 어떠한 방법이나 셈속의 뜻을 나타낼 때도 ‘줄’ 이 쓰이는데,
‘할 줄 모른다’ 고 할 때의 ‘줄’은 방법을 뜻하고
‘닿는 줄 알았다’고 할 때의 ‘줄’은 일의 속 내용을 뜻한다.
사노라면 이웃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다.
조금 나으면 조금 못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마련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로 돕는다면 상생이 되는 것이니
그것이 함께 살아가는 맛이요 지혜이기도 하다.
허나 도움만 밝히는 이들도 있으니,
아무것 할 줄 몰라도 도움만 받으면 남보다 더 잘 살 수 있겠다는 이기심 때문일 터요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나 말이 줄을 잡는다거나 줄을 선다거나
줄을 댄다거나 줄을 탄다거나 줄을 바꿔 탄다는 것들일 게다.
줄이 되어주는 입장에서도 단순한 선심이라면 형평성을 잃지 않는 한 탓 할 일은 아니나
그걸 끼리끼리 묶는 수단으로 행사하거나 대가(代價)라도 바라는 날이면
사달이 나고 말았던 게 익히 보아온 현상이기도 하다.
선(線)은 줄과 유사한 개념이긴 하나 서로 구분하여 사용한다.
그어놓은 금을 선이라 하는 건 경계선의 준말이기도 하고
가늘고 길게 뻗쳐 있는 전선이나 선로 같은 걸 일컫기도 한다.
기하학에서는 길이나 위치는 있으나 넓이와 두께가 없는 걸 일컫는데,
직선과 곡선 또는 절선 등을 말할 때 쓰인다.
음악에서는 보표에 있는 다섯 개의 줄(오선)을 말하며,
그에 기호를 얹으면 음악이 된다.
줄이 은밀한 곳에 늘어져 있거나 뻗어있는 분위기를 풍긴다면
선은 자신의 실체를 당당히 드러내는 모습이 강하다.
하여 줄은 곧은 듯 이리저리 굽어 있기도 하지만
선은 곧으면 곧은 대로 굽으면 굽은 대로 극명히 자신의 이름을 달고
모습을 드러내게 마련이다.
따라서 곡선이 직선일 수 없고 절선이 점선일 수는 없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나 선거철이 되거나 판이 바뀌면
여기저기 여러 종류의 줄이 놓여진다.
그러면 서둘러 달려가 매달리는 이도 있고 잡았던 줄을 놓고 다른 줄을 타는 이도 있으며
줄이 없던 이들이 새로이 줄을 찾아 서거나 줄에 대려고
이리저리 수소문해대는 일도 생기게 된다.
그런데 모두 줄에 매달린 채 위를 쳐다보며 안간힘을 쓰노라면
아래를 볼 겨를이 없을 테니
그 중 떨어지는 이라도 생기면 애매한 서민이나 다칠 게 뻔하다.
그들도 기어오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이렇듯 줄은 수직의 개념이 강한 반면 선은 수평의 개념이 짙다.
그래서 줄을 타다 떨어지면 파멸이 되지만
선을 타고 흐르면 음악이 되기도 한다.
한 줄로 엮여 축 늘어져 있는 생선두름에선 비린내나 날뿐이지만
오르는 듯 내려앉고 내려앉는 듯 오르다가 옆으로 자리를 옮겨가는 몸짓은
음자리표의 흐름처럼 얼마나 개운하고 흥겨운가.
조선시대엔 천한 대접이나 받던 사람들이
패를 꾸려 재주부리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젠 그것도 예능인으로 변했으니
줄타기란 개념이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나 할까본데
줄과 선(線)과 연(緣)이 얽혀 세상은 어지럽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한 것 같다.
삶의 방 선객들이여!
줄이든 선이든 연이든 목숨줄 잘 건사하시라.
첫댓글 줄과 선과 연이 조화롭게 이뤄지도록
오늘도 줄기차게 다녀봅니다~~^^
어릴때 듣던 말
싸우지 말고 다니라는 말
신디소녀와는 싸우지 않고
잘 지냈으면 해용. ^^
줄이든 선이든 연이든
목숨줄 잘 건사하시라는
선배님 말씀에
누가 토를 달겠나요.
사는 날까지 잘 보관
아끼며 살겠습니다.ㅎ
그런데 잘때도 목에 무얼 두르면 좋대요. ㅎ
3번이나 탐독했는데도
그 뜻을 이해하는데는 부족합니다
줄,선,연을 인생으로 함축하신 심오함을
뿌리까지 들여다 봤으나 결론은 제가
가오리연이었습니다
다만 줄은 끝까지 가봐야되고
선은 그어 놓은 것까지가 한정선인데
반해 연은 끝이 없는 무량인것 같습니다
줄과 선이 무엇이든
결국 좋은 연이어야겠지요.
난석님~
저도 에전에 대 수술하고나서
줄을 7개나 달고 있었네요
그 당시는 줄이 지긋지긋 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생명의 줄이었으니
고마운 줄이네요
아이구우 ㅠ
잘 견디셨네요.
귀하신 목숨입니다.
생명줄(나의 종교)
연줄(부탁)
두 개 떠오릅니다.
네에 잘 붙잡고 가세요.
난석님~
병원에 환자들 생명줄이 희망의
줄이었습니다.
병원 퇴원해 건강한 모습으로
글 주심 감사했습니다.
맞아요
어머니 뱃속에선 탯줄이 생명선이지만
태어나서는 여러가지 생명선이 있지요
조금다른 이야기지만
높은장대에 줄타기 묘기
보기에도 아슬해서..
지금 내주위에 있는 친구들과 만남줄 이어가며
즐겁게 살려 합니다
그래요
펑퍼짐하게 눌러앉는것보다
줄타기처럼 스릴있게 지내는 것도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