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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장, 지난번 제주 갔을때는 시간도 그렇고 날씨도 그렇고 해서 통화만 하고 들르질 못해부렇네..대신 여기 소식으로 대신....
다음번에는 꼭 지귀도에서....
몽's 네덜단드 소식 #14 (Sail Amsterdam 2010 & 러시아에서 김태희 찾기)
요즘 제 아무리 ‘상생’이니 ‘협력관계’니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 봤자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의 비지니스 관계에는 ‘갑’ 과 ‘을’이라는 질서가 엄연히 존재하기 마련이고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관계에서 오는 고단함’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는 어느 쪽인고 하니 유감스럽게도 사회생활 대부분 ‘을’의 위치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 유사한 업종에 있으면서도 창익이 같이 ‘산업전사를 지원하는 구원투수’라는 투철한 직업의식 조차 없다 보니 가끔은 ‘나는 언제쯤 한번 ‘갑’으로 살아보나’라는 자조적 한탄도 하곤 했는데 아마 내 처지에 있는 친구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리라 생각한다.(아는 사람은 알다시피 요즈음은 돈 빌려주고 술 사는 것이 우리 업계의 실상이다)
그러는 내게도 가뭄에 콩 나듯 가끔은‘대우 받는다’라는 느낌을 가질 때가 있으니 회계법인이나 현지예치은행과 같이, 우리가 ‘갑’의 입장이 되는 파트너들 덕분에 애석한 나의 비즈니스 역사에 그나마 가끔은 기를 펴는 계기가 오곤 한다.
뭐 대단한 사실을 말하려고 이런 서두를 꺼낸 것은 아니고 마침 몇 주 전 이곳 네덜란드의 ‘Sail Amsterdam 2010’이라는 큰 축제기간 중에 그 몇 되지 않는 소중한‘을’님의 초청으로, 비용으로 치면 꽤나 쏠쏠할 것 같은 한 이벤트에 참가해서 난생 처음 ‘진짜 범선’을 타고 느껴본 소박한 감회였으니 ‘뭐 겨우 그 정도 가지고…’라고 너무 나무라지는 마시길....
‘Sail Amsterdam’은 1975년 물의 도시 암스테르담 설립 700주년을 기념하고자 처음 열린 뒤 지금까지 계속 진행되고 있는 일종의 ‘해양선박축제’인데 여느 축제와 달리 5년에 한번씩만 개최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네덜란드만해도 약 2백만 개에 이른다는(보트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 수치는 좀 과장인 듯) 크고 작은 선박 외에도 유럽 인근 국가뿐 아니라 러시아, 오만, 인도네시아 등 멀리 세계 각국으로부터 특이한 선박들이 대거 참가함으로써 물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 맞게 화려한 장관을 연출하고 보는 사람들의 눈도 즐겁게 한다.
이때가 되면 이 나라에 소재하는 굵직한 기업들은 이 축제의 스폰서로 참여 해서 기업홍보도 하고 크고 작은 선박들을 따로 전세 내어 자사 고객들을 초청, 선상파티 같은 일종의 고객사은행사 기회로 삼는 것이 전통이라지만 배라면 나도 소싯적부터 지겹도록 타 본 터이고 ‘그 시간이면 18홀 한 바퀴’라는 보다 현실적인 필드의 유혹으로 인해 처음에는 좀 망설였으나 그 놈의 ‘5년에 한 번’이라는, 나로서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현실이 나를 행사장으로 이끌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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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내준 초청장을 챙기고 주최측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승선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행사장은 벌써부터 파티 분위기이고 항구에는 이미 형형색색의 선박들과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들로 가득하다.
드디어 승선, 우리가 탄 배는 1920년 러시아에서 건조하였다는 범선이고 바로 시작되는 파티 분위기..
(색깔만 다를 뿐, 내가 탄 배와 거의 똑 같은 크기와 모습을 한 범선 모습과 음료를 나르던 알바생?과..)
정박장을 빠져 나가는데도 1시간이 족히 걸릴 만큼 주위는 온통 벼라별 종류의 선박들로 꽉 차있다.(도때비 시장 같은 분위기 속의 각종 선박 모습)
이 축제는 수천 척의 선박들이 동시에 외항 밖에 몰려 나가 동력선은 동력선대로 범선은 범선대로 인근지역을 항해하기도 하고 때로는 질서 있게 대오를 맞추며 멋진 퍼레이드까지 펼침으로써 대단한 장관을 연출 하기도 한다지만 오늘은 그냥 운하형태의 내항 안쪽 지정구역에서 너 댓 시간에 걸쳐 한 바퀴 천천히 돌며 자신의 보트를 뽐내기도 하고 다양한 모습의 다른 선박들도 구경하며 식사를 겸한 파티 형태로 진행되는 바람에 ‘커다란 돛을 활짝 펼치고 거친 파도 위를 질주하는 멋 진 항해'를 기대하였던 나로서는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우리를 초대한 주최측 여직원과..무료해 할 까봐 자꾸 와서 말을 거는데 하도 귀찮아서 나중에는 아예 선실로 피신해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다)
영화에서나 봄직한 오래된 범선들도 많이 보이는데 이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멀리 다른 나라로부터 순전히 바람만 의지하여 오랜 항해 끝에 여기까지 왔다고 들었다.
현역 잠수함까지 출동하고
자기도 배랍시고 오크통 모양의 앙증맞은 보트도 꼽싸리 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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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석달 여 만에 다시 러시아를 방문하게 되었다.
지난번 출장시의 촉박한 일정과는 달리 이번에는 5박 6일로 시간적으로 여유도 있거니와 중간에 주말도 끼어 있으며 대부분 일정이 러시아 최고 관광도시라는 상테브르크에 잡혀 있어서 관광자체에 대한 기대도 상당 하였다.
더욱이 '소문만 요란한' 이곳 네덜란드에 비해 ‘소리 없이 죽여준다’는 그곳 야간문화?를 통해 김태희 정도는 빵집에도 흔하고 근처 농장에만 가도 고소영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인근의 저렴한 국가들로부터 건너 온 빼어난 미인들을 만나봄으로써, 지천명의 나이가 무색하게 아직도 호기심 만땅인 일부 친구들 앞에 오랜만에‘보도의 내실’도 기할 겸 이번에는 기필코 모험을 감행해볼 계획이었다.
첫날 모스크바에 도착해보니 두 시간 시차로 이미 저녁이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막 가을로 접어든 듯한 네덜란드와는 달리 거리에는 쌀쌀한 기운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모스크바 사무소장의 안내로 호텔에 짐만 풀고 사무소에 잠깐 들른 후 이번 출장의 가장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인 L그룹과의 회식을 겸한 업무협의를 위해 모스크바 강변에 위치한 한인식당으로 향했다.
(사무소 창 밖으로 보이는 모스크바 시내 전경, 몇 달 전이나 지금이나 왠지 우중충한 느낌에는 변함이 없다)
주 메뉴는 모듬보쌈….역시 통 큰 나라답게 네덜란드 한인식당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양도 푸짐하고 맛 또한 죽여 준다…당연히 보드카 대짜 주문, 그리고 이어지는 원샷 행진…
취기가 깊어 지며 기대 이상으로 일도 술술 잘 풀리는 것 같고(알고 보니 요즘 자금시장 동향을 통 모르는 상대편 선수들의 순진함 때문….돌아 와서 바로 다시 원점에서 협상….아직도 마무리가 덜된 상태이다) 기분이 한층 업된 상대편에서 멀리서 날아와준 나를 위해 2차를 쏜다고 한다….어쭈구리.. 이거 나의 문화탐방 계획은 너무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고 예상외로 비용도 훨씬 싸게 먹힐 판이다(당연히 1차는 우리 쪽에서…).
(집사람과 대딩인 딸내미도 가끔 이 카페에 입장하는 것 같으므로 이 쯤 해서 한가지 사실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겠다…...즉, 내가 다소 불경스러운 유흥업소 출입사실과, 거의 자살행위나 다름 없는 이 르뽀는 순전히 우리 23회 카페활성화 차원, 좀 더 고차원적으로는 ‘심도 깊은 문화체험을 통한 한-러 양국간 민간교류 활성화’차원에서이지 결코 사사로운 향락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로지 인류평화에 기여하기 위하여, 자기 목숨 아랑곳 하지 않고 분쟁지역만을 찾아 다닌다는 어느 외국 특파원의 사명감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그래도 혹시 이번 사태로 인해 집에서 ‘짤리면’추진위에서는 이번에 걷힌 기금 일부를 전용해서 어디 참한 베트남 아가씨라도 하나 주선해 주길 바란다…혼자 여생을 보내기에는 아직..)
우리 쪽 승용차편으로, 수시로 전화확인까지 해 가며 어디론가 한 참 가더니 마침내 내린 곳은 조명도 거의 없는 웬 아파트 같은 건물 입구….미리 대기하고 있던 험상 굳은 인상의 현지인 기도 안내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보니 입구와는 아주 딴판, 어라, 이건 완전 요즘 서울 일부 층에 유행한다는 비밀요정 스타일의‘오피스텔 룸’분위기다.
잠시 후 이색적인 외양의 처자들 입장, 이어지는 choice…., 자동 셋팅되는 양주,맥주 그리고 안주들…. 단지 그 양주가 일반 양주가 아닌 보드카라는 것, 간택 받기 위해 늘어선 처자들이 'Made in Korea'가 아니라는 것 빼고 나머지는 거의 다 판박이다……
그런데………고소영…김태희는…….????????...............아직 안 보인다. …6촌이나 8촌쯤 되어 보이는 처자들 뿐…
어쨌든 어찌 어찌 각자 한 명씩……….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을 생략하고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한국의 그것을 흉내 낸 듯한 테이블 쑈..하여튼 이상한 것들만 배워가지고..)
아무리 요즘 한국 어디서나 러시아 처자들이 넘쳐 난다지만 그래도 혹 궁금해 할 친구들을 위해 물의의 소지가 다분한 현장사진 하나를 고심 끝에 올린다.
어느덧 시간은 한 참 흘러 마무리 분위기….6개월째 홀아비라는 딱한 내 사정을 알게 된 일행들의 다음 스케쥴?에 대한 강력한 권고도 냉정히 거절하고 호텔로 돌아 왔다. (이것도 진짜다.., 내가 왜 꼭 이렇게 까지 여러 번 강조를……....)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보이는 러시아 외무성 건물..이 사진을 찍을 만큼 내가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물이다)
다음날 오전 일정을 부지런히 마치고 다시 공항으로…….꽤 여유 있게 출발하였건만 러시아 주재원들이 VIP모실 때 가장 고심하게 된다는 악명 높은 모스크바 교통정체에 딱 걸리는 바람에 20분 거리를 2시간 넘겨 도착, 사실상 포기하다시피 했으나 사정을 들은 러시아항공 직원의 배려로 가까스로 예정된 상테브르크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약 한시간 반 가량의 비행 끝에 도착한 상테브르크….비행기 창 밖으로 내다 보는 공항외곽은 여느 공항과는 달리 우중충한 건물 대신 울창한 자작나무 숲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 모스크바 보다 더 북반구라 그런지 여기는 이미 가을이 완연한 듯 하다.
자작나무 숲을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자니 문득 재작년인가 이맘 즈음 신제주 한 카페에서 철민이와 다른 일행 몇몇과 한잔하다가 우연히 같이 자리를 했던, 오래 전 러시아에서 음악을 공부하였고 그 추억을 기리며 지금도 제주에서‘자작나무 숲 음악회’라는 이름의 작은 연주회를 주관하고 있는 묘령의 여인이 갑자기 떠오른다. 도대체 음악이 무엇이고 예술이 무엇이길래, 그 좋은 여건 속의 주재원들도 기피하는 이 험악한 나라를 사랑하고 그토록 오랫동안 붙들어 맬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남자라면 누구나 호감을 가질만한 지적인 미모의 그 우 모 여인을 철민이는 지금도 가끔 만나고 있는지…… )
다음날 토요일 아침, 어제와는 달리 날씨는 무척이나 화창하였고 휴일이기는 했어도 오전에는 업체를 방문하고 오후부터 본격적인 관광에 돌입하였다.
'러시아의 머리' 또는 '영웅의 도시'로 일컬어진다는 상테브르크(원명은 상트 페쩨르부르크이고 옛날 명칭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레닌그라드’이다)는 러시아 제일의 관광도시이고 일찍이 도스토예프스키가 이 도시를 가리켜 ‘지구상 모든 도시 가운데 가장 환상적인 역사를 가진 곳’이라 말했다지만 그건 잘 모르겠고 어쨌든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건축물이나 유산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꽤나 아름다운 도시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특히 여름궁전과 겨울궁전으로 대변되는 아름다운 건축물, 거리 곳곳에 세워진 근엄한 동상들, 러시아 음악의 근원지인 성 니콜라이 성당과 세계 7대 성당 중 하나인 이삭 성당 등에서 200년 이상 러시아의 정신과 문화예술을 지배했던 힘의 원천을 볼 수 있다고 들은 바여서 기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처음 찾은 곳은 에르미타주 국립박물관. 여기는 1000여 개의 방을 가진 황제의 ‘겨울궁전’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써 약 300만개의 각종 소장품들로 인해 하나에 1분씩만 봐도 5년이 걸린다는 러시아 최고의 박물관이자 세계 3대 박물관중 하나이다.
건물 내부의 화려함도 화려함이지만 회화에 관심 있는 나로서는 이 동토의 나라 러시아에서 고호, 고갱, 세잔 같은 유명화가의 작품들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소장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였고 특히 마티스와 피카소의 작품은 도대체 몇 점인지도 모를 만큼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게다가 상당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다정다감한 손숙씨의 목소리로, 이 도시 취항기념으로 대한항공에서 협찬하였다는 한국어 이어폰(입장료보다 더 비싼)을 통해 들을 수 있어 더 반가웠다(여느 전시관과는 달리 일부 작품 외에는 대부분 촬영도 허용..우리에게 익숙한 그림인 마티스의 ‘DANCE’앞에서)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날씨는 다시 다소 흐려졌지만 저녁 먹기에는 아직 이른 시간. 지도를 참고하며 호텔까지 걷기로 하고 시내 중심에 있는 네브스키.. 뭐라고 하는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거닐며 이 유서 깊은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과 이 도로를 따라 몰려있는 유명 건축물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도로변에 있는, 성당 외형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독특한 외관의 카잔성당)
알렉산더 2세가 여기에서 피살되었다고 해서 ‘피의 사원’이라고도 불리는 그리스도 부활성당 모습, 성당 옆으로는 운하까지 흘러 건물의 운치를 한층 더해주는 것 같고 수많은 운하로 인해 이 도시가 북유럽의 베네치아라고 불리우기도 한다는데 워낙 물과 운하가 흔한 네덜란드에서 와서인지 글쎄이다…
다음날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관광에 나서는 오늘은 어제 보다 날씨가 더욱 화창하다.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 중 하나인 여름 궁전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가보니 거의 두시간 후에나 첫배가 출발한다고 해서 네바강 건너편에 있는 피터폴 요새와 그 안에 있는 폴 성당을 아침 산책 삼아 가보기로 했다. 성당 안에서는 역대 러시아 황제들의 무덤(관)들도 볼 수 있다고 들었으나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라 관람 불가...(멀리 보이는 피터폴 요새와 요새를 뚫고 나오는 듯 아침햇살에 더욱 빛나 보이는 폴성당의 황금 첨탑 모습. 사진 왼편 아래쪽에는 부지런한 낚시꾼들도 보인다. 참새가 방앗간 그냥 못 지나가듯 가까이 가보니 아직 수확물은 없지만 채비와 미끼, 낚시기법 등을 볼 때 네바강을 타고 올라오는 농어를 노리는 듯..)
마치 광활한 호수 같은 핀란드 만(灣)을 최신식 쾌속선으로 가로 질러 30분 만에 도착한 여름궁전. 피터대제가 여름을 보내기 위해 지었다는 이 화려한 궁전은 과연 ‘러시아의 베르사이유’라 불릴 만큼 아름답다.(입구에서 본 여름궁전 모습)
잠시 후 분수 쇼가 시작된다고 해서 세계 각처에서 몰려든 다른 관광객들과 연 못 근처에서 기다렸다. 장엄한 러시아 음악과 함께 시작된 화려한 분수 쇼……분수 규모 자체로만 본다면 그리 대단하다 할 수 없겠지만 아름다운 건물과 정갈한 정원, 아기자기한 연못과 쏟아지는 물줄기, 장엄한 교향곡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예술품이 탄생되는 듯 하다.(분수 쇼가 진행되는 궁전 앞 연못)
궁전 내부도 화려하기 그지없고 드넓게 펼쳐진 정원은 주변과의 조화도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문득, ‘이 화려한 궁전을 건축하고 그들만의 호사를 유지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민초들의 피와 땀을 필요로 했을까..’라는 분위기에 안맞는 상념도 떠 오른다. 실제로 이 연못과 분수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정상 작은 몸집의 인부를 많이 필요로 하는 바람에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죽어 나갔다고 들었다.(궁전 본관 앞 회랑에서 입구 쪽을 향해 찍은 사진. 저멀리 끝에 보이는 것이 핀란드만이다..늙어 간다는 건 남의 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사진을 보니 나도 참 마니 삭았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 세계 7대 성당 중 하나인 이삭성당을 둘러보고 내친 김에 200개의 계단을 걸어 올라 돔을 낀 전망대에서 고즈녁한 휴일 오후 속의 쌍테브르크시내 정경을 굽어 보기도 하였다(화려한 이삭성당 내부 모습. 벽과 천정을 빈틈없이 뒤덮은 다양한 벽화와 장식물을 담기 위해 모처럼 동영상도 찍어 봤는데..용량과 파일 수 제한으로 여기에 올릴 수 없음이 좀 아쉽다)
며칠 동안 계속된 현지식사로 느끼함이 한계에 다다르던 마지막 저녁.., 오늘은 기필코 한식을 섭취하기로 하고 사무소장과 둘이서 묻고 물어 어느 운하 옆에 위치한 ‘신라’라는 상호의 한인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시즌이 지난 탓인지 식당은 우리 외에 손님도 없는 것 같다. 친절히 맞아 주는 여주인..매콤한 음식을 찾는 우리에게 권해주는 메뉴는 보쌈과 동태찌게…그러고 보니 첫날도 보쌈 마지막 날도 또 보쌈...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주인장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음식 솜씨를 칭찬하는 우리가 고맙다며 직접 피아노연주를 해 준단다. 자신은 이 도시에서 오랜 동안 음악을 공부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어찌 어찌 여기서 신랑 만나 결혼하고 이 식당까지 관리하게 되었노라고.
신청곡을 받는다지만 갑자기 생각나는 것도 없어 그냥 아무거나 쉬운 곡 하나를 청했더니 처음 들려준 곡은 ‘얼굴’…..알딸딸한 기운을 파고 드는 정감 있는 선율도 그윽하였지만 ‘동그라미 그리려다…’로 시작되는, 그 자체 한편의 시로서도 손색 없는 이 노래의 작사자가 자기 친정 아버지란다..오 호……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
비록 청중은 둘 뿐.. 그래도 식당이 떠나갈 듯 박수와 환호 속에 이어지는 곡은 ‘백만송이 장미’….오,마이 갓, 내가 이 곡 좋아 하는지 어떻게 알고....심수봉이 불러 더 자지러질 만큼 좋은 그 곡을, 그 곡의 본고장에서, 오로지 우리만을 위해 연주하는 생음악으로 듣게 되다니….
식당 옆, 이름 모를 운하는 석양을 머금으며 천천히 흐르고 ... 한 잎 두 잎 떨어진 늦가을 낙엽도 동동거리며 그 물 따라 흐르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 위로 백만송이 장미는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는데.....우리네 인생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밀려드는 센치함에 잠시 눈시울까지 뜨거워진다. 필경 어느새 다 비워진 700mm 보드카가 원인이리라….
그렇게 연주회도 끝이 나고..
어차피 오늘 가면 언제 또 볼 수 있으랴마는 한국사람 정서가 늘 그러하듯 ‘언제 다시 또 오겠노라..’’모스크바 오면 어쩌고..’’암스테르담 오면 꼭.. 어쩌고..’기약없는, 그래도 그 순간만은 진실인 기나긴 작별인사를 뒤로하고 러시아에서의 마지막 밤이 그렇게 푸근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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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러시아에서 김태희 찾기는?
실.패.했.다. 원인분석 하기에는 지금 시간도 너무 늦고 피곤도 하니 나중에 만나서…
To be continued…(내가 무사하면...)
From 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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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구경 잘하였습니다. 마치 직접 ‘Sail Amsterdam’의 축제에 참가한 듯한 느낌입니다.
그나 저나 러시아에서 김태희를 찾으면 그 소식 전해 주시고 남은 일정 무사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