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동국대 중강당과 만해관 및 명진관에서 진행된 이번 백일장은 전국에서 약 1500명의 학생 및 일반인이 참가해 만해스님의 자주 독립정신과 고결한 문학정신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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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에는 작년에 비해 참가자가 200명 늘어나 만해백일장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특히 우수상 이상을 수상한 고등부 참가자는 대학입학시 특기자 전형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어 매년 참가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번에 시ㆍ시조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정현희양은 다섯 개의 시제가운데 하나인 ‘바코드’를 통해 이 시대 아버지들의 애환을 담아냈다.
또 만해백일장 산문부문 대상의 영예를 안은 이소원양은 어머니와 탯줄로 연결되어 따뜻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어머니의 주머니속으로 다시 돌아가고픈 마음을 그려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편, 문성열 대한불교청년회 부회장은 “날로 참가자들이 늘어나고 전국적 규모의 행사인 만해백일장이 30돌을 앞두고 있는 현시점에 대상을 대통령상으로 격상시킬 필요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대상 수상작.
시ㆍ시조 부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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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
보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정 현 희
바코드를 찍었다
상품명 ‘아버지’
알아볼 수 없이
일일이 나열한 그 글자는
내게 무언가 말해주려한다
가장 큰 작대기 하나
줄줄이 딸려 온
각기 다른 여러 막대기에
더욱 더 짙어진다
아버지 검은 눈썹을 닮았다
고단한 몸
눕고 싶지만
그를 바라보는
다른 바코드 때문에쓰러질 수도 없는 마음이야굳건히 자리 지키고 서 있구나
그 중 가장 작은 바코드 하나
아버지 학력을 말했다
뒤를 이은 바코드에게 이른다
‘너희는 얇게 크니 말아다오’
아버지 뒷자락
영영 붙어버린 납작한 바코드
이제 찍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또 다른 이름
산문부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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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오류고등학교 3학년 이 소 원
목욕을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엄마가 수건으로 몸도 가리지 않은 채 거실로 나와 속옷을 찾는다. 152센치 작은 키에 피둥피둥 늘어난 살이 보기 흉할만큼 적나라하게 빚춰진다.
엄마는 점점 살이 찌고 키가 줄어든다. 가끔 엄마의 맨몸을 보면 입이 떡하고 벌어질만큼, 엄마는 나이가 들수록 가꾸지도 않았고 자기 자신한테 무척이나 무신경했다. 엄마는 안방 서랍을 열고 구멍난 면팬티를 꺼내 입는다. 엄마의 아랫배가 출렁인다.
엄마는 노산이었다. 자연분만은 도저히 할 수 없었고 꼭 아이가 쏟아져 나올것 같다며 엄마는 수술대 위에서 배를 갈라 나를 낳았다. 그때 위에서 배를 갈라 나를 낳았다. 그때 받은 수술자국조차 흐릿해지고 살로 감춰질 만큼 엄마는 살이 쪘다.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에 어렵게 낳은 자식인지해서 엄마는 늘 다른 엄마들보다 나를 과잉보호했다. 친구들과 놀고 있을 때도 몇 번씩 휴대폰이 울렸고 열에 아홉은 엄마였다. 학교에 무슨 일이 났다하면 교무실로 전화해 열을 올렸고 독서실에서 밤 열시가 넘어서 돌아오면 늦게까지 할 필요 없다며 한소리했다.
열아홉이나 된 딸을 불안해하는 엄마의 유별난 과잉보호 때문에 나는 친구들에게 마마걸이라는 농담섞인 진담도 듣곤 했다. 그런 엄마가 귀찮아 화를 낸 적이 있었다.
“내가 한 두 살먹은 어린애야? 맨날 참견하고 전화하고, 그만 좀 해. 나도 다 컷다고”
그 날 엄마와 나는 처음으로 크게 싸웠다. 나는 키가 유난히 작은 엄마를 쳐다보며, 울며불며 소리 쳤고, 그런 엄마는 그날따라 더 작아보였다.
그날 밤, 밤새 뒤척이는 엄마를 생각하자 콧잔등이 시큰해왔다. 쉽게 잠이 오지 않고 한참동안 코를 훌쩍거렸다.
나는 안방에 들어가 엄마 품 안에 안겨 엄마 배 위에 팔을 두른다.
엄마도 그런 나를 품 안에 꼭 안아 주고선, 내 등을 어린아이 달래듯 살살 쓰다듬었다. 더 눈물이 났다. 예닐곱살 때 그랬던 것처럼 엄마 품에 안겨 울었다.
그날 밤은 사방이 고요하고 마음이 평안해졌다. 엄마와 다시 하나의 탯줄로 연결되어, 함께 숨을 쉬고 같은 것을 보는 것처럼 엄마의 양수 속에서 헤엄치며 사랑을 받으며, 심장이 뛰고 손가락발가락이 자라는 것처럼.
나는 다시 한번 엄마의 볼록한 배를 쓰다듬는다.
18년 동안 나를 키워온 엄마의 주머니가 이제는 주름이 생기고 쇠소리가 난다. 이제 그 보잘것 없는 주머니가 싫어 나는 자꾸 밖으로 나가려고만 한다.
세상은 아직 위험하다며 엄마의 낡고 늙은 주머니는 비를 피하게 하고,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 나를 감싸 안아준다.
아직 엄마의 주머니 밖으로 나가기엔 나는 아직 엄마 품이 그립다.
엄마의 주머니 속에선 진심으로 울 수도 있고 가슴 깊이 무언가를 기도할 수도 있다.
친구들이 마마걸이라며 놀려도 좋다. 지금 빠져나가기엔 엄마의 주머니 속은 무척이나 따뜻하고 평화롭다.
2006-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