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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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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필. 고전 스크랩 한옥마을 북촌 / 이시은
풀꽃 추천 0 조회 55 17.07.08 08:4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한옥마을 북촌

                                                                                                   이시은

처마선이 아름다운 한옥들이 밝게 내리는 햇살을 이고 있다. 한복으로 곱게 단장한 여인이 나설 것 같은 대문에는 빗장이 걸린 채, 집 안 풍경에 궁금증을 일게 한다.

 

우리 것이면서 오히려 생소해 보이고, 또 이내 정겨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시멘트로 지어 진 건물에 더 익숙해져 있는 탓인가 보다. 그러나 한옥에서 잔뼈가 굵은 나이고 보니 이내 정겨움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골목길에서 만날 수 있었다.

 

북촌은 조선시대 한양의 중심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북악과 응봉을 잇는 산줄기의 남사면에 위치하고 있는 남저북고 형의 마을로, 양반들과 관료들이 사는 권문세가들의 주거지였다. 일제 강점기에 불어나는 인구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에 의한 계획형 개발로 지어진 집들이 지금의 북촌 한옥밀집 지역 대부분이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네 곳의 골짜기를 따라 길이 나 있었던 것은 아직도 삼청동길, 가회로, 계동길, 원서동길로 이어짐을 볼 수 있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 동내라는 뜻으로 불려 진 북촌에는, 도심의 박물관으로 불려 질 만큼 사적들과 문화재, 그리고 민속자료가 많은 곳이다. 사간동, 계동, 소격동, 재동은 역사의 흔적들이 동네 이름으로 불려져 오는 곳이다. 이러한 문화유산이 산재한 곳이 자칫 도심의 개발로 없어 질 위기를 벗어나, 잘 정돈된 모습으로 다시 날 수 있었음이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한옥의 멋과 잘 어우러진 카페에서 커피 향기가 풍겨나고, 오밀조밀 꾸며놓은 가계에는 북촌을 찾아드는 발길들을 멈추게 한다. 콘크리트로 반듯하게 지어진 건물들에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한옥 처마 아래 현대식 인테리어로 만들어진 풍경들은 멋스러움과 고풍스러움에서 오는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옛것과 새로운 문화가 어우러져 더욱 친숙하고 멋스러움이 풍겨나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되고 있다.

 

여러 차례 벼르다 찾은 북촌 거리다. 때때로 개발을 제한한 탓에 건축도 개축도 어려워 허물어져가는 한옥의 사진과 주민들의 불편을 다룬 기사들을 읽었던 터라, 안타까운 마음이 함께하던 곳이다.

 

한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우마차가 다닐 만큼 넓은 길이 나타난다. 골목길은 동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이웃 사람들과 친분을 나누던 마을 모두의 공동 장소로 사용되던 곳이다.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협소한 골목길에서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흘러갔을까!

 

바지에 점퍼를 입고, 마후라를 목에 감고 모자를 쓴 나는 어김없는 현대를 살아가는 여인의 모습이다. 골목길을 걸어가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을 떠올려 본다. 한옥으로 터를 잡던 그 시절, 오늘의 서울 시가지를 짐작이나 할 수 있었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들의 모습을 생각 할 수 있었을까? 긴치마에 저고리를 입었던 여인들이 궁둥이가 보일 듯 한 미니스커터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젊은 아가씨들을 보면 어떤 표정일까!

 

풍습도 가치관도 바뀌기 마련이다. 우리는 새롭고 편리한 것에 젖어 살면서 옛것을 잊고 산다. 그러나 지난 시간 속의 것들은, 아린 기억이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어 더욱 소중히 여겨지는 것이다. 그래서 일까! 빼곡이 열린 대문 틈새로 보이는 마당도 내가 자라던 시골집 안마당으로 생각되고, 명절빔으로 마련 해 준 색동저고리에 꽃분홍 유똥치마를 입은 내 유년의 날이 한옥 곳곳에 묻어나는 것 같다. 속옷이 보일 듯한 짧은 치마와 가슴이 보일 듯이 푹 패인 옷차림을 보고 옛 사람들이 경악할 일이지만, 지금 사람들이 긴치마 저고리의 우리 옷이 생소해 보이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한복은 예식이나 행사가 있는 때에나 차려 입는 옷이 된지도 오래다. 오래된 한옥을 헐어 현대식으로 다시 짖곤 한다. 사람들은 편리한 것을 ?아 불편한 것으로 부터는 멀어져 간다. 한복이나 한옥은 편히 입는 양장에 비해 거추장스럽고, 활동하기에 불편하다 보니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 우리 선조들이 지키고 가꾸어 온 것이 잊혀져 가고, 사라져 가는 것이라 더욱 소중하게 생각되는 것이다.

 

앞으로 태어나는 우리의 후손들은 이 거리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지금 내 가슴으로 파고드는 유년의 날이 한옥 곳곳에서 묻어나는 추억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박물관에서 보는 어느 시대의 주거지처럼 생각 할 지도 모른다.

어차피 세월의 흐름은 변화를 가져오고, 새로운 것이 자리 잡는 것이 섭리이다. 섭리의 법칙을 역행할 순 없겠지만, 더 오래 소중히 남아주길 바라는 것 중 하나가 한옥이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가 정겹고, 창살에 아름다운 문양이 별다른 치장 없이도 방을 장식 해주며, 삐걱하고 열리는 대문소리에 가족이나 손님을 기다리던 마음이 먼저 달려 나가는 느긋함이 담겨 있는 한옥이다.

 

해가 서녘하늘에 걸려 긴 그림자를 내리는 늦은 오후 윤보선 생가 앞을 지나 한옥마을을 벗어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뿌리를 찾아가듯 북촌 한옥마을로 발길을 놓고 있다. 생각은 자꾸만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따뜻한 온돌방에서 화롯불을 피워놓고 정담을 나누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비록 시멘으로 둘러쳐진 집일지라도, 유리창에 격자문살 무늬를 바르고, 장롱깊이 넣어 둔 한복을 차려입고 한과로 다과상을 차려 정다운 사람들을 불러 둘러앉고 싶어진다.

 

 

한국문학신문' 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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