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빈(金鑌)
고려의 익재(益齋 이제현(李齊賢)) 공이 덕행과 문장으로서 당세에 사림을 창도하였는데, 그 저술한 바의 시문을 난고(亂藁)라 이름하고, 시사(詩事)를 잡다하게 기록한 것을 패설(稗說)이라 일렀는데, 글의 지취가 내력이 있고, 비속되지 않을 뿐 아니라, 전왕조[前朝 고려]의 상하 5백 년간의 자취를 대략 엿볼 수 있은즉, 이는 실로 《고려사(高麗史)》와 더불어 서로 표리가 되는 것이다.
간행한 것이 이미 오래되어 결오(缺誤)함을 면치 못하던 차에, 선덕(宣德)6년 여름에, 전하께옵서 문신(文臣)에게 명하시어 다시 고징(考徵)하여 바로잡고는 이를 등사하여 강원도 원주(原州)에서 간행하게 하시니, 공의 도덕의 높음과 공업의 성대함은 후배가 존경하고 사모하는 바이나, 미처 보지는 못하고 다만 그 정화(精華)가 후세에 흘러 미치는 것이란 오직 문장에 의뢰하는 것이다.
배우는 자가 그 풍채를 듣고, 그 시를 외고 읽는다면, 반드시 분발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이 편집이 거의 매몰되고 회색(晦塞)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특별히 중간을 명하시어 그의 전포를 영구하도록 하시니, 우리 전하께서 덕을 높이고 문화를 숭상하시는 아름다운 덕은 참으로 거룩하시고 성대하심이 있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창재 (역) |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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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原文]
櫟翁稗說跋[金鑌]
高麗益齋公。以德業文章。倡於當世。所著詩文。名爲亂藁。雜記時事。謂之稗說。非徒詞旨典雅。前朝上下五百年之跡。大略可見。實與麗史。相爲表裏者也。刊行旣久。未免缺誤。宣德六年夏。殿下命文臣釐正繕寫。刊行于江原道之原州。惟公道德之高。功業之盛。後輩所欽慕而未及見。獨其英華之流及後世者。唯文章是賴耳。學者聞其風。誦其詩。必有興起者矣。此集幾至湮晦。而特命重梓。以壽其傳。我殿下尊德右文之美。猗歟盛哉。<끝>
동문선 제103권 / 발(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