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과 사진
글: 김영태(갤러리 아트사간 디렉터)
20세기 초반 사진역사를 살펴보면 두드러진 두 갈레의 작품경향을 만나게 된다. 우선 회화주의적인 사진에서 탈피해 사진의 독자적인 미학 및 표현방식을 구축하고자하는 스트레이트 포토(Straight Photo)가 있다. 그 중심에 유럽에서는 독일사진가 알버트 렝거파취가 있고, 미국에서는 미국근대사진의 상징적인 인물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아방가르드적인 예술가인 만 레이, 바우하우스의 교육자 모홀리 나지 등이 새로운 사진적인 시각을 보여주었다. 이 두 예술가는 사진의 표현영역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새로운 미술언어로서의 사진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 20세기초반 이후 사진은 표현매체로서 보다는 기록의 수단으로서 널리 인식되었다. 하지만 1960년대에 개념미술가들이 사진의 기록성을 수용해 표현매체로 이용하면서부터 현대미술의 장안으로 진입하는 토대가 마련됐다. 그러한 근대미술풍경의 중심에 사진의 표현가능성을 환기시켜준 만 레이와 모홀리 나지가 있다.
사진의 기본적인 시각은 회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또한 회화와 상호영향을 끼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진과 회화는 제작과정에서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또 작품의 근본을 이루는 미학도 다르고, 작품을 읽고 평가하는 방식에서도 많은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여러 간격이 있지만, 현대미술에서 사진과 회화는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예술적인 가치의 변화로 인해 새롭게 융합되고 있다. 1960년대부터 예술의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되면서 회화와 조각에서 출발한 미술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사진, 영상, 대지미술, 설치, 행위예술 등 새로운 매체 및 장르가 현대미술로서 수용된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사진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표현매체로서 예술가의 발언을 구현하는 여러 표현수단 중에 하나로 인식되어 있다. 존재형태도 다양하다. 사진 단일매체로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회화, 조각, 영상, 설치 등 여러 장르와 만나서 새로운 형태로 보여 지기도 한다. 사진 프로세스 자체나 최종결과물의 외형적인 느낌이 예술적인 관심과 평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현대 미술의 여러 표현수단 중에 하나로 이해되고 있다. 표현재료로서 수용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미술작가들은 과거의 작가들처럼 매체의 순수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단일매체만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의 관심사 및 선택한 주제에 따라서 표현수단과 재료가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기술과 전자공학적인 기술이 시각예술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끼치면서 미술작품의 제작과정과 존재방식이 변화됐다. 그에 따라서 예술로서의 가치기준, 평가방식, 미학 등이 달라지고 있다. 그러한 변화된 흐름에서 매체예술인 사진도 벗어 날 수 없다. 현대사진 혹은 현대미술로서의 사진은 시각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전통적인 형태로 존재하기도 하고, 다른 장르와 만나서 변용된 외형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예술미학의 변화 및 예술적 가치의 변화, 테크놀로지의 발전 등이 있다.
이제 사진은 다른 현대미술과 마찬가지로 표현방식, 재료의 선택, 매체의 순수성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대를 읽어서 반영하는 작가의 사고, 작가적 고뇌, 진정성 등이 예술로서 존재할 수 있는 중요한 덕목이다. 사진은 표면적으로 사실적으로 보일 때도 있고, 추상적이거나 비사실적으로 보일 때도 있다. 또한 사실적인 결과물은 작가의 표현의도와 무관하게 시대를 반영하고 다양한 담론을 내포한다. 결과물 자체가 현대성을 환기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의지, 철학, 감수성, 상상력 등이 사진작품의 내부 및 외부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