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공교육 학교촌지 없앨 수 없나
일전에 모 방송국의 PD수첩에서 학부모와 담임 교사의 만남의 장소에서 학부모들이 때를 지어 담임선생님과 상담이 끝난후 자녀를 잘 부탁한다며 슬쩍 슬쩍 건너는 촌지(봉투)를 몰레 카메라로 촬영 보도해 파장이 일고 또한 자신을 초등학교 현직 교사라고 주장한 한 누리꾼이 인터넷에 올린 촌지에 대한 글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글의 주요 내용은 “학부모들이 촌지를 줘놓고 왜 교사만을 욕하느냐”는 반문과 함께 “촌지가 그렇게 억울하면 조기유학을 보내던지, 이이를 낳지말라”라는 폭언으로 돼 있다. 이 글을 올린 사람이 실제로 현직 교사인지 여부를 떠나서 이런 말이 나올 정도로 학교 촌지가 공공연하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허나 학부모가 자녀를 맏기는 배려의 인정에서 스승에게 거마(교통)비 쪼로 작은 봉투는 누가 머라 하겟는가 이는 촌지가 뇌물 성격으로 변하니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현직 교사라 주장한 이 누리꾼의 글을 계기로 각종 언론이 취재한 보도에 의하면 일선 학교에서 촌지는 이미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매년 학기 초 마다 정기적으로 학부모와 담임 교사와의 만남이 학교장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때 촌지는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스승의 날 등에도 촌지가 빠지지 않는다 한다.
그 누리꾼의 글처럼 때만 되면 가만히 있어도 촌지를 챙겨 줘놓고는 왜 뒤에서 교사를 욕하느냐는 말이 나올만 하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촌지를 주지 않으면 자녀가 불이익을 당할 것이 뻔한 만큼 그냥 있을 수도 없다. 교육청 관계자들이 촌지가 ‘일부’ 교사에 국한된 일이고 또 촌지를 주지 않아도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다고 말(설명)하지만 무언가를 모르거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위 밖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촌지를 주고 뒤에서 욕하는 학부모를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학교 비리가 촌지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모의고사나 부교재 채택 때 공공연히 돈이 오가고 수학여행이나 엘범 제작 등 돈과 관련되는 일에는 예외없이 학교와 업자간에 비리가 개입되고 있다. 교장까지 학교급식 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건이 건빵 도시락으로 전략해 사회적 문제의 불량식품이 보도되지 않았는가. 이렇게 학교 비리가 만연한 것도 문제이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그런 돈을 받아 챙기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건네는 촌지는 아무래도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많다.
첫째, 교사의 도덕성이 무너진다. 아이들의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가 무너져 스승은 단순한 지식전달자로 전락하게 되어 초등교과과정의 가장 큰 전인교육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둘째, 아이의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촌지를 받은 교사가 촌지를 받은 아이와 받지 않은 아이를 구분하여 대할 경우 아이들간에위화감을 조성하게 되며, 자라면서 모든 사회적 활동을 촌지문화로 인식하게 할 우려가 있어 부정부패에 관대해지게 되어 사회적 부정부패의 근원이 된다.
결론은 촌지를 받는 교사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교사에게 촌지를 건네는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이선생이란 교사가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 그대로 “학부모들이 때만 되면 알아서 챙겨오면서 왜 교사를 욕하느냐” 는 말이 항변이라 할 수도 있지만, 왠지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문제는 교사들의 촌지관행을 학생들이 그대로 본다는 점이다. 지식를 가르쳐주고 가치관을 정립해주는 교사들의 이 같은 비리를 보면서 자라는 학생들이 성장해서 어떤 인간이 될지를 생각하면 끔직하다. 옛말에 스승의 그림자도 밝지 않는다는 말이있다.그말은 스승은 부모님과 같이 존경하고 우르르 본다는 스승의 숭상 정신이다.
그런데 요즘은 과연 후학을 지도하는 장인정신의 참 스승님이 진정 계신지 궁금하다.학교엔 직업적 교사는 있어도 스승의 정신을 간직한 스승님은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사회의 중지를 모아 학교 촌지(사전 시험지 유출,내신성적 조작, 대리시험 답안지 작성,진학 추천서 발급거부 등)를 없앨 수 있는 범 국민적 대책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다.
지난해 국회 문공위 감사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 쪽 자료와 서울시 교육청, 해당학교의 해명서를 보면, 서울 ㅇ여고 역사담당 ㅊ교사는 지난 1999년 3학년 1학기 기말고사와 2003년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당시 자신이 맡고 있는 2∼3개 학급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험에 출제될 내용을 강조하며 요점정리를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 쪽은 1999년 ㅊ교사를 경고 조처한데 이어, 2003년에는 정직 1개월 조처를 취했다.
이밖에 경남 ㅌ고에서는 공통사회 담당 ㅅ아무개 교사가 2001년 1학기 기말고사와 2학기 중간·기말고사 때 학부모에게 영어·수학과목 정답을 유출했다가 들통나 파면됐다. 경기도 안산시 ㅎ고 ㅂ아무개 교무부장도 영어·사회 과목 담임교사들에게 점수를 일괄적으로 올리도록 지시했고 교감,교장이 합세한 촌지에 연루해 교육부 감사 때 견책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우리 교육의 총체적 위기로 촌지에 흔들리는 학교의 썩은 풍토를 바로 잡아야한다.
이강문/대구경제복지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