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0 – 11. 22 돈화문갤러리 T.02-708-0793(돈화문로)
김철우 초대전
길위에 서다
자연을 기록한 몸, 몸을 기록한 그림
김철우는 그의 작업 대부분은 작업실이 아닌 산과 들. 자연의 풍경을 그린다. 그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산을 찾아 다니고 그림을 그리지 않는 일상에서도 자주 산행과 여행을 해왔다.
그는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여 편리하고 쉽게 살아가기 보다는 그의 몸으로 직접 자연을 만나고 느끼는 삶을 살고자 하였다. 그래서 먼 길을 걸어서 다니고 늘 작업도구를 챙겨 산에 오르기를 즐겨 하며 작업 방법에 있어서도 디지털 이나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기 보다는 직접적인 느낌을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자연 현장에서 시각적으로 경험한 감각을 일방적으로 표출하는 작업, 즉 자연 혹은 작품이라는 것을 타자적 영역에 대상화 시켜 바라보는 위치에서 작업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작업을 넘어 작가가 자연과 일체가 되어 서로 교감하고 상호작용하는 것 그 자체를 예술이라는 차원에서 받아들이고 작업화 하고자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예술과 일상은 그의 삶 자체이자 그가 살고 있는 자연에 대한 감각적 교감이었고 물질로서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 과정에 대한 확인하는 행위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현대미술에서 흔히 노출되는 현학적 논리나 거대한 작품 스케일 같은 과도한 제스쳐가 없다. 다만 대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그의 시야 안으로 들어온 세계와 교감하였던 기록만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된다.
그의 작품을 보면 그림 속에서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그린 것은 자연과 도시의 풍경들이기에 그러한 면도 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부재한 그 곳에서 사람의 향취가 느껴진다. 이것은 아마도 그의 붓 터치와 드로잉에는 작가가 자연 가운데 찾고자 했던 때묻지 않은 순수한 인간상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고, 그 향기가 배어 있어서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어떤 면에서는 그의 작업이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낸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동양의 산수화에서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지향하고 물아일체의 감흥을 그리고자 했던 것과 유사해 보인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김철우의 작품은 사물 외부의 시각적 현상에 집중하였던 서양의 풍경화와는 달리 동양의 산수화와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관념적이고 상상적인 문인들의 산수화나 장소를 소재로 한 단순한 실경산수의 느낌이 아니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처럼 사생하는 방법을 취하면서도 독자적인 해석을 가하는 차별성이 있다. 작가만의 고유한 회화적 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여러 점을 같이 감상하다 보면 국내와 해외의 여러 명소를 그려내는 가운데에서도 그의 고유한 필치와 풍경을 해석하는 감각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발견 할 수 있다.
이러한 작가의 해석과 일관된 경향을 보게 되면 김철우의 자연에 대한 철학과 교감하는 감각방식이 무엇인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유는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의 구석 구석을 다니며 자연과 도시 속 장소들을 몸으로 느끼고 그려내면서 대자연의 공간 속에 그 만의 방식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자신의 시선을 기록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그 기록을 하는 방식에 대한 작가의 독특한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관객은 그의 작품을 통하여 자연을 새롭게 발견하고 그 자연 속에 살고 있고 자연과 교감하고 있는 인간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자연을 응시하는 한 인간의 시선으로부터 그 자연과 교감하였던 경험을 마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