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의 문턱 입추(立秋) ◈
아직은 한여름의 후텁지근한 공기가 더 익숙한 8월이지만 어제가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立秋)' 였지요 입추라는 말이 괜스레 반가워지는 이유는 바로 입추가 '가을을 알리는 첫 번째 절기'이기 때문이지요 24절기에서 입추(立秋)부터 입동(立冬)까지를 절기상 가을로 분류하고 있어요 아무튼 긴 더위 끝,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청명해지는 듯한 절기 입추(立秋)가 지났어요 24절기 가운데 13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입추(立秋)는 계절상 가을로 분류되는 첫 번째 절기이지요 가을의 절기로는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까지 총 6개의 절기가 있어요 입춘, 입하, 입추, 입동의 공통점은 바로 '입(立)'자가 들어간다는 점이지요 여기서 입은 각 계절로 들어선다는 뜻을 품고 있는데 즉 입추(立秋)는 가을에 들어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요 한여름 폭염을 견디고 맞이하는 선선하고 청명한 가을! 때문에 무더위에 지친 많은 분들이 입추를 반가워하지요 그렇지만 가을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추가 기대만큼 시원하지는 않아요 실제로 입추는 양력으로 8월 7일 또는 8월 8월 무렵에 드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삼복 더위라는 말복이 월복(越伏)을 하여 다음주에나 말복(末伏)이 오지요 때문에 이름은 가을 냄새를 물씬 풍기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입추는 대서와 더불어 더위가 최고 절정에 달하는 때이지요 그런데 절기의 뜻과 실제 날씨가 맞지 않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요? 이는 바로 24절기를 중국 화북지방의 날씨를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가을 날씨에 접어드는 기점은 입추(立秋)가 아닌 처서(處暑)라고 볼수 있어요 처서가 되면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서 가을 기분을 만끽할수 있지요 고려사에서는 "입하부터 입추까지 백성들이 조정에 얼음을 진상하면 이를 대궐에서 쓰고 조정 대신들에게도 나눠주었다"라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 대목으로 보아 과거에도 우리나라는 입추까지 날씨가 무척 더웠음을 짐작해 볼수 있어요 입추는 벼가 한창 익어가는 시기라서 날씨가 맑아야 농작물이 쑥쑥 자랄수 있지요 이때 이후로도 장마가 계속되면 흉년이 찾아오기 십상이어서 조선시대에는 입추가 지나서도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조정과 각 고을에서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지냈어요 그 만큼 가을날씨가 중요했던 것이지요 또 이날은 곡식이 여무는 시기이기 때문에 날씨를 보고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날씨점을 보았는데 입추에 하늘이 청명하면 만곡에 풍년이 든다고 믿었어요 이날 비가 조금만 내리면 길하고, 많이 내리면 벼가 상한다고 믿기도 했는데 또 입추에 천둥번개가 치면 벼의 수확량이 적고 지진이 있으면 다음 해 봄에 소와 염소, 산양이 죽는다고 여기곤 했지요 한편 입추 무렵 김매기를 끝낸 농촌은 다소 한가로운 농한기에 접어들게 되지요 할 일 없이 매우 한가한 날을 보낸다는 의미에서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는 속담이 생겨났으며 이는 모내기와 보리 수확으로 매우 바쁜 달임을 표현하는 5월을 "발등에 오줌 싼다"라는 말과 대조를 이루는 표현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입추가 지나면 낮으로는 여전히 폭염이 지속되지만 밤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지요 때문에 이때부터 본격적인 가을 준비를 시작해야 하지요 김장용 무와 배추를 심어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기도 하고 성장이 무디어진 논뚝 밭뚝의 잡초도 제거하고 처서가 지나면 선영들의 묘소도 돌보아야 하지요 올해는 입추가 지나고도 한참 늦은 장마가 기승을 부릴 예정이라 하니 걱정이 아닐수 없어요 가뜩이나 일기가 고르지 못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고 있는데 입추뒤에 오는 장마는 농산물 생산에 치명적일수 있지요 여기다가 가을 태풍이라도 올라치면 일년농사 폐농에 가깝지요 옛부터 가을 태풍이 무섭다 했어요 그런데 요즘 정치권도 마찬가지 이지요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기고 있고 여야모두 내분으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어요 모름지기 정치란 정도(正道)를 걸어야 하거늘 민생은 어디가고 편법과 위법이 난무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눈에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 아닐수 없어요 물가안정 ,언론개혁, 부패청산 등 시급한 문제가 너무도 많은데 당내 갈등으로 시간만 허비하고 있지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오듯 어서빨리 정치권에도 경세제민(經世濟民)의 기풍이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경세제민(經世濟民)은 나라를 잘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정치의 대도(大道)를 이르는 말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일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