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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취업 준비생 하나가 대학 취업정보실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캡쳐 프린트 한 장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화면이 확실한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교직원의 입을 쳐다본다. 교직원은 취준생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직접 디어삼성을 들어가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종이를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다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학과 사무실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그 프린트물을 내어놓으며,
"이것이 정말 합격했다는 표시오니까?"
하고 묻는다. 과사 직원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합격페이지를 어떻게 합성했어?"
취준생은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빽이라도 있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엄청난 빽이 있답니까? 요즘 세상에 빽 쓰면 뒷소문은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취준생은 손을 내밀었다. 과사 사람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방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종이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바닥이 노스페이스 백팩 위로 그 종이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공대 건물 지하 으슥한 곳으로 찾아들어가더니, 벽돌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서 넷북을 켜놓고 디어삼성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간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 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말소리에 움칠하면서 넷북을 덮었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삼성 인사과와 상관없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고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조작한 것이 아닙니다. 스펙이 후덜덜한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에이플을 줍니까? 한자능력시험 한 번 본적이 없습니다. 토익점수 800 넘기는 것도 열에 한 번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분 한 분 만난 선배에게서 삼성 스타일을 물었습니다. 이렇게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싸트에 올인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합격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합격을 얻느라고 엿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삼성엘 들어가려 했단 말이오? 그 종이로 무엇을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삼성 뱃지, 한 개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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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제와 상관없을수도 있고 있을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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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은전 한 닢.. ㅠㅠ 모든일에는 이유가 있지만 때로는 이유 없이 갖고 싶을 때가 있죠.. 어쨌든 중요한 키워드는 "간절함"
아 왜 눈물이 나려하지..;
아... 감동-_ ㅜ
아.. 감동의 쓰나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님.. 책 한권 내세여..ㅋㅋ
이거 읽으면서 왜이리 웃긴지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