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주님 봉헌 축일을 기념하며 본당에서는 1년 동안 전례에 사용할 초를 축복했을 것입니다. 내친김에 제대 초에 관한 내용을 2회에 걸쳐 소개하려고 합니다. 특히 전례 담당 수녀님이나 제의실 담당 봉사자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 전례에서는 제대 초의 개수뿐만 아니라, 재료와 위치까지 까다롭게 정해져 있었지만, 공의회 이후에는 규정이 대폭 간소화되었습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은 117항 딱 한 곳에서 제대초의 개수에 대해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거행에서 제대 위나 곁에 적어도 두 개, 특히 주일이나 의무 축일 미사에서는 네 개나 여섯 개, 또는 교구장 주교가 집전한다면 일곱 개의 촛대에 촛불을 켜 놓는다.”
이 규정을 따르면서 피해야 할 오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전례 거행에 따라 ‘반드시’ 초의 개수를 늘리거나 줄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117항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어느 미사에서든지, 특히 제단이나 제대가 협소한 상황이라면, 2개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교구장 주교가 거행하는 순회 미사 때에도 ‘일곱 개 또는 적어도 두 개’(『주교 예절서』 125항 참조)의 제대 초를 사용하게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117항에 나오는 제대 초의 개수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둘째, “촛불은 공경과 축제의 표지”(「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307항)이므로, 제대 초의 수를 늘리는 것은 전례일의 ‘등급’이 아닌 ‘축제’의 성격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은 「전례일의 등급과 순위」에서 1등급에 속하지만 단 두 개의 초만 사용합니다. 이날이 가장 중요한 날에 속하기는 하지만 ‘축제의 날’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제대 초의 개수에 관한 실행 원칙을 준비해 봅시다. 먼저, 현재 한국 본당들에서 일반 적으로 통용되는 ‘2개-4개-6개 시스템’을 적용해 보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1) 재의 수요일과 성주간을 포함한 모든 평일과 기념일에는 가장 기본적인 개수(2개)를 놓는다. 단, 다음의 예외가 있다.
• “부활 시기를 시작하는 팔일은 부활 팔일 축제를 이루며 주님의 대축일로”(「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24항) 지내기 때문에 대축일과 같이 6개의 초를 놓는다.
• 이어지는 부활 시기 평일은 “마치 하루의 축일처럼, 나아가 하나의 ‘위대한 주일’로서 기뻐하고 용약하며 경축”(「전례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22항)하기 때문에 주일과 같이 4개의 초를 놓는다.
•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는 사제직과 성찬 제정을 특별히 경축하는 날이고 성야 미사 전 마지막 미사 거행이기 때문에 6개의 초를 놓는다.
• 위령의 날은 연중 주일과 겹치더라도 거행이 우선시되고, 죽은 모든 이들의 영원한 행복을 기도하는 날이기에 주일과 같이 4개의 초를 놓는다.
[김경민 판크라시오 신부(성소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