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구속사 강해
하나님 나라에 대한 적대 세력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범죄하여 나타난 현상 중 가장 현저한 것은 사망이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들에게까지 들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망이 피조물의 세계에 들어와 곳곳에서 죽음의 그림자인 부패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다. 피조물들이 죽음 앞에 당면한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소를 가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상대방의 독소에 의해 치명적인 해를 입기 전에 상대방을 공격하여 제거함으로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피해보려는 시도가 강해지게 되었다. 그 결과 나타난 현상이 상대방에 대한 공격성으로 표출되었으며 그 공격성은 점차 더 잔인성을 더하게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점차 세상은 악하게 변모되어 갔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부패의 현상이다. 이러한 부패의 현상은 모든 피조물 세계에서 특히 사람들 사이에서 매우 농도 짙게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가인이 그 형제 아벨을 죽인 사건이다.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가 죄를 범하여 사망에 이르게 되자 하와를 유혹하여 하나님을 대적하게 한 사탄과 원수가 되게 하고 나아가 여자의 후손들(거룩한 하나님의 자녀들)과 사탄의 후손들(사탄의 통치를 받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원수가 되게 할 것이라고 선언하셨다. 뿐만 아니라 그 여자의 후손들 중 하나가 마침내 사람을 유혹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탄을 철저하게 깨뜨리고 하나님의 구원의 계획을 완수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창 3:15). 이후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류는 여자의 후손으로 일컬어지는 하나님의 백성과 뱀의 후손으로 일컬어지는 사탄의 백성으로 구분되기 시작했으며 그들 사이는 원수지간으로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여자의 후손과 뱀의 후손 사이에 서로를 적대시하고 질투하게 된 사건이 가인과 아벨 사건인 것이다.
1. 구원을 상징하는 제사 제도
가인과 아벨이 처음부터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인식의 정도가 달랐던 것은 아니었다. 점차 그들이 장성하면서 아담과 하와로부터 하나님에 대한 지식을 전달받을 때 서로가 관심을 갖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 인식의 차이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가인과 아벨이 하나님에 대하여 얼마나 그 인식의 정도가 달랐는가를 전적으로 표하는 내용은 그들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것에서 나타난다. 자기가 종사한 소출을 가지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다는 것이 하나님께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놓고 본다면 가인의 제사나 아벨이 드린 제사의 형식에서 어떤 하자나 흠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가인의 제사는 거부하시고 아벨의 제사 만을 열납하신다는 명백한 표시를 해주셨다(창 4:4).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그들이 각기 드린 제물만을 인정하시거나 거부하신 것이 아니라 그 제물을 드린 주체까지도 인정하시거나 거부하신다고 분명하게 표시하여 주고 있다. “여호와께서 아벨과 그 제물은 열납하셨으나 가인과 그 제물은 열납하지 아니하신지라”(창 4:4-5)는 말씀에서 보는 것처럼 하나님은 아벨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시고 그 관계를 바탕으로 아벨이 드린 제물을 기쁘게 받아주신 것이다. 반면에 하나님은 가인을 하나님 앞에서 인정하지 않으셨고 그렇기 때문에 가인이 제사로 드린 제물을 거부하셨음을 분명하게 보여주셨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죄 있는 인간을 절대로 용서하시지 않을 것이라는 사탄의 생각과는 달리 누군가가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켜 드릴 수만 있다면 하나님은 죄 있는 인간을 용서하신다는 하나님의 거룩하신 사랑의 표시로서 제사 제도를 세우셨다. 제사 제도는 성자 예수께서 인간의 죄를 대속하심으로서 죄 있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를 충족시키겠다는 명백한 의지에 근거하여 제정되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그러한 성자(聖子)의 의지에 근거하여 죄 있는 아담과 하와를 용서하시고 사탄의 손에서 건져내셨던 것이다.
이처럼 제사 제도는 사람을 유혹하여 영원히 자기의 수하에 잡아 놓겠다는 음흉한 사탄의 계획을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대신하여 형벌을 치름으로 철저하게 무산시킬 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란 죄 있는 인간을 사탄에게서 해방시키기 위한 죽음이라기보다는 죄 있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켜 드리기 위한 대속의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 은혜에 근거하여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과 화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제사 제도란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켜 드리기 위한 정신이 그 안에 담겨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죄에 오염된 생명이 아닌 죄 없고 순결한 생명이 자기의 죽음을 대신하여 대속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징한다는 차원에서 하나님 앞에 제물을 가지고 나아가 드려야 하는 것이다.
2. 최초의 대적자 ‘가인’
가인이 제사가 상징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바르게 알지 못했다는 사실과 아벨의 제사를 열납하시고 아벨과 깊은 교통을 나누기를 기뻐하시는 하나님에 대해서 바르게 알지 못했다는 증거는 제사를 드리고 난 뒤의 가인의 행위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가인은 하나님께서 자기를 거부하고 반면에 아벨을 기뻐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심히 분이 나서 안색이 변할 정도가 되었다(창 4:5). 가인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죄의 오염이 작용하여 그가 장성하며 인식의 능력이 발휘되면서부터 하나님에 대하여 바른 지식을 쌓아가기 보다는 사탄의 편에 점점 가까이 나아가게 되었고 그 방향으로 지식이 쌓이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가인은 하나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제사의 자세나 의미에 대하여 바르게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인은 자기 방법의 종교적 관념에 따라 자기가 소출한 곡식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갔던 것이다.
그 행위는 가인의 종교적 관심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지 하나님의 공의 앞에 서 있는 죄 있는 인간으로서의 겸허함과 그 심판으로부터 구원받기 위해 누군가의 대속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신뢰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만일 이러한 사실을 가인이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하나님께서 아벨의 제사를 열납하시고 자기의 제사를 거부하신 의도를 깨달았을 것이다. 그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단순히 자기가 거부되었다는 사실만을 가지고 창조주이신 하나님께 대하여 그 마음에 분을 품었던 것이다. 피조물이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여야 할 것에 대하여 바르게 인식하지 못했던 가인은 단지 종교적인 열정을 바탕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고자 하였던 것이고 그 열정이 거절당하자 오히려 분이 나서 자기를 거부한 하나님을 대항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가인이 본색을 적나라하게 나타낸 것은 아벨을 살해한 사건이다. 하나님은 가인에게 이미 하나님에 대하여 분을 내는 것이 합당치 않다는 사실을 밝히신 바 있다. 죄에게 노예가 되지 말고 죄를 이길 것에 대하여 하나님께서 경고하셨음에도 불구하고(창 4:6-7) 가인은 그 형제 아벨을 죽이고야 말았다. 결국 가인은 뱀의 후손으로서의 자기 본색을 드러내고 여자의 후손인 아벨과 원수의 관계에 서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만 것이다.
죄가 이 세상에 들어오고 난 뒤부터 모든 피조 세계가 부패하여진 것처럼 가인은 자기 안에 들어 있는 악이라는 독소를 가지고 자기의 반대 세력의 편에 서 있는 아벨을 죽이고 만 것이다. “가인 같이 하지 말라 저는 악한 자에게 속하여 그 아우를 죽였으니 어찐 연고로 죽였느뇨 자기의 행위는 악하고 그 아우의 행위는 의로움이니라”(요일 3:12)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이미 가인과 아벨은 그들이 속한 자리가 달랐던 것이다.
이 사건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인과 아벨은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었기 때문에 서로 원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서로의 관점이 다르고 관심이 달랐기 때문에 그들이 쌓은 하나님에 대한 지식도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지식이 바르기 때문에 아벨은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그리고 하나님과 교통을 나누고 화목을 유지하는 방편으로서 제사를 드릴 수 있었지만 가인은 오히려 하나님께 대하여 분을 품고 적대자가 되기에 이른 것이다. 가인의 삶을 통해 볼 때 가인은 하나님께 대하여 바른 지식을 가지거나 진정한 사랑을 표하지 못하였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