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프리존=김현태 기자]'치킨업계 가격 인상의 공식이 깨졌다' 최근 2만원대
가격으로 치킨 값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부 업체가 '착한 가격'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본격적인 가격 경쟁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이는 일부 선두업체가 가격인상을 단행하면 다른 업체들이 일정 시기를 두고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치킨은 우리 생활에 많이 밀접한 먹이감 이다. ‘1인 1닭’과 같은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 치킨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먹거리이자 안주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월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 분석에 따르면 2011년부터 최근까지
SNS에서 ‘치킨’의 언급 횟수는 ‘1천 370만 4,924회’로 ‘피자’(약 793만 회)와 ‘삼겹살’(약 171만 회)을 크게 앞섰다.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2007년 이후로 30% 증가한 연간 1인당 닭고기 소비량(9kg→12.6kg)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닭들은 비좁은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고, 이를 두고 닭의 동물권을 보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불붙은 닭고기 ‘찍어내기’
뜨거운 치킨 열풍의 이면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용 닭(육계) 사육과 도계가
있다. 지난 3월 1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에서 도계된 닭은 총 9억 7천만 마리에 이른다. 2010년 7억 마리,
2014년 8억 마리 돌파 후 불과 1년 만에 1억 마리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많은 수의 닭고기 공급은 병아리 부화부터 양계, 도계,
닭고기 유통까지 닭고기 생산 전 과정을 기업이 장악하고 농장을 수직계열화하면서 가능해졌다. 실제로 한국 닭고기 시장의 60%를 하림(자회사 올품
포함)·마니커·동우(자회사 참프레 포함)·체리부로 등 4개 기업이 장악하고있다. 기업들은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자 생산성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사육농가의 92% 이상을 계열화시켜 같은 규모의 시설에서 되도록 많은 닭을 생산해내는 공장식 밀집형 축사로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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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밀집사육으로 닭들이 서로 뒤엉켜있다. ⓒ동물자유연대
밀집사육 경향은 최근 몇 년 더욱 심화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3월 12일
발표한 ‘닭고기 수급 불균형과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육계는 초과공급 상태이며 각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매분기마다
통계청에서 발표되는 ‘가축동향조사’를 추적해보니 2006년 이후 양계 농가 수는 다소 줄었거나 증가폭이 적었던 반면 사육 육계 수는 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초과공급이 극심했던 2015년 4/4분기는 전 분기 대비 전국 육계 양계 가구 수가 110가구
줄었지만(1,668→1,558) 사육 육계 수는 60만 마리 이상 늘었다(81,183,938→81,851,167).
이는 한 양계장 당 사육 중인 육계 마리수가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뜻이며,
3개월(분기) 안에 축사 크기가 커지지 않았다면 육계 한 마리당 차지하는 공간이 지속적으로 축소됐음을 뜻한다. 실제 ‘가축동향조사’에 따르면
2016년 1/4분기에 전국 1,641곳 육계 양계 가구에서 사육 중인 육계는 약 8천 600만 마리가 넘었다. 따라서 2016년 3월 기준 한
양계장에서 육계를 대략 5만 마리 정도씩 키운 것으로 계산 가능하다.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선임간사는 “육계는 보통 A4용지보다 작은
0.05㎡에서 생을 유지하다 도계된다”면서 “실제 농장을 가보면 닭들이 충분한 공간을 점하지 못하고 서로 날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기업의 이윤논리에 따라 좁은 공간에서 많은 닭을 키우다 보니 여러 문제가 생긴다.
닭들은 밀집사육으로 인해 날개를 퍼덕이고 모래를 쪼는 등 자연스러운 행동과 활동에 제한을 받고, 서로의 깃털을 쪼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런
이상행동이 ‘카니발리즘(Cannibalism, 같은 종의 신체 일부나 전체를 먹는 행동이나 습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또한 닭들은 출하
전까지 엄청나게 쌓이는 분변과 접촉하면서 발바닥, 정강이, 가슴부위에 화상과 피부염증을 겪는다. 이러한 밀집사육환경은 사육장 내 고병원성
바이러스 생산을 촉진해 매년 조류독감(AI)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과잉생산의 원인은 닭고기 생산 계열 업체의 시장점유율 경쟁 심화에 있다. 김
선임간사는 “대기업과 계약을 맺고 닭 사육을 위탁받은 양계 농장의 경우 점유율 경쟁으로 병아리를 밀어 넣는 대기업의 행동을 막을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빠르게 자라는 닭, 우리는 ‘큰 병아리’를 먹는다?
공장식 생산만으로 늘어난 육계 소비를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늘날
닭은 빠르게, 많이 자라도록 개량됐다. 전 세계적으로 사육되는 닭의 95%는 4~5개의 종계회사에서 보급하는 계통이다. 각 종계회사는 보다 빨리
자라는 계통의 닭을 만들어내기 위해 경쟁해왔다. 그 결과 1950년대 육계가 8주에 1kg가량 자란 것과 달리 오늘날 육계는 8주에 보통
4.2kg까지 자라나게 개량됐다. 한재용 교수(동물생명공학)는 “한국인은 주로 작은 닭 소비를 선호하므로 대략 30일 전후면 치킨용 사이즈 닭을
생산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닭을 생명이 아닌 상품으로 보는 입장에서 효율적 품종개량은 긍정적이다. 가축동물에게 투입되는 사료 양 대비 가축이
살찌는 속도를 나타낸 ‘사료효율’의 측면에서도 닭은 가장 효율적이다. 소와 돼지는 몸집 1kg을 찌우기 위해 각각 7kg, 3.5kg의 사료가
필요하다. 한 교수에 따르면 닭의 경우 작년 미국 종계회사에 의해 1.4kg의 사료로 1kg의 살을 찌울 수 있는 데 이르렀다. 그야말로 옥수수
1kg이 닭고기 1kg으로 변화할 수 있는 날이 코앞으로 다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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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에 비해 육계는 4배 이상 빨리 자라게 개량됐다. ⓒDepartment of Agricultural,Food and
Nutritional Science, University of Alberta, Edmonton.
하지만 닭이 이렇게 빨리 살이 찌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됐다. 동물자유연대
김영환 선임간사는 “닭이 빨리 크고 살찌는 대신, 심장과 폐에 무리가 돼 돌연 소리를 지르다 뒤로 넘어져 죽는 급사증이 발생하거나 심부전을 앓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몸집에 비해 골밀도가 높지 않아 쉽게 다리가 부러지고 평사에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 “빨리 살찌는 육계는
간에 지방이 과잉 축적됨으로써 간과 복강에 혈액이 유출돼 급사하는 지방간출혈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닭은 30여 일 만에 도계되면서 또 다른 문제를 가져온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육계 사육일수가 가장 짧은 축에 속한다. 한재용 교수는 이를 “한국인들의 작은 닭 한 마리(1.5kg)를 통째로 먹는 식습관 때문에 일본·미국
등 큰 닭(2.5kg)을 부위별로 소비하는 국가들에 비하여 닭을 열흘 가량 덜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 상태에서 닭의 수명은 15년
정도다. 양계장에서 자라고 있는 개량된 닭의 경우 무리하게 빠른 생장속도로 인해 그 정도를 살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달 남짓
자란 닭을 닭이라고 볼 수 있을 지가 의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영환 선임간사는 우리가 먹는 닭을 ‘큰 병아리’라고 지칭했다. 그는 “고기를
얻어내기 위해 기계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처럼 닭을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면서 “닭에게도 본연의 삶이 있는데
소비에 맞추어 그것을 헤집어 놓아, 15년 살 수 있는 닭을 단 한 달 만에 도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재용 교수는
한 달 성장한 닭을 큰 병아리라고 부르는 데에 동의하면서도 “현재 개량된 닭의 성장속도에서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육질과 크기의 닭을 생산해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수개월 커서 성(性)성숙이 이뤄진 닭의 경우 육질이 질겨지는데, 소비자들이 이렇게 다 자란 닭을 소비할 수
있다면 양계업자들이 그렇게 생산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닭의 복지도 존중해야 할까
앞서 다룬 육계의 비좁은 밀집사육환경과 짧은 기간 안에 이뤄지는 사육이 육계를
식용하는 소비자에게 건강상 문제를 준다고 보긴 어렵다. 많은 양계농가가 기업 계열화됨에 따라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받는 등 위생상
다각도로 신경 쓰고 있고, 동물복지에 맞게 자라난 닭이 영양상 더 이롭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체계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한 적이 없어 양계장 내 닭들이 비윤리적 사육여건으로 인한 질병에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 수치는 알 수 없다. 이에 대해
김영환 선임간사는 “모든 것이 윤리의 문제로 해석돼야 할 것”이라면서 “닭들의 고통은 한국에서도 분명히 존재하며 이를 외면한 소비가 올바른지
생명 감수성 차원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우리가 먹는 닭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닭이 고통받고 병에 걸리는지는 구체적
‘수치의 문제’보다는 ‘동물권 감수성’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윤리적 소비의 가능성
육식과 ‘동물권 수호’는 양립 불가능한 것일까. 김영환 선임간사는 “동물권 수호가
반드시 육식 제한 주장이라는 것은 정말 오해”라고 말했다. 닭을 포함한 육식 문화는 역사시대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이런 인류 문화를 동물권이라는
이름으로 막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 다만 그는 “현재 육류소비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비윤리적 사육의 책임 일부는
소비자의 무관심에도 있다”고 말했다. 이때 ‘비윤리적 사육’이란 가축의 자연스러운 생애 주기와 기본적인 삶의 조건 등 동물권을 무시한 채 이뤄진
사육을 뜻한다. 그러나 무관심을 두고 소비자를 탓할 수는 없다. 김 선임간사는 “우리는 치킨을 보며 생명 감수성을 느낄 수 없지만 (닭들의)
사육환경을 보면 일면 연민의 감정이 느껴지고 이러한 사육여건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겨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닭의 사육환경을 알려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가 반려동물과 자주 접촉하여 그들의 삶을 공유할 때 그들의 감정을 헤아릴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우리가 닭의 열악한 사육환경,
닭의 삶을 자주 접할 경우 일종의 측은지심이 발동할 것이라는 뜻이다.
동물권수호의 스펙트럼은 넓다. 이 극단으로 가면 우리는 비건(Vegun,
엄격한 채식주의자)이 돼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이의 전면적 비건화(化)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동물권 운동가들 모두가 이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김 선임간사는 “치킨을 먹더라도 닭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해주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며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을 소개했다.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이란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운영하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받은 농장에서 생산된 축산물을 뜻한다. 양계와 관련해서도
2015년 말부터 양계장 두 곳이 인증을 받아 윤리적 닭고기 소비의 길이 열렸다. 이들 양계장은 사육환경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육밀도를
19수·30kg/㎡ 이하(기존 사육방식 25~6수·39kg/㎡)로 관리함으로써 불필요한 먹이 경쟁을 막는 등 스트레스를 최소화했고 닭이 휴식을
취하기 위한 홰, 쪼는 행동욕구 를 충족시키기 위한 물건(채소, 나무 조각)을 제공하는 등 닭 고유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요건을 충족했다.
닭의 동물권을 고려한 윤리적 소비의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5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동물복지 인증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응답이 66.6%로
2012년 조사결과 대비 30.2%p증가했다. 인증제도의 존재를 아는 응답자는 30.2%에 그쳐 여전히 한계를 보이지만, 2012년 조사 결과
대비 17.2%p 증가한 것은 긍정적이다. 국민의 동물복지 인식 변화는 양계 농장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한재용 교수는 “최근 닭이 분변과
뒤엉켜 생활하는 평사 계사에서 분변이 닭의 생활공간 아래로 떨어지는 고상식 계사로 시설 개선에 나서는 농장이 많다”며 “양계기업 입장에서도
소비자의 윤리적 요구가 이어질 경우 스스로 시설 개선에 나설 유인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김영환 간사 역시 “먹는 것 자체를 없앨
수 없더라도 사람의 편의 혹은 생산성 때문에 닭이 고통스럽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소비자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닭고기 생산’이 지나치게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다뤄진다면 닭들은 생명체라기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여느 생산품에 지나지 않게 된다. 김영환 간사는 “눈앞에 보이는 치킨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눈앞의
치킨에서 한 마리의 닭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근 닭고기는 지방함량이 적어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세계적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사람의 건강뿐만 아니라 닭들의 건강한 삶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볼 이유가 있어 보인다.
kimht100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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