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오래 전이라 기억이 희미하여 소년탐정 김전일인지 명탐정 코난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네다섯 명의 인물들이 같이 작심하여 한 명을 해치기 위해 피해자의 일상 생활의 코스에 한 명씩 비틀거나 끼어들거나 해서
(한 명은 자전거를 건드렸던걸로 기억;) 사고사 처리로 완전 범죄를 저질렀던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드라마 '비밀'의 인물 서지희가 죽은 경로가 어제 나왔는데 딱 앞의 저 에피소드가 생각나더군요.
아들에게 차 키를 내주며 오늘 비올일 없으니 와이퍼 걱정하지 말라는 안도훈 아버지,
서지희를 윽박지르기 위해 차 없으면 어찌 왕래하기 힘든 교외의 카페에 데려와 놓고 혼자 쌩 가버린 신세연,
회장의 명령을 받고 서지희가 있는 장소를 탐색 나온 광수,
그날 따라 시원하게 내는 비,
와이퍼가 고장나서 출발 시간이 늦춰진 안도훈과 강유정...
결국 이렇게 하나 하나 쌓여서 서지희가 부상을 입고 쓰러지게 된 것이었죠.
여기에서부터 안도훈이 어쩌면 서지희를 살릴 수도 있었던 선택의 기로가 시작된 것이구요.
드라마 방영 기간 중에 진짜 서지희를 죽인 것은 조민혁 아버지인 회장이다, 신세연이다 이런 말들이 많았지만,
전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지만 찜찜한 구석이 있었어요.
안도훈이 서지희를 발견할 당시 살릴 일말의 희망은 있었다라는 것. 뱃속의 아이는 힘들었겠지만.
결국 이것은 살인자를 찾는 스릴러물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
그러니까 안도훈가 강유정이 탄 차가 누군가 쳐 둔 덫에 걸렸다기 보다는 안도훈이 택하는 선택의 기로가 핵심이지 않을까 하는 그런 것에서 나오는 찜찜한 구석.
결국은 우연의 일치가 만든 덫에 걸린 것이겠지만, 저에게는 납득이 되는 비밀이었습니다.
그래서 1 회밖에 안남았고, 풀어야할 비밀이 커다랗게 남았는데 산이 이야기까지 딱 터진 15 회 마지막 장면이 수긍이 가더군요.
이 드라마 첫 회부터 드는 생각이 딱 작년 이맘 때쯤 했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생각이 나더군요.
거기에선 남녀가 바뀌어서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죄를 뒤집어 쓰는 남자가 나오고, 시작 후 몇 분 있다가 나오는 타이틀 영상.
뭐 비밀 여기에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자'가 등장하구요.
그러다가 산이의 사망 이야기가 나오고 99 년을 장식했던 '청춘의 덫'이 떠오르기도 하구요.
(여담이지만 2 년 전인가 다시 봤는데, 처음 봤을 때의 센세이션은 없고 뭔가 상당히 극 흐름이 어색하더군요.)
거의 모든 드라마 소재의 뿌리가 비밀인데, 비밀을 아예 제목으로 내놓은 작가의 뚝심이 느껴지고,
뻔한 것 같은 구성을 (개요표로 보면 진짜 흔해 빠진 내용) 체감상 10 분 짜리 드라마로 만드는 스토리와 연출에 감탄을 표하며
이제껏 제가 봤던 '최고의 16 부작 드라마'라 칭해 봅니다.
아, 딱 이상하다 싶은 것 하나.
조민혁과 조민혁의 양어머니 설정으로 나오는 여자와의 사이는 결국 그냥 의붓 사이인 것을
왜 그렇게 자주 친모자 사이인 듯한 낌새를 남겼을까요.
첫 회 다시 보기 할 때도 눈빛이 진짜 엄마인 듯한 설정이었는데...
이런 저런 단서를 착하게 남겨준 작가인 것을 감안하면 이 부분만큼은 참 아리송하네요.
첫댓글 일단 착한남자 이야기는 처음 드라마가 방송 시작할 때부터 나온 이야기이긴 했지요. 말씀하신대로 여러가지 설정은 기존 작품들의 소재에서 너무나 흔한 것들이었구요. 그럼에도..아니 어쩌면 그래서 더 놀라운 작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노골적인 설정...그런데 완전히 다른, 너무나 매력적인 새 이야기를 만들어버렸으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인데 조민혁과 새엄마의 관계는 강유정의 아들 산이와 입양된 가정의 화목한 모습을 통해 작가가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친모인 강유정은 결국 아들 산이를 위해 앞에 나설 수 없었던 것처럼 이미 다른 여자의 아들이 된 조민혁에게 엄마는 나타날 수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드라마 배역의 설정상 조민혁의 의붓엄마가 너무 젊기는 하지만, 일단 감독이 오픈 결말이라고 당초 말한 것이 있기 때문에 끼워 맞춘다면 아주 안 맞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회장이 조민혁에게 엄마에 대해서 설명했던 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조민혁이 엄마로 알고 있던 여자가 계속 창밖을 보았던 이유가 회장의 불륜 때문이었다면 조민혁의 의붓엄마는 사실은 조민혁의 친모였다는 설명도 무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저도 강유정이 자기 아들 앞에서 "이모야"라고 말하는 그 장면 부근에서 '아 조미령과 지성의 관계가 그렇게 나온 이유가 이 장면을 위해서 설정된거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막 작가 칭찬하기도 했죠.
근데 막판에 이덕화와 조미령 둘이서 터울없이 대화할 때 '같이 산지 스무 해 됐는데' 라고 하는 대목에서 ... 엇;;; 쓰다보니 그렇네요. '같이 산지'지 '안지'가 아니군요. 첫부인이 죽은 뒤 같이 살았을테구요.
난 저 대화가 지성 엄마가 조미령이 아님을 밝히는 대화인줄 알았는데 흠 아닌것도 되는군요. 젊은 거야 10 대 나이에 아이를 가진 것일 수도 있으니.
근데, 좀 이상하긴 합니다. 감독은 오픈 결말이라고 했지만, 실상 어제 내용을 보고 오픈 결말이라고 생각할 사람들은 별로 없을 듯 싶던데...조민혁과 조민혁의 의붓엄마 사이에 관계를 오픈 결말로 삼지 않는 이상말이죠. 설마 강유정이 산이를 위해 산이를 떠나 사는 것이 행복일까? 불행일까?를 놓고 오픈 결말이라고 한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