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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연극사랑 극단 예도
 
 
 
카페 게시글
관람소감 스크랩 너 자장 좋아해? 짬뽕 좋아해? ~~~연극, 짬뽕이야기
운수대통 추천 0 조회 192 10.01.03 17:36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며칠을 아프다고  누워서  비비고 뭉개다가 일어나보니 겨울이 꽁꽁 얼어붙은 채 창문 밖에서 오돌돌 떨고 섰다.

겨울바람이 창문을 탁탁  두드리니 그 맵고  알싸함은  따끈따끈한 국물이 흥건한 매운 짬뽐 한 그릇과 대비되어  천정에 둥둥 떠다닌다.

'맞아 짬뽕 한 그릇 배달시켜야지 ㅎㅎ 춘래원에서  말이야 긴긴 겨울동안 보초 선다고 고생할 겨울이녀석도 불러 들여

얼큰한 짬뽕 국물맛이라도 맛 보게 해 주어야 쓰것고...

 

 

 

 당장  전화를 걸었다.

"여보시오 그게가  그 유명한 춘래원이오?  나가 시방 전화한 곳은 그 뭣이냐 5.18 광주민주항쟁이  고 짬뽐 한그릇 땜시 일어났다고 착각하고 난리벅수가 난 고 춘래원이 맞냐고요?ㅎㅎ 아따 맞다고라!!! 그람 따장님도 신작로님이 맞당가요?  거시기 뭐냐 그대옴마가 고마 신작로에서 똥 누더키 '떵'하면서 낳았다는  옴마 맞아부러요? 그람 날씨도 억시기 추븐께 빨랑 짬뽕하나 해서 겁나게 빨리 날아오시오

참 탕수육 하나덤으로   낑가주시고요 멀리 거제도에서 배달시킹께 고 정도는  당근이고... 아따 참말로 배가 고파 뒤지것네 며칠동안 굶었더니 하늘이 온통 고놈의 빨강 짬뽕색으로만 보이네요  잉 ... "

 

 , 1980년 5월 17일 저녁 , 춘래원(광주의 변두리 허름한 중국집)

손님1:어이 ~~ 여기 물 쪼까 주소 (신문 보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와불고, 서울에도 봄이 와 불고... 진짜로 봄이 왔는가 모르것구마이! 으미,  엊그제 서울역에 20만명이 모였다는데...

손님2; 뭔 구경났냐?(신문  보며) 어디 ...긍께 금두환이가 누구여?

손님1 :이런 무식을 마당에 쌓아서 가마솥에 찜쪄 먹을 인간아! 이건 금이 아니고 전이여 전두환이!!! 

 

 

손님1:  허허 주인장 ... 나가말시 군대를 카투사 나왔잖여 , 거기서 미군아들하고 순영어로 씨불고 한 3년 살았더만 한문은 죄다 까묵어버렸어 내 말이 언...더...수터디항가?

 

 

스님: (식탁으로 가며) 자장하나 주시오

지나: 고기는  빼구요? 

스님: 나무관세음보살...

작로: (달려 와 은근히) 초파일도 얼만 남지 않았응께  힘 쪼가 쓸라믄 잘 드셔야지라  제가 알아서 대령할게요잉 

 

 

 순이: (스님에게) 박정희는 김재규가 죽인게 아니다, 미군 부대에 있는  C I A가 죽였다 몰랐지???

스님: (격하게) 주둥이는 ...(진정하고) 그런 말 함부로 하는게 아닙니다.

 

1980년 광주의 5월은 " 순이처럼" 미치지 않고 제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었던 잔인한 계절이었다.

 

 신작로:  연극 짬뽕의 주인공, 1944년생 원숭이띠, 36세로 춘래원 주인 다소 쫀쫀해 보이는 남자지만 주변정세에  상관없이 열심히 일해 돈 벌어서 남들에게 무시 당하지 않고 사는것이 꿈이다 길다방의  종업원 오미란과 결혼을 꿈 꾼다.

잔정은 얕지만 속정이 깊은...

 

 

백만식, 춘래원의 배달원으로  틈만 나면 여자 꼬시러 고고장에 가고 닥치는대로 사는 스타일이지만

춘래원 주인인  신작로의 여동생 지나가  좋아한다.

오늘만해도 배달일  빨리 끝내고 고고장으로 갈 차림으로 신이 난 만식이...

 

 

 

 

1980년 5월17일 저녁 , 바빴던 일상을  끝내고, 다음 날   소풍 갈 준비로 신이 난 춘래원 식구들 김밥도 싸고, 사이다도 준비하고...

 

 

 

춘래원의 예쁜 지나씨, 신작로씨의 동생으로 어릴적 앓은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지만 언제나 웃는 모습이다.

가방 끈이 짧아서 단순하고 입이 거칠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백만식을 좋아하지 말란 법이라도 있나여?

 

 

 

 

 

 

 

 

 

 

 

 

배달일 끝낸 뒤 ,  고고장에 가려고  깔롱 부리고 나온 만식에게  역사를 바꿀만한  환장할 배달이 기다리고 있을줄이야 ...

 

지나:( 걸려 오는 전화를 받으며) 춘래원입니다.배달이여라? 워메 어쩐다요?

만식:(전화를 뺏으며) 시방 영업이 끝났소 삼양라면 끓여드소!

작로:(달려 가서 전화를 뺏아) 아 여보소 ? 아 배달 되부러요 예 당연하지라 손님은 왕인디 말씀하쇼

자장하나 짬뽕둘 탕수육하나, 탕수육요 극정마쇼 겁나게 빨리 보내 드린당게요, 로야르 아파트 5동 18호요 좀만 기달리쇼

워메 탕수육이라  탕수육 ~~탕탕탕수육~~~!!! 

 

 

 

 11980년5월18일 광주 ~~~

 

워메 이게 무슨 난리요 광주에 빨갱이가 ? 폭도가 겁나게  날뛴다네요

우짠데여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참말로 얄궂은 시상이 온 날

순진한 춘래원 식구들은  엉뚱하게도 짬뽕 한 그릇의 잘못 된 배달땜시 광주사태가 발발했다고 생각하는 웃지 못할 블랙코메디를 출산했다. 

 

 

 

 

우리들의 선량한 소시민인 춘래원 식구들이열심히  살아가던 그 해 오월은 너무도 잔인하였다.

 

 

 

작가의 기발힌 상상력 하나가  멋진 연극 '짬뽕'을 빨갛고  쫄깃하게 뽑아냈는데...

 

 

 한국의 가장 가슴 아픈 현대사인  5,18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이 작품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조심스럽게 다룰 수 밖에 없는  무거운 내용이다.

 

 

 

 

 

 

 

 아름다운 5월의 소풍은 끝내  피빛으로 물들었고 소시민의 작은 행복은 깨어지고 ...

춘래원의  사랑하는  가족들은 신작로만 남겨 둔 채  하늘나라로 훨훨 날아간 슬프디슬픈 이야기 ...

 

 

연극 , 짬뽕은

올 해로 스무살이 된 극단 예도의 앵콜공연이었다.

2009년 12월24, 25, 26일 , 3일간   무대에 올려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뜨겁게 받은 작품으로

 인구  20만을 조금 넘는  지방 중소도시인 거제도는   연극의 불모지였다.

  척박한 이 곳을 개척하여 문화의 섬으로  행복하게 

가꾸어 온 사람들이 있다. (극단, 예도 사람들)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다시 무대에

 올릴 멋진 다음 작품을 기대 해 본다.

 

***무대에 선 사람들.***

신작로(소길호) 백만식(송대영) 신지나(이지원) 오미란(김혜민) 스님,앵커(하병호)

                         순이,여앵커(신수영)손님1,요원 백일병(차병배) 손님2,요원2(이 정우)

 

 

 

따끈한 짬뽕 국물이 무지 생각나는 날에 맛 있는 연극 "짬뽕"을 본 여운은 오래 지속 될 것 같다.

 

 

 

원작: 윤 정환

연출: 이 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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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10.01.03 17:36

    첫댓글 배우에 신지나(양해지), 순이/여앵커(주은희)가 빠졌습니다...글쓰신 선생님께서 첫날공연을 보셔서....빠졌나봅니다...^^

  • 10.01.04 14:48

    아 하병오인데 제발좀!~~~~~

  • 10.01.04 17:02

    이왕이면 스탭진도 이름넣어주셨으면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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