陣中吟(진중음) 제 1수(第1首)
天步西門遠(천보서문원)
임금의 발걸음은 서쪽 문으로 멀어지고
君儲北地危(군저북지위)
왕자들은 북쪽 땅에서 위험에 처했으니
孤臣憂國日(고신우국일)
외로운 신하는 나라를 걱정하는 날이요
壯士樹勳時(장사수훈시)
장수들은 공훈을 세워야 하는 때이로다.
誓海魚龍動(서해어용동)
바다에 맹세하니 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盟山草木知(맹산초목지)
산천에 맹세하니 풀과 나무도 알아주네.
讐夷如盡滅(수이여진멸)
만일 왜구를 모조리 멸할 수만 있다면
雖死不爲辭(수사불위사)
비록 죽는다 해도 결코 사양하지 않겠노라.
▶天步(천보): 한 나라의 운명. 천운(天運), 임금님의 발걸음. 여기서는 임금님의 발걸음의
뜻으로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이 함경도 의주(義州)로 파천(播遷)한 일을 말함.
▶西門(서문): 서쪽 문. 서울 성곽의 서북쪽의 창의문(彰義門)을 말함.
▶君儲(군저): 대군(大君)과 저군(儲君), 왕세자). 임진왜란 때 강원도와 함경도 지방으로
근왕병(勤王兵)을 모집하러 간 임해군(臨海君), 선조의 맏아들)과 순화군(順和君), 선조의
서자)을 말함.
▶孤臣(고신): 외로운 신하. 임금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신하를 뜻함.
▶樹勳(수훈): 공을 세움.
▶魚龍(어룡): 물고기와 용. 바다 생물의 총칭.
▶讐夷(수이): 원수, 오랑캐 곧 왜적(倭賊)을 나타냄.
▶盡滅(진멸): 멸하여 다 없애버림.
충무공은 타고난 애국 장군이니, 난중에 모친상을 당하고도 임종과 장례에 가지 않고 왜적과 싸웠고 명량해전에서 적의 유탄에 맞아 전사하면서도 “내가 죽었다는 말을 퍼뜨리지 말고 계속 적군을 무찌르라.” 했으며, 조카들도 왜적과의 전투에서 전사했으니 이렇게 장렬한 일이 또 있을 수 있는가. 첫 연에서 임금과 왕자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둘째 연에서는 모두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함을 강조했는데 對句(대구)가 잘 이루어졌다. 셋째 연은 전환으로 바다와 산에 맹세하니 어룡과 초목도 호응한다 했다. 역시 대구가 멋지게 형성되었으며 이 두 구는 충무공의 장검에 새긴 劒銘(검명)이기도 하다. 끝 연은 결말로 왜적만 모두 무찔러버린다면 내 한 몸 죽어진들 어떠랴 하고 진심에서 우러나는 충성심을 보인다.
▒ 陣中吟(진중음) 제 2수(第2首)
二百年宗社(이백년종사)
이백년 종묘사직[宗社]이,
寧期一夕危(영기일석위)
하루 저녁에 위기에 처할 줄 어찌 예상했겠는가.
登舟擊楫日(등주격즙일)
배에 올라 상앗대[楫] 두드리며 맹세하는 날이요,
拔劍倚天時(발검의천시)
하늘 향해 칼 뽑을 때로다.
虜命豈能久(노명기능구)
놈들의 운명이 어찌 오래가겠느냐.
軍情亦可知(군정역가지)
적군의 정세도 짐작하거니
慨然吟短句(개연음단구)
비분강개 짧은 시 구절 읊어 보지만
非是喜文辭(비시희문사)
글을 즐겨 하는 것은 아닌 거라네.
▒ 陣中吟(진중음) 제 3수(第3首)
水國秋風夜(수국추풍야)
물나라에 가을바람 서늘한 밤
愀然獨坐危(초연독좌위)
쓸쓸히 홀로 앉아 생각하노니
太平復何日(태평복하일)
어느께나 이 나라 편안하리오.
大亂屬玆時(대란속자시)
지금은 난리를 겪고 있다네.
業是天人貶(업시천인폄)
공적은 사람마다 낮춰 보련만
名猶四海知(명유사해지)
이름은 부질없이 세상이 아네.
邊優如可定(변우여가정)
변방의 근심을 평정한 뒤엔
應賦去來辭(응부거래사)
도연명 귀거래사[去來辭] 나도 읊으리.
▶1597년 1월 요시라(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통사(通詞)인 동시에 첩자)의 반간계에
휘말려서 도원수 권율이 한산도까지 왔으나, 아무런 계책을 세우지 못하고 돌아간 후에
<陣中吟 1, 2>를 썼다고 한다.
▶이순신은 권율이 떠난 뒤에 작금의 상황을 탄식하여 잠들지 못하고 시 두 수를 지어 읊조려
읊으며 긴밤을 보내고 칼을 어루만지며 깊이 근심하였다.
▶진중음(陳中吟3)은 <和陳都督璘韻>과 같은 위(危), 시(時), 지(知), 사(辭)라는 운(韻)으로
쓰여진 오언율시이다. 따라서 <和陳都督璘韻> 이후에 쓴 시라고 추정된다.
2019년 8월 9일
성웅 이 순 신 장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