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국가들을 통해 살펴본 돈과 행복(1)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Richard Easterlin)이 돈과 행복은 상관관계가 있지만 돈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더 이상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을 발견하였다는 얘기나
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앵거스 디튼 (Angus Deaton)이 연 소득 7만5000달러
(약 1억원)를 넘으면 소득과 행복이 더 이상 정비례하지 않음을 주장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얘기를 근거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7만5000달러 이상 벌게 되면 행복은
제자리 걸음을 한다는 글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UN 산하 자문기관인 SDSN이 발표한 2023년도 세계행복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1위부터 7위는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순이며(이스라엘과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모두 북유럽 국가들이다) 미국은 15위, 일본 47위, 한국은 57위다.
그런데 한국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알려졌던 부탄과 네팔은 어디에 있을까?
‘은둔의 왕국’으로 불려온 부탄은 지난 2008년 왕정제에서 입헌군주제로 전환했다.
이때 정치적 목적에서 영국 통계학자 닉막스(Nic Marks)의 조언을 받아 독자적인 행복지수를 만들었다.
부탄과 갈등 관계였던 네팔도 흉내를 냈다.
2010년 닉막스가 활동한 신경제재단(NEF)은 부탄을 행복지수 1위 국가로 발표해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발표된 세계행복지수 조사에서는 부탄과 네팔 모두 순위가 밑바닥에 있다.
행복이라는 것은 개인의 주관적 생각이고 이를 계량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 수치를 절대적으로 믿을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7위라는 한국의 행복지수 순위를 보면, “먹고 사는 문제에서는 웬만큼 수준에
도달했으나 아직도 갈 길이 먼 헬조선이구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을 유보하여라.
행복지수를 산정할 때 사용되는 요소들은 매년 조금씩 바뀌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행복 여부를 측정하려는 의도가 덧붙여졌다.
설문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1인당 GDP, 평균 건강 수명, 문제 발생 시 언제라도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는지 여부,
삶의 선택에 대한 자유로움, 기부나 선행 행위의 유무, 부정·부패 존재 여부,
어제 느낀 감정 중 웃음·즐거움·몰입에 속하는 것이 있는지 여부,
걱정·슬픔·분노에 속하는 것이 있는지 여부.
소득이 연간 7만5000달러를 넘어서면 더 이상 행복과 정비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그 수준까지는 거의 비례해야 한다.
그런데 행복지수 1위는 5만4351달러이고 2위는 6만8827달러이며 3위가 7만5180달러다.
후순위를 보더라도 행복지수 5위는 6만1098달러, 6위는 5만5395달러, 7위가 10만1103달러다.
뭔가 순위가 이상하지 않은가?
어째서 행복지수 1~7위 국가들 중 1인당 명목 GDP가 가장 낮은 핀란드가 행복지수 1위일까?
또 미국이 7만5000달러를 넘는데도 행복지수가 15위인 것을 보면, 결국 수입이 많아도 더 행복해
지지는 않는다는 말은 맞는 것 아닐까?
맞는 말 아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부자가 되는 세월을 경험한 당사자로서, 그런 얘기들은 영어 원문을 잘못 번역
하였거나 원문의 일부분만 인용해 잘못 퍼진 헛소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행복은 우리가 소유한 것들이 유형의 것이건 무형의 것이건 상관없이 그 양과 질이 증가하는 과정이 계속될 때 얻어진다.”
즉 행복은 어떤 성공의 도착점에 도착하여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고, 변화의 길을
걸어가며 내딛는 발걸음마다 계속 남겨지는 발자국처럼 쫓아오는 것이다.<세이노의 가르침 328쪽>
전 국민 소득 자료를 공개하는 북유럽 국가는 과거 행복지수 조사에서 보수 차이에 대한 만족도가
다른 나라들보다 평균 20%포인트 이상 높고, 삶을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점에서는 25%포인트 이상 높았다.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다’는 비중도 20%포인트 이상 높고, 부정부패가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도
아이슬란드는 세계 평균에 근접하지만 그 외의 북유럽 나라들은 매우 낮다.
기부나 선행 의식은 다른 나라들보다 평균적으로 20배 이상 높다.
그래서 행복지수가 높은 것일까? 절반만 맞는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세이노의 가르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