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의 제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참이 지나서 느닷없이 돈을 값으라는 소장이 올 경우 상당히 당황스럽다. 이에 대한 대처법을 알아보자. 간단하다. 소장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특별한정승인을 하면 된다.
우리 민법은 피상속인(아버지)의 재산은 상속개시시의 상태대로 상속인(본인)에게 포괄 승계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제1005조). 따라서 피상속인이 채무초과상태에서 사망한 경우라도 상속인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는 한 상속인에게 그 채무가 전부 승계된다.
따라서 과거에는 무조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보기(제1026조 제2호)때문에,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채무를 모두 승계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가 발생하였다. 즉, 상속인이 정상적인 주의를 다하여도 피상속인의 채무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숙려기간 3개월이 지난 후에는 단순승인한 것으로 귀착되고, 피상속인의 채무를 책임지게 되는 불합리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이러한 불합리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단순승인 의제규정(민법 제1026조 제2호)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한 바 있다(헌재 1998. 8. 27. 96헌가22 등). 따라서 이후에는 민법이 개정되었다.
2. 민법 개정
이에 2002. 1. 14.자로 민법 제1019조 제3항이 신설되었다. 즉, “민법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상속인은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제1항의 기간내에 알지 못하고 단순승인(제1026조제1호 및 제2호의 규정에 의하여 단순승인한 것으로 보는 경우를 포함한다)을 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월내에 한정승인을 할 수 있다.”고 신설된 것이다.
이러한 특별한정승인의 효력은 소급되지 않는다(부칙 제2조). 또한 1998년 5월 27일부터 이 법 시행(2002. 1. 14.)전까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자중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상속개시일부터 3월의 기간내에 알지 못하다가 이 법 시행전에 그 사실을 알고도 한정승인 신고를 하지 아니한 자는 이 법 시행일부터 3월내에 제1019조제3항의 개정규정에 의한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법 부칙 제3조).
3. 결론
재산은 없이 빚만 상속되거나 빚이 더 많아 빚을 상속받아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하기 어렵다. 본인의 의사나 책임에 기초하지 않고 단순히 상속인이라는 이유로 피상속인인의 채무를 부담한다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 따라서 이러한 불합리한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개정법률은 원칙적으로 타당하다.
다만,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첫째 상속채무의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없이” 알지 못한 경우의 의미인데, 이는 앞으로 판례를 통하여 명확히 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특별한정승인을 하기 전에 이미 일부의 채권자나 유증받은 자에게만 변제한 후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경우에 대한 법규정이 없어 경우에 따라서는 부당하게 변제를 받는 자가 생길수도 있다는 점이다. 즉, 특별한정승인의 효력은 소급되지 않게 함으로써(부칙 제2조) 특별한정승인의 경우, 상속채권자 등의 보호에 형평을 기하지 못한 점이라 할 수 있다.
하여간 그나마 다행이다. 비록 아버지가 사망하신 후에 3개월 기간안에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못한 경우에라도 나중에 빚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그때라도 특별한정승인을 하여 빚을 값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즉, 뒤늦게 아버지 빚을 값으라는 소장을 받으면 특별한정승인을 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 못값는다고 전하면 그만이다.<법무법인 강산 김은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