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의 결혼 주례를 맡으며
2018년 1월20일 오후1시 의정부역 인근 낙원웨딩홀에서 형제들의 셋째 아우 김명호의 아들 영보의 결혼식이 있었고, 집안을 대표해 영광스럽게도 주례를 맡게 됐다.
참 흐뭇했다. 감격스러웠다. 신랑 영보가 정말 사랑스러웠고 녀석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었다. 아울러 신부로 들이는 조카며느리가 참 이뻐 보였다.
주례사는 아래 원고로 준비했지만, 실제 식장에서는 원고를 보지 않고 하느라 애드리브나 빠진 부분도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해줄 좋은 이야기들을 적었었지만, 주례사는 짧을수록 좋은 것인데다, 더 짧게 하라는 아들과 아우들의 계속되는 경고성 압력(? ^^)으로 엄청 줄였다.
여기 준비했던 마지막 원고를 나와 집안의 한 역사로 남겨본다.
♣ 사회의 주례소개로 등단 후 인사
“안녕하십니까. 오늘 주례를 맡은 신랑 영보군의 큰 아버지 김명수입니다.”
(인사멘트 하고 연단 옆으로 나와 하객에게 인사)
♣ 사회자의 주례사 안내 이후
먼저 하객 여러분께서, 이리 성황을 이뤄 축하해 주시고, 따뜻한 후의까지 베풀어주시니 혼주 집안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금 참 감격스럽습니다. 오늘 제게 주례를 부탁한 사람은 신랑인 제 조카입니다. 사회적인 명망가도 아니고 스승도 아닌, 그저 큰 아버지에게 주례를 부탁한 겁니다. 이는 집안의 어른으로서 제가 그 동안 조카에게 무언가 배움이 되는 모범이 되어왔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또 그 동안 저희 5형제와 부인들, 그리고 열 명의 조카들이 이룬 집안이, 대소 가족모임에 정성을 다해 참여했고,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면서 화목하게 지내왔다는 결과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 참 흐뭇합니다.
저희는 지난 1월1일 신정 차례를 지냈는데, 그날 신부가 신랑을 따라와 첫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결혼 이후 신랑신부에게 도움이 될 말을 미리 전해 주었습니다.
결혼생활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양가의 부모님들이 두 사람을 키워오며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돌이켜보면 답이 나올 것이라 했습니다. 결론은 서로에 대한 양보와 희생이 따르는 봉사와, 지고한 사랑이었다는 점을 환기시켜주었고, 두 사람도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받기보다 주는 사랑을 하라고 했지요. 현명한 두 사람도 깊이 새길 것입니다.
그리고 인연을 중시하고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사랑하라고 했지요.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대화로 조화를 이루라고 했습니다. 대화를 쉽게 하기 위해선 같은 취미생활을 가지라고 권했습니다. 이왕이면 운동하는 취미를 가져서 건강도 함께 증진하라고 했습니다.
(신랑신부 기억하시나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
그래서 이 자리에서는 신랑신부를 소개하고 여러 하객님들과 부모님께 두 사람의 복된 결혼생활을 위해 앞으로 많이많이 도와주십시오! 하고 당부나 올릴 생각입니다.
(신랑신부 하객들을 향해 주세요!)
신랑 김영보 군은, 유통업에 종사하시는 김명호씨와 부인 김문자씨 사이에서 태어난 29세의 순 정품 총각입니다. 명지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했고 포병K9 조종사로서 국방의 의무도 다했으며, 현재 유·소아·임산부 전문식품업체인 에프엔디넷 영업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타고난 성품이 쾌활하고 운동과 친구사귀기를 좋아합니다. 무엇보다 늘 밝은 기운을 발산하고 있어 주변을 즐겁게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영보 군의 인생도 매우 낙관적인 길을 걸어갈 것이라 주례는 확신합니다.
신부 지소원 양은, 군무에 봉직하시는 지금천씨와 부인 허경애씨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 딸로서 역시 29세의 명품 처녀입니다. 중국 흑룡강대학교 중국어국제교육학 석사과정을, 중국 교육부가 제공하는 공자학원 전액장학생으로 마치고, 현재 경기도 양평의 양서고등학교 중국어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매사에 긍정적이며 딱 부러진 곧은 성격이어서 딱 선생님 묵기입니다. 지난 1월1일 첫 인사를 나누며 제가 받은 느낌은 참 구김살이 없으면서도 어른들에 대한 예의가 바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랑 영보군이 자기의 평생 짝을 참 잘 만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저희 형제 부부 모두도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호평하면 공감했던 부분입니다.
이들은 평생을 잘 살아가리라 낙관합니다. 둘의 인연이 보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둘은 동갑내기인데다, 동두천외고 동창이면서 그때부터 사귀어온 오랜 연인사이였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잠시 거리를 두기도 했다가 다시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인연과 대화를 통한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들 잘 알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신랑신부 이제 다시 돌아서 주세요)
하객 여러분 !
부모님들은 물론 집안과 사회의 친지 여러분이 이들의 결혼생활에 협력해 주시고, 신랑신부의 친구들도 한 몫을 해달라고 부탁드립니다.
잘 살면 축하하면서 부러워 해주고, 다투면 말리고 그저 그럼으로써 이들이 이 쉽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랑하거나 하소연하고 싶을 때, 대화상대로서, 멘토로서, 그런 언덕과 기둥으로서, 그런 친구와 이웃으로 항상 남아 있어 주시길 바랍니다.
어차피 남자와 여자는 반쪽이니 상대에게서 완전함을 바라는 건 과욕입니다. 그 반쪽들이 서로 지지고 볶고 부대끼며 도와가며, 온전한 하나로 완성되어 가는 것이 결혼생활이라 했습니다. 이런 결혼의 의미는 새 신혼부부뿐만이 아니라, 이 자리에 만장하신 묵은 구혼 부부들도 다시 음미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나라사랑 이야기를 덧붙이겠습니다. 우선 신랑신부의 부모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녀들을 이렇게 훌륭하게 양육해 짝을 지어 주시고, 가정을 이루게 하시어, 나라의 미래를 튼튼히 할 인재를 생산할 보금자리를 만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생산인구가 줄어들어 나라의 미래가 암담하게 전망되는 요즘 같은 이른바 인구절벽의 시대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 한국의 평균수명이 세계 최고입니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노령화사회로 치닫고 있다는 뜻이고, 우리의 젊은이들이 은퇴한 어른들을 봉양할 부담이 더욱 더 커지게 됐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결혼과 2세의 생산을 기피하는 추세여서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그러니 오늘 같은 결혼식은 우리의 살길을 열어주는 축복받는 잔치가 돼야 합니다.
우리 어른들의 입장에선 너무도 고마운 일입니다. 이런 애국의 짝짓기 결혼식을 마련해주는 예식장에게도 엎드려 절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니 결혼식에 오신 여러분도 더욱 복을 받으실 것입니다.
신랑신부와 친구들인 젊은이, 그리고 우리 어른들 모두를 위해 큰 박수로 이 잔치를 축하하고 젊은이들을 응원하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수 한 번 칠까요!)
하객 여러분! 언제 다시 이들 신랑신부를 자주 보겠습니까? 오늘 하루만이라도 신랑 김영보 군과 신부 지소원 양 두 사람의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을 기원해, 진심으로 기도드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 많은 좋은 기도의 기운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두 사람의 축복으로 전해질 것입니다. 오늘은 바로 그런 날입니다. 하객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도 기도하며 이만 주례사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1월20일 주례 김명수
<예식진행 중 멘트>
맞절
두 사람 그 동안 이날이 오길 무척 기다렸죠? 이제 그날이 왔습니다. 자 즐겁고 행복한 가슴으로, 앞으로 더욱 서로를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면 인사를 나누십시오! 맞절~!
성혼선언: 낭독
주례사: 원고에 준해 임기응변
양가부모에 대한 인사
신랑신부는 그동안 키워주신데 대한 한없는 고마움을 담고, 이제 부모님 밑을 떠나 저희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나가겠습니다 하고 약속드리면서 절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인사
하객에 대한 인사
하객 내빈에 대한 인사는 양가 부모님들도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자~! 인사!

첫댓글 난 이 주례사가 정말 좋다. 점잔 빼는 주례사가 아니라서 좋고 애국심이 묻어나서 감동이다. 이 글을 읽고 나니 죽기 전에 꼭 만나 보고 싶은 사람 명단에 명수를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 신부 정말 잘 살 걸세. 나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은 추운 겨울 나기가 힘겨운데 이 글을 읽고 나니 갑자기 세상이 환해지더라. 이래서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동문 웹사이트부터 찾게 된다.
형기! 고맙네, 늘 격려해주니. 그래서 내가 언젠가 자네 글에 덧글 달면서 서울 둘리면 꼭 연락달라고 했잖은가? 요즘도 아내와 늘 함께 있느라 자유로운 외출이 여의치 않지만, 자네가 와 전화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달려나가 만나볼 생각이네, 늘 그렇듯이 자네의 잔잔한 글에도 깊은 데서 솟아오르는 삶의 포말과 향기가 그윽하게 배어나오고 있기 때문일세. 더 늙기 전에 술도 한번 맛나게 마셔보고, 그러고 싶네, 김명수 전화는 <010-5217-9619>이네.
조카 결훈식에 주례를 담당한 명수가 자랑스럽네. 마치 신부님의 주례사를 듵는 느낌이네. 구구절절 욺은 말만 밝혔으니 신랑 신부가 감동을 받고 앞으로 행복하게 잘 살것이라 믿네. 명수는 주례를 담당해도 손색이 없겠어.
에이~! 집안행사에 집안어른으로서 한 건데. 자랑스럽긴 무얼~~!
집안 내에서 주례 부탁하기가 쉽지 않은데

명수네 형제간 우애가 좋아서일게고
명수 살아온 향기가 주변 조카들에게 스며나갔을걸세.
신랑신부가 명품이겠지만 주례사도 편안하고 따뜻한 명품일세.
난 36살때부터 지금까지 주례 81회를 했어도 여전히 서툴고 긴장되는데
그래, 큰아버지면 조카들에게 잔소리나 하는 집안의 꼰데일 텐데, 그래도 쓸만한 구석이 있다고 보아준 꼰데였던 것 같아, 그래서 그게 좀 흐뭇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