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산일지 [운길산].
* 일자 : 2020. 6. 27.(토) * 동행 : 이규윤, 모용식
운길산(해발 610m)은 서울에서 동쪽으로 40km,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되는 양수리에서 서북쪽으로 4km 거리에 솟아 있는 산이다. 산 중턱에 있는 수종사에는 지방문화재 제22호 팔각오층석탑, 500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하는 은행나무가 있다. 무엇보다도 남한강과 북한강을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뛰어나 해동 제일의 사찰이라 옛 사람들은 전했다. 서거정, 초의선사, 정약용, 이이 등이 머물던 곳으로 시 몇 수가 전해진다.
오늘 초딩 친구와 함께 운길산에 오른다.
[사진 - 수종사 은행나무와 두물머리]
○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적지 : 두물머리를 감싸 안은 운길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와 묘소가 있는 남양주시 조안면 일대를 몇 차례 답사한바 있다. 다산 선생의 전기를 읽을 때마다 나오는 두물머리(양수리)와 수종사, 운길산 등에 대한 호기심은 다산 선생에 대한 존경심만큼 커진다.
다행히 대간 친구 따라 양수리 인근의 검단산(하남), 예봉산(남양주) 들을 다녀왔지만, 정작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을 못 가봄에 대한 아쉬움이 항상 남아있었다.
(검단산 2006. 8. 27.)
[사진 - 예봉산 2007. 1. 21.]
엊그제 대간에게 전화하니 운길산 산행을 기꺼이 환영한다. 수종사까지는 차로 갈 수 있을 것 같아 모 사장을 동행키로 했다.
08:30 정시보다 항상 빠른 모사장이 여의도에 도착하여 꾸무럭거림에도 겨우 정시를 맞추어 모사장 승용차(전기 자율주행차)로 출발한다. 10시에 운길산 역에서 대간을 만난기로 했으니 충분한 시간이리라 ~
아뿔싸, 팔당대교 초입 도로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고 정체된다. 다리까지 수백 미터를 가는데 1시간 10분을 까먹다 보니 대간과 만나기고 한 시간은 이미 넘어버린다.
별수 없이 대간은 수종사까지 걸어가고 우리는 승용차 형편에 따라 수종사 절에서 합류하기로 하다. 기어이 수종사 절 주차장(정확히는 주차장 100여 미터 못 미쳐)에서 대간과 합류한다. 11:15.
[사진 - 수종사 입구]
○ 수종사
수종사 주차장을 100여 m 앞두고 우린 차를 주차한다. 차마 절 주차장까지 차로 가기에 미안하고 창피한 마음 때문이다. 모사장이 수종사에서 운길산 정상까지는 동행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였는데, 요즘 건강이 안 좋아 운길산 정상을 어려워 보인다. 수종사에서 쉬라고 하고, 대간과 두사람이 수종사를 거쳐 운길산으로 향한다.
운길산 역에서 수종사까지는 승용차로 쉽게 왔지만 약 2km 거리로, 한 시간 정도의 산행 거리이다. 일부 비포장길인데 경사도가 심해 운전도 조심스럽다. 부끄럽게도 수종사 입구까지 차로 왔으니, 조심스럽게 산문으로 들어선다. 주차장 조금 지나 산문에는 <운길산수종사>라는 글씨가 편액에 가득하다. 벌써 염불소리 목탁소리가 들려온다.
조선시대 세조가 금강산을 다녀오던 길에 양수리에서 1박을 하였는데, 한밤중에 종소리가 들려오므로 날이 밝자 산으로 올라갔다. 한 암혈(동굴) 속에서 16나한을 발견한 왕은 굴속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암벽을 울려 마치 종소리처럼 들려온 것임을 알고, 여기에 절을 짓게 하고 수종사(水鍾寺)라 하였다.
일주문인 <불이문>을 지나면 좌측으로 운길산 산행길 이정표가 있다. 불이문에서 운치 있는 돌계단을 오르면 사찰 정문격이 <해탈문>이 너무도 아담하고 편안하다. 무섭게 째려보는 사천왕상이 없으니 평안한 마음으로 해탈문에 들어선다.
[사진 - 해탈문]
생각보다 크지 않은 산사 수종사가 바로 거기에 있다. 야외에 부처님 좌상이 있고 요사채를 지난 바로 옆 건물이 대웅보전이다. 스님이 불공을 드리는지 예불을 보고 있다.
맞은 편 광장이 바로 수종사의 자랑 전망대이다. 두물머리 양수리가 손안에 잡힐 듯 눈앞에 펼쳐진다. 예봉산 정상에서도, 검단산 정상에서도 멋진 경관을 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이 손에 잡힐 듯한 장관은 이곳이 최고가 아닐까?
[사진 - 수종사에서 보는 양수리의 전망]
500년이 넘었다는 은행나무는 수종사의 대표적 상징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기품이 있다. 함께한 대간은 용문사의 은행나무보다 더 낫다는 평을 하지만, 서로는 견주기는 쉽지 않는 고수들이다. 용문사 은행나무는 오래되고 장엄하다면, 이곳의 은행나무는 옆으로 퍼진 자태가 무척 예술적 모습이다.
[사진 - 은행나무]
은행나무 아래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의 경관은 다산 선생이 보던 때와 오늘의 모습이 거의 같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산천은 유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라는 말 그대로다.
○ 운길산 정상
11:40. 대간의 안내에 따라 은행나무 지점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길이 넓지 않음은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 아닌가 보다. 다른 산행객이 보이지도 않는다. 한 번 쉬고 가는데 예상보다 빨리 정상이 나온다. 어~ 벌써 정상이네. 12;05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도 없고 너무 고적하다. 정상석이라고 있는데, 다시 보니 정상석이 아니고 <절상봉 522m>이네~
[사진 - 절상봉]
우리가 길을 잘 못 들어선 것이다. 다시 운길산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눈으로 쳐다보니 아스라하다. 수종사에서 모사장이 기다리고 있어서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급한 경사길에 쉽지 않은 길을 따라 가다보니 수종사와 운길산 정상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이정표가 보인다. [수종사 -(0.4km) - 삼거리 -(0.4km) - 운길산 정상]
[사진 - 이정표]
아, 이제야 제대로 길을 찾았나 보다. 산행로도 넓고 사람도 삼삼오오 자주 보인다. 숨이 차지만 쉴 여유가 없이 정상을 향해 달리듯 올라간다. 항상 그렇든 대간이 따라다니면 달리듯 산행이다. 마치 크로스컨트리 대회 참가자처럼-
아침 집에서 출발할 때 싸모께서 새로 산 스틱을 챙겨 주었는데, 아까워 배낭에 담아 다니디기 이곳 급경사에서 힘이들어 겨우 꺼내들다.
땀을 흘리며 가다보니 어느덧 정상이 나온다. 정상을 보호하려는 듯 나무계단과 넓은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12:35.
[사진 - 정상]
정상 표지석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정신을 차린다. 두물머리 경관이 저 아래 펼쳐지고 사방이 모두 조망된다. 오늘은 날씨도 청명하여 시야가 맑아 정말 행복한 산행이다. 나무 쉼터에서 대간이 싸온 참외 한 조각씩 목을 추기고 바로 하산한다. 12:40
삼거리에서 수종사 쪽으로 방행을 잡으니 거리도 짧다. 0.4km. 하산길이어서 다행이지만 경사가 꽤나 급하다. 계속된 계단길이다. 수종사 일주문<불이문> 아래로 하산한다. 13:10. 정상에서 쉬지 않고 30분 만에 하산하다. 모사장이 차에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 둘이만 정상까지 다녀오고, 운전기사 노릇만 한 모 사장에게 너무 미안하다.
○ 분위기 있는 북한강변의 한식집
대간의 친구 오 사장이 살고 있는 남한강 영화촬영소 부근의 한식집으로 안내되었다. 강변의 드라이브 코스에 식당, 찻집 등이 즐비한 동네에 멋진 한식집이 있다. <햇빛촌 > 손님도 많다. 대통 밥(1인분 17,000원)에 동동주 한잔이 그야말로 산행의 19홀이다.
함께한 대간, 모 사장, 친구들이 있어 즐거운 인생이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동동주 술기운에 온몸이 구름 속을 동동 떠 있는 듯,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사진 - 한식집 031-591-4613]
(2020. 6. 27. 밤. 초고}
첫댓글 운길산 은행나무가 일품이구려 구수한 산행후기 잘 보고가네 기다리고 있는
모사장은 기다림이 직업 인가봐 무상한 세월앞에 장사가 없다고 하더니
요즈음 너나 나나 자고 나면은 아픈곳만 나타나고
이교수는 가는곳 마다 바쁘구려 좋은 일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