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13. <국립나주박물관>
외로움에 관해서라면 억겁의 세월을 바다에 떠 있는 섬이거나 석양을 바라보는 주름살 깊은 노신사가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해보면 결론은 동류同類이다. 모두가 아는 외로움이고 모두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추석연휴를 우리나라 전도를 중심으로 서로 중간지점에서 만나 뜨겁다가 안온하다가 애틋하게 보냈기에 헤어져서 돌아온 내 공간에서 나는 여전히 혼자 둥둥 떠 있다. 평소에는 혼자라는 것도 모르다가 혼자 있을 때는 고요함인 줄도 모르다가 헤어지고 나니 혼자이고 아이들의 소리가 멀어지고 나니 고요하단 말이다. 이것은 결코 외로움이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 감히 외롭다고 궁시렁 거린다. 그때 생각지도 않았던 아들은 내 깊은 마음을 훑어 다녀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조용히 다가와 준다. 무슨 말로 시작도 없이 평소와 다름없이 바람이나 쐬러 가자며 내 안에 갇히려는 나를 자연스럽게 끌어내어 준다. 명절 지난 첫 주일에 엄마의 일정을 파악하고는 본인의 일상을 쪼개서 달려왔다. 그리고는 국립 나주박물관 주변에 가을이 만삭했다는 기별을 보듬고 그곳으로 향했다. 현직에 있을 때 나주에서 7년을 근무했건만 나주박물관을 찾아 본 적은 없었다. 모두가 그러할 것이다.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거나 명소는 더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운 줄 모른다. 가을이 되면 그곳이 그토록 유명하게 계절을 타고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른 점심이다. 아들아이는 출발하면서 약간의 간식을 먹고 왔다기에 가까운 거리이니 다녀와서 점심 겸 저녁을 먹기로 하고 그냥 출발을 하였다. 국립나주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속 기관으로 영산강 유역에 남아있는 고고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하며 호남지역 발굴매장 문화재에 대한 수장고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국립박물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심이 아닌 전원 속에 자리잡고 있어서 바쁜 현대인들에게 느림을 통해 휴식의 시간을 제공하는 역사공원의 기능도 수행한다는 의미 있는 곳이었다. 즉 첨단 기술을 문화영역에 접목한 새로운 개념의 열린 문화공간이다. 또한 옥상까지는 가보지 않았지만 박물관 옥상정원을 개방하여 박물관의 여러 공간을 보다 생생하게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을 둘러보는 동안 고분군에 관한 것들을 새삼스럽지 않게 둘러보고 예전에 교과서에서 공부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면서 이것이 그것이었다는 나이 들어 옛 생각까지 하게 했다. 여러 종류의 흙으로 만든 고대의 타임캡슐 즉, 흙으로 만든 관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고 흙으로 만든 관의 변천사와 관을 꾸몄던 널 꾸미개 등이 전시되어있었다. 박물관을 나오면 오른쪽 후문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있어 걷기에 딱 좋은 날씨에 넓은 정원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여유로우며 가을의 푸르름 또한 너무 예뻤다. 그뿐인가. 곳곳에 심어진 나무가 시원한 그늘막이 되며 그 또한 한 폭의 그림이였다. 후문을 경유하여 한 바퀴를 돌고 박물관 왼쪽으로 가보니 충분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국립나주박물관을 찾는 또 다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고분군 사이에 들어선 국립나주박물관 일대가 몽환적 분위기를 선사하는 핑크뮬리(Pink Muhly Grass)와 보랏빛 아스타국화, 이는 정녕 꽃피는 봄만 꽃의 계절이 아니라 열매의 계절 가을이 품은 꽃물결이다. 약 1시간 정도 둘러본 후 빛가람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해마다 전남문협에서 진행하고 있는 순회 디카 시화전을 보기 위해서이다. 전남의 시인 약 30여명이 참여하여 올해는 장성과 보성 그리고 이곳 빛가람에서 마지막 전시를 하고 있다. 이곳에 와보니 돈과 정성을 다하여 공들여 놓은 흔적은 보이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야외에 설치하여 전시기간 중 비와 바람을 맞기도 하니 어쩔 수 없는 형편이라 할 수 있겠다. 배가 고프면 누구나 집 생각이 난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둥지 찾아 드는 길이다. 이번 추석에 명절음식을 준비하지 못한 까닭으로 우리음식인 잡채가 생각난다. 서둘러 도착한 내 집에서 마치 명절인 냥 한참을 요리시간으로 할애를 하였다. 남편과 아들에게 볶음밥 도시락을 챙기고 내 입맛에 맞게 잡채를 비벼 놓고 늘 먹어도 새롭게 당기는 구운 삼겹살로 저녁 겸 점심을 때웠다. 함께 있는 시간이 길거나 짧거나 헤어지는 일은 늘 아쉬운 법이니 뜻밖의 나드리는 아들이 아들의 둥지로 날아간 다음이 더 애틋하고 고마우며 소중하게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