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애국자라면 어떤 상황에도 러시아어를 절대 쓰면 안 된다고 주장해 격렬한 논란을 일으킨 우크라이나 언어학 교수 겸 반러시아 민족주의 정치인 이리나 파리온(60)이 서부 르비우 거리를 걷다 괴한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고 영국 BBC가 20일 전했다.
총격 사건이 벌어진 것은 전날이었으며,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도 했던 파리온은 병원에 옮겨진 뒤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고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 주지사가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경위를 파악 중인데 암살 총격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괴한의 신원은 특정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전이 돼 당시 범행 현장을 담은 폐쇄회로(CC) TV 영상은 없다고 밝혔다.
이호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은 “우발적 살인이 아니었다”면서 경찰이 동기를 찾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텔레그램을 통해 발표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미 여러 버전을 갖고 있는데 주된 것은 (파리온의) 사회, 정치 활동과 관련해 개인적 증오가 아닌가 말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이 살인이 배후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텔레그램을 통해 “어떤 폭력도 규탄해야 하며 이번 공격을 저지른 이는 누구라도 전적으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온이 속한 강경 민족주의 정당 스보보다(Svoboda, 자유)당은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성명을 발표했는데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언어의 성전을 타격했다"고 했다. 지난해 파리온은 "진정한 애국자라면 전선을 포함, 어떤 상황에서도 러시아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 침략국가의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갈파했다. 그녀는 나아가 러시아어를 "날 살해하고 차별하며 중상하고 강간한 적의 언어"라고 표현한 뒤 "얼마나 미쳤으면 우크라이나 군대에 속해 싸우면서 러시아어를 말하는가"라고 개탄한 바 있다.
그녀의 발언은 우크라이나에서 격렬한 반응을 불러왔다. 사람들은 그녀가 언어에 대한 선입견에 근거해 증오를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결국 우크라이나 서부의 한 대학에서 쫓겨났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조사를 받았다. 지난 5월 르비우 항소법원은 그녀를 복직시키라고 판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