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미술관에 가면 전시작품에 주력하지만
가끔씩 수장고가 궁금해 질 때가 있다
대기업 소속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일 때는 더 그렇다
영화나 다큐에서 아주 잠깐씩 수장고를 화면에 담기도 하지만
너무 빠르게 지나거나 속 시원하게 보여주 진 않는다
얼마전 제주의 김창열 미술관 건물 소개할 때
(아마 건축에 관계된 다큐였던 것 같다)
건물의 특이한 구조를 설명하며 수장고를 소개한 적이 있지만
수장고에 보관 중인 작품까지 보여주려는 의도는 아니고
단순히 특이한 구조 속의 공간설명 정도였다
이건희 컬렉션을 분산해서 전시한다는 발표가 났을 때
관심있어 찾아보다가
내가 사는 가까운 지역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나라에 4군데가 있다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청주관
세상에~~
서울과 과천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만 알았지 청주에 있는 건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알아보니 청주관은 2018년도에 개관했다고 한다
청주관은 단순한 전시관 개념을 뛰어넘어 특화된 작품 수장과 보존처리, 보수 등을 맡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수장형 미술관이다
수장형 미술관이라하니
국립현대미술관의 수장고를 겸하면서 각종 작품들의 보존을 위한 미술관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이 곳을 관람하다보니
각 층마다 보존처리실이 있을 정도로 보존처리 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맡은 장소인 것같다
청주관은 처음부터 미술관 건물로 지어진 것은 아니다
담배공장이었던 건물이라고 한다
긴 굴뚝을 그대로 살려두고 네모 반듯반듯한 모습이
외관을 중시해 개성있고 특색있게 짓는 요즘의 미술관 건물과는 거리가 멀다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려 재건축된 건물이기에 그렇다
특히 수장시설은 단순히 수장고의 역할만이 아닌 전시 개념을 도입하였다
'보이는 수장고' 와 '개방수장고' 로 조성되어
지금껏 다른 미술관에서 체험한 것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높은 굴뚝이 있던 공장을 미술관으로 만든 것은 영국의 테이트모던을 연상시키고
언뜻 배관처럼 보이는 굵다란 기둥들이 파리의 퐁피두센터를 연상시킨다
화려한 컬러를 쏙 빼버린 퐁피두.
내부에 보이지 않게 들어있어야 할 각종 배관들이 화려한 컬러를 뽐내며 밖으로 돌출되어 있어
다소 충격적인 퐁피두센터 말이다
이러면 비약이 너무 심한건가?
재건축하면서 주차장을 마련하고 건물과 잇기위해 원형으로 연결시킨 다리가 멋져보이는 건
나만 그런걸까?
시 청사와 작은 광장을 마주하고 서 있는데
작은 광장에 서 있는 조각작품들이 여긴 예술공간입니다 하고 말하는 듯 보인다
건물들 틈에서 자라고 있는 이 나무
볼 수록 분위기 있게 생겼네요
시멘트로 답답한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아주 멋진 자태를 만든 나무에게
자꾸 눈길이 간다
원형벤치에 앉아 나무와 친해지고 싶어진다
미술관 설명이 너무 길었다
정작 미술관 내부는 안 보고 그냥 온 사람처럼..
오늘은 미술관 외모이야기만 하고
내일 미술관의 정신세계를 좀 해 보기로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