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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아포산 (2,954M) 산행기
부제 : 때묻지 않은 원시림의 산 아포산! 그러나…
산행일자 : 2011년 06월 02일 ~ 06일 (4박5일)
산행지 : 필리신 아포산 (2,954M)
참가자 : 상구 구신 외 15명
여행사 : 혜초여행사
여행사 경비 : 160만원 (기타 잡비 : 약 400달러)
산행기
6/2 (목)
00:30 (울산) 고속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천공항 행 심야버스 (우등 45,000원)
울산→인천공항 리무진 버스 시간표 : 00:30, 05:40, 10:00
인천공항→울산 리무진 버스 시간표 : 07:40, 13:10, 18:00
2006년도에 나는 나 자신과 한가지 약속을 했었다.
나를 사랑하는 시간을 가지고, 삶의 단조로움도 피하고 싶고,
나 자신에게 여유를 가지면서 지나온 삶도 돌아보는 시간도 가지고,
우물 안 개구리 같은 현재의 삶에서도 벗어나고, 해외여행도 즐기면서
고산에 대한 경험도 쌓을 겸 해서 1년에
한 번은 해외 원정산행을 계획 했었는데 2009년에는 신종플루로 인해
해외 원정산행을 가지 못했고
2006년 8월 일본 북 알프스(3,190M), 와 다테야마,
2007년에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바루(4,095M),
2008년 중국 연변을 경유하여 백두산(2,750M),
2010년 대만 옥산(3,952M)에
이어 이번이 다섯 번째 해외 원정산행인데
지금부터는 계획한대로 꼭 해마다 해외원정산행에 나서고 싶고 이번 산행도
무사히 건강하게 마쳤으면 좋겠고 좋은 경험을 하고 웃으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나에게는 죽기 전에 꼭 이루어 보고 싶은 나만의 소박한(?) 꿈이 있다.
몇 년 전부터 나의 꿈은 과연 무엇일까? 하고 깊이 생각하다가 지금부터
밋밋한 삶은 싫고 꿈을 가지고 사는 인생을 살고 싶어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나의 꿈을 노트에 생각날 때마다 하나 하나씩 적으면서 실현가능하고
꼭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꿈을 적어 보았는데 꿈이란
잘못하면 그냥 꿈으로 끝날 수 있는 관계로 노트에 적어두고, 집에 액자에
걸어두고, 날마다 쳐다보면서 하나하나 행동에 옮기는 중인데 부단히
노력하여 꼭 이루어 보리라……
@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나의 꿈
1. 휴전선 155마일 걸어보기
2. 땅끝마을에서 통일전망대까지 걸어보기
3. 설악산 일주일 혼자서 등산해보기
4. 울릉도 도보로 일주해보기
5. 제주도 도보로 일주해보기
6. 경주 도보로 구석구석 여행하기
7.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여행하기
8. 마눌과 대한민국 한 바퀴 돌면서 구석구석 여행하기
9. 마눌과 유럽 여행하기
10. 인도 배낭여행하기
11. 가족과 동남아 5개국 여행하기
12. 지리산 둘레길 전부 걸어보기
13. 5대 적멸보궁 찾아가보기
14. 경복궁 및 문화유적지 관람하며 역사 체험하기
15. 악기 하나 배워보기
16. 결혼 30주년에 마눌과 다시 결혼해보고 마눌에게 감사패 증정하기
17. 중국 10대 명산 찾아보기
18. 일주일에 책 두 권 읽기
19. 지리산 산행 1000회, 지리산 종주 100회 하기
20. 일년에 한번 해외원정 산행하기
21. 산행기 책 출판하기
22. 히말라야 트래킹 하기
23. 안나푸르나 트래킹 하기
24. 킬리만자로 산행 해보기
25. 나만이 할 수 있는 요리 배우기
26. 스킨스쿠버 배우기
27. 마라톤 풀 코스 도전하기
28. 장기 기증하기
29. 한의학 공부하기
30. 전원주택을 내 손으로 직접 지어보기
6월 1일 밤 11시 30분에 고상보따리와 CARRIER를 가지고
집을 나서니 마눌이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하는데 조금 미안하기도 하여
입수구리 박치기를 하고 집을 나서니 기분이 마냥 들뜨고 미지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으로 가슴이 벌렁거리고 지금부터 나를 사랑하는 시간으로 가득
채우고 마음속에 쌓아둔 쓸데없는 찌꺼기들은 모두 버리고 오련다.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직장 동료이자 같은 산악회 회원인
엄대장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엄대장은 3박4일에 걸쳐 서울에서
출발하여 7번 국도를 타고 자전거로 울산까지 약 700KM를 달린다고
하는데 나도 조금 미친놈(?) 소리를 듣지만 이 친구도 멋지게 사는 것
같아 보기에 좋고 나이가 들수록 취미생활에 푹 빠져 사는 것도
자신을 사랑하는 한 방법 이리라…
버스를 타고 수면대와 귀마개를 하고 취침준비를 하는데 손님들로 버스는
거의 만원이고 한숨 푹 자고 나니 인천공항까지 한방에 들어오는데
시계를 보니05시 20분이라 시간이 많이 남아 공항 여기저기도
구경하고 카페라떼 한잔을 사서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고는 공항에서
다른 일행들과 합류를 하고 06시30분에 혜초여행사 가이드와 만나기로
했는데 혜초여행사 인솔자가 작년에 대만 옥산에 같이 갔던 장대리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보니 옆에 작년에 같이 옥산에 갔던 유사장 형님이 계셔
인사를 드리니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이번에도
작년에 같이 대만 옥산에 같이 갔던 만화가 박원빈 형님을 만나 포옹을
나누는데 두 분 형님께서 부족한 동생을 좋아해 주셔서 일년에 한번
해외원정산행에 꼭 동참한다고 하셔서 올해도 같이 산행을 즐기게 되었는데
부족한 동생을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두 분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고
두 분다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삶을 영위 하시길 빌어본다.
출국장으로 들어가서 면세점에서 마눌에게 선물로 줄 ETRO 장지갑을 담을 수 있고
핸드폰도 넣을 수 있는 ETRO 손가방을 하나 샀는데 면세점인데도 거금 26만 냥을
달라고 하지만 마눌 선물이라 기쁜 마음으로 결제를 하고 8시 30분에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출발하는데 자꾸 가슴이 두근거리고 비행기는 필리핀 항공인데 외국에 가면서
이 비행기는 처음 타 본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약 1시간이 지나니 아침으로 기내식이 나오는데
맛나게 잘 먹고 맥주도 한잔하고 커피도 두 잔이나 마셨다.
나는 뭐든 잘 먹는 체질이라 외국 나가서 먹는 것 가지고 고생을 해
본적은 없고 국제선을 타면 기내식을 먹는 재미가 솔솔하여 좋다.
우리 팀이 인솔자를 제외하고 모두 16명인데 신문을 보면서 느긋하니
즐기면서 가는데 시간 맞추기가 귀찮아 그냥 둘까 하다가 필리핀 시간으로 맞추는데
필리핀이 한국보다 한 시간 늦다.
현지 시간은 한 시간을 빼면 된다.
약 4시간 만에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다.
필리핀 공항은 한적하기도 하고 어수선한 입국장이다.
Immigration은 금방인데 화물이 빨리 안 나온다.
수화물 찾아 다시 국내선으로 수화물을 부치고는 점심은 매식이라
식사를 위해 공항 밖으로 나오니 갑자기 더운 열기가 후끈하게 느껴지고
공항 지하에 있는 카페테리아식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별로 먹을 만한게
없어 닭고기와 밥과 과일로 점심을 해결하고는 국내선 공항에서
다바오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게이트를 찾고 있으니 형님들께서
커피를 한잔하자고 하셔서 커피를 한잔 하는데 커피 4잔이 5불이라고
하여 인천공항에서 까페라테 한잔이 4500원 이었는데 거의 공짜라는
느낌이 들고 다바오로 가는 비행기 Boarding Time이 30분이나
늦어지는데 여기서도 Korean Time이 적용 되는가…
다바오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는 국내선 비행기 치고는 큰 편이다
15시 40분 마닐라를 출발한 비행기는 17시 50분에 다바오 공항에
도착하니 현지 가이드가 마중을 나와있고 봉고차 두 대에
나누어 타고는 우리가 삼 일을 묶을 호텔로 이동하면서 교민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육개장에 소주를 반주로 하여 저녁을 먹고는 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푸는데 우선 내일 일정에 대비해 산행에 필요한 짐과 호텔에
맡길 짐을 구분해 정리해 두고는 일찍 잠자리에 든다.
현지 산행가이드 쑈즈와 함께
05시에 기상하여 샤워를 하고 호텔 산책을 즐기고는 부페식으로
아침식사를 하는데 아침식사가 훌륭하여 맛나게 먹고,
어제 다바오 공항에서 타고 온 봉고차가 두 대 대기하고 있고
드디어 고대하던 필리핀 아포산(2954M) 산행을 떠나게 되는데 다행히
날씨는 화창한데 그리 무덥다는 느낌은 아니다
오전 6시30분 경 호텔 앞에 대기하고 있는 2대의 차량에 몸을 실은 일행은 다바오
시내를 빠져 나와 해안도로로 접어든다.
도로 좌측으로 넓은 바다가 이어지고 우측에는 바나나, 코코넛 농장이 줄지어 있다.
얼마간 달리던 차량이 해안도로에서 산간으로 통하는 협소한 1차선 길로 방향을 바꾼다.
화전민의 터전 카파타간 마을
포장, 비포장이 반복되고 좌, 우측은 모두 바나나 농장들이다.
좁다란 길을 덜컹거리며 달리던 차량이 어느새 해발 700~1000M 의 능선 길에 오른다. 눈부신 햇살과 빨려들 듯 한 초록의 물결, 끝없이 펼쳐지는 시야, 능선에서 내려다보이는 조망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이곳의 특징은 해발 1000M가 넘는 고도임에도 모든 산이 경작지로
일구어져 있고 지금도 계속 화전을 위쪽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전 9시가 조금 넘는 시각, 굽이굽이 산길을 지나온 차량이 드디어 아포산 국립공원 입구
새브로스 캠프에 도착했다. 입산 수속을 하기 위해 차에서 내려서니 아
포산이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
시야가 얼마나 맑은지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다.
산자락 군데군데에서는 유황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고 정면으로
바라다 보이는 산사면은 전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바위지대를 이루고 있다.
과일과 채소를 파는 우리나라 포장마차 같은 곳이 있어 바나나를 사서
먹어 보니 맛이 별로이고 과일, 감자와 당근 및 채소를 파는데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감자도 작고 당근과 배추도 우리나라 것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입산 수속을 마치고 ‘설마 등산로가 저 구간을 지나는 건 아니겠지’ 생각하며 다시 차에 오른다.
그러나 누가 알랴, 실제로 가보면 알게 되겠지…
약 10분을 더 달리자 꽤 규모가 큰 마을이 나온다.
이곳이 아포산 산행 기점인 해발 1100M의 산마을 카파타간이다.
마을 분위기는 매우 활기차고 식당, 식품점, 의류점 등이 잘 갖춰져 있다.
도로에는 오토바이, 자전거 등의 교통수단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음료수 가게에 들러 콜라로 목을 축이고는 대기하고 있던 현지인
산행가이드 쑈즈와 인사를 나누는데 이 친구는 레게 머리를 했고
등산화는 아쿠아 신발 비슷한 것을 신었고 발찌까지 한 멋쟁이
친구라 나이가 나와 비슷해 보여 물어보니 내 막내동생과 동갑인
36살 이라고 하여 잠시 웃음을 머금고, 소형차에 짐을 싣는데
비 포장길이고 길도 좋지 않고 차는 한대 밖에 없고 하여 배낭은
차에 실어두고 나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기로 하는데 오토바이 운전수가
29살 먹은 친구인데 팁으로 40페소를 주니 입이 귀에 걸린다.
오전 10시 30분, 차에서 내린 일행들 얼굴을 보니 비포장길을 오면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거의 초 죽음이 되어있고 나도 오토바이를
타고 오면서 허리가 아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두 번 다시 오토바이는
타고 싶지 않고 잠시 쉬었다가 산행을 시작하는데 좌, 우측에 감자밭이
있고 밭둑길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10분 정도 가니 죽은 뱀도
보이고 말들이 많이 다녀 그런지 길이 모두 움푹움푹 파여있다
햇볕이 생각했던 것보다 견디기 힘들 만큼 뜨겁다.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고 11시 30분에 화전민 마을에 도착하여
식수도 보충하고 잠시 쉬어가기로 하는데 간이 학교 인지 칠판도 보이고
나무로 대충 만든 농구 골대도 보이는데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다
9개월 된 예쁜 아이가 나무로 만든 보행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나무나
귀여워 쵸코렛을 주니 잘도 먹는데 아이 엄마와 현지 산행가이드 쑈즈와
친구라고 하는데 아이는 예쁜데 엄마 얼굴은 영 아니다.
햇볕은 여전히 뜨겁지만 습도가 낮은 탓에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후미가 도착하고 포터 4명도 같이 따라 오는데 벌써 여성동지들의
배낭은 포터들 차지다
간식도 먹고 물도 충분히 먹고는 출발하는데 말들이 많이 보여 용도를
물어보니 운반용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하고 등산로 주위에는 말똥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고 오르막길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 점심을 먹는데
포터들이 도시락을 어떻게 가지고 왔는지 내 도시락은 거의 비빔밥
수준이라 김치와 밥만 가려 조금만 먹고는 와인을 한잔 하니 옆에서
입이 꼴리는 분들이 많이 있어 조금씩 나누어 마시고는 구디구디
캠프장으로 출발한다.
여기부터는 정글 속 밋밋한 오르막길이 이어지다 겹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하면서 등산로가 이어지는데 한 사람이 지나가기 알맞고
등산로가 희미하여 가이드 없이 등산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하겠다
길은 좁고 험한데다 거대한 나무들이 등산로 곳곳에 아무렇게나 쓰러져있다.
부러진 나뭇가지에 이리 찔리고 저리 찔리고 고난의 산행이 계속되고
등산로는 질퍽거리고 나무들은 물기를 머금어 미끄럽고 지금까지 해외
원정산행 중에서도 제일 힘든 한마디로 고난의 행군 연속이다.
한마디로 `체험 삶의 현장이 아니라 체험 밀림탐험 수준이다 `
티니카란 이라는 나무들이 산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수령이 보통
몇 백 년은 된 것 같고 계곡을 몇 개 지나니 오늘 하루를 쉬어갈
구디구디 캠프장에 도착하는데 선발대 포터들이 우리가 도착 하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신이 나 음주가무가 이어지고 있고 텐트는 벌써 8동을
쳐두어 침낭을 분배한 후 각자 휴식에 들어간다.
포터들이 거의 20명 가량이 되어 왜 이렇게 포터들이 많으냐고
물어보니 반군들이 있을까 싶어 혹시나 해서 선발대로 미리 보낸다고
하는데 필리핀에는 군인들이 실탄을 장전하고 근무를 하고 있어
치안이 좀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포터들은 한국 소주와 라면을
참 좋아하는데 김치는 잘 먹지 못한다.
땀이 식어서 그런지 날씨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쌀쌀하다.
일교차를 감안해 상하의 보온 옷은 필수로 준비해야 될 것 같은데
여성동지 세분이 갈아 입을 옷을 포터들에게 모두 맡겼다고 하는데
현지가이드 착오로 호텔에 그냥 두고 와서 벌벌 떨고 있고,
서울에서 온 동생이 점심을 잘 못 먹었는지 체한 것 같다고 하면서
계속하여 토를 하는데 컨디션이 영 엉망이라 이러면 내일 산행에도
지장이 있겠고 이러다가는 잘못하면 큰일이겠다 싶어 상비약으로
소화재는 준비해 왔지만 소화재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되겠다 싶어
혹시 누가 우황청심원을 가지고 온 분이 계시냐고 수소문하니 유사장
형님이 우황청심원을 가져 온 것이 있어 먹이고 나니 다음날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와 있어 기뻤고 형님에게 감사 드리고 싶고 나도
상비약으로 우황청심원을 준비해 가지고 다녀야겠다.
내가 준비해 온 옷을 모두 여성 동지들에게 드리고 나니 내가 온몸이
벌벌 떨려 침낭으로 몸을 감싸고 체온을 유지하는데 그래도 추워 벌벌
떨고 있으니 인솔자 장대리가 고어텍스 자켓을 주어 입고나니 한결 몸이 따뜻해진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도 한잔하고 통성명을 하는데 제일 연장자 분의
연세가 65세라고 하여 잠시 놀라고 부부 두 쌍에 용산전자상가 여덟 분,
일행인 여성동지 세 분, 나머지는 모두 혼자 오신 분들인데 모두
건강하셔서 내년 원정산행에서 다시 만나 뵈었으면 좋겠고 소주를 기분좋게
적당히 입질만 하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다.
자고 일어나니 후두둑 후두둑 비 오는 소리가 나서 오늘 일정이 조금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데 텐트 밖을 나오니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현지가이드 쑈즈에게 오늘 날씨가 어떨 것 같으냐고 물어보니
아마 날씨가 좋을 것 같다고 하여 다행이고 몸을 풀고 아침을 든든히
먹고는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 딛는다
보울더 트레일과 아포산 분화구
오늘 예상 산행시간은 약 10시간 정도로 가장 어려운 코스로
생각되는 구간이다. 산행 시작 30분 만에 열대 우림을 빠져 나오니
시야가 확 트이고 눈앞에 아포산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산자락에서 피어 오르는 유황연기가 앞을 가린다.
30여분을 더 오르자 평탄한 길은 사라지고 급경사 너덜지대인
‘보울더 트레일’이 펼쳐진다.
어제 입산수속을 하며 ‘설마 저곳을 지나는 건 아니겠지’ 생각했던 바로 그 지점이다.
어렵사리 보울더 트레일을 통과하자
드디어 아포산 분화구다. 물이 조금 차있고 경치도 좋아 사진을 몇 장 찍어 두는데
우기에는 넓은 호수를 이룬다고 하는데 돌을 모아 글씨를 새겨 둔 것이 인상적이다
분화구를 뒤로하고 먼저 오른 일행들의 환영을 받으며 드디어 필리핀
최고봉 아포산 정상( 2954m )에 도착한다.
정상은 조망은 좋으나 정성표지석이 없어 조금 서운한데
마음껏 조망을 즐기고 사진도 찍고 난 후 내가 가지고 간 소주와
서울 월매 막걸리로 정상주를 한잔 하니 목구멍이 짜릿 짜릿 하면서 한결 기분이
고조됨을 느끼기에 충분하고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희열을 느끼게 한다.
지금 이 순간만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고 기분이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고 내가 살아 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한다.
나는 산에서 자주 희열을 느낀다.
여름날 정상에서 이빨이 얼럴할 정도로 시원한 맥주나 막걸리를 한잔 할 때,
10시간 이상 산행을 즐기고 다음날 무릎이 기분 좋게 뻐근하게 아파올 때,
단독 산행을 하면서 정상에 혼자 서 있을 때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와
팬티를 내리고 혼자 마음껏 거풍을 즐길 때, 나는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희열을 느끼곤 한다.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약 1시간 동안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오늘 점심
식사 장소인 베나드 호수로 하산을 시작한다.
계속되는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등산로 상태는 엉망진창이다
처음에는 등산화가 젖지 않도록 조심했는데 조금 진행 하다 보니
이게 아니다 싶어 진창길을 용감하게 걸어간다.
베나드 호수에 도착해보니 물이 제법 많고 물도 시원하여 온몸에 땀냄새가 진동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그대로 뛰어들어 알탕(?)을 즐기니 정말
시원하니 살 것 같은데 베나드호수는 바닥이 늪으로 되어 있어 조심해야 하고
몇 년 전에는 한 사람이 늪지대에서 사망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처음 산행 하시는 분들은 조심 또 조심 해야겠다.
포터들이 끓여 준 라면으로 순대를 빵빵하게 채우고 옷도 대충 물에
빨아 말려서 입고 고추말리기(?)도 하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는
아쉽지만 1시 20분에 베나드 호수를 출발한다.
뜨거운 산행의 종착지 아꼬리조트
베나드 호수를 빠져 나와 잠깐 오르막이더니 다시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져 조심 조심 운행하는데 나무로 대충 사다리를 만들어 놓아
너무 취약하다는 생각이 들고 좌우는 열대 우림 지대이고 등산로 폭은
한 사람이 지나기에 충분하며 길도 명확하다. 그러나 토질이 진흙이고
경사도가 심해 우기에는 지나기가 매우 까다로울 것 같다. 거의 2시간 가까이
내려왔는데도 식수를 구할 수가 없다. 지하에서 솟는 물은 광물질이 함유되어 식수로는
부적합하고 지표수만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건기에는 식수 구하기가 힘들겠다.
얼마를 더 내려가자 우측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내려가는 능선 옆으로 커다란 폭포가 보인다.
수량이 상당히 많고 긴 폭포인데 나무에 가려 자세히는 보기 어렵다
조금 더 진행하니 계곡을 만나 잠깐 동안 앉아 숨도 돌리고
손발도 씻으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등산로는 하천을 따라 이어지는데 뒤에서 누가 큰소리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달려가니 대구에서 온 동생이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친 것 같은데 인대는 아니고 뼈를 다친 것 같아 유사장 형님과
만화가 박원빈 형님이 스틱으로 부목을 대고 압박붕대 두 개로 응급처치를
하고는 산행가이드 쑈즈가 업고 내려가는데 이래서는 안되겠는지
포터들이 나무를 잘라와 해먹을 나무에 고정시키고 해먹 위에
침낭을 깔고 환자를 실어 이송하는데 수고한 포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 드리고 대구 동생분이 속히 완쾌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 대구 동생은 종아리뼈가 세 군데 금이 가 수술 후 현재 회복 중이다 )
날씨는 점점 어두워지고 여러 차례 계곡물을 건너야 하는데
어떤 계곡은 물이 허벅지 이상으로 차 올라오고 바닥은 미끄럽고
정말 만만치가 않은 길이고 `무식하면 용감하고 저승도 빨리 간다`고
몰라서 왔지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고 다음에 오라고 하면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다.
만약 어제나 오늘 비가 많이 왔으면 우리 모두는 꼼짝없이 조난 당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제부터는 랜튼에 의지하여 포터 뒤를 졸졸 따라 다닌다.
우리모두는 마빡에 등을 하나 달았는데 조마 라는 이 포터는
랜턴도 없이 잘 도 걷는다.
포터가 몇 번 미끄러져 뒷사람이 랜턴을 비쳐주니 잘 도 걷는다.
민가를 만나 음료수를 사서 나누어 먹으면서 갈증을 달래고 우리의
목적지인 아코리조트까지는 30분 거리라고 하여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여기서부터 약 10여분의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길 바로 옆에선 유황가스가
연신 푹푹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오고 있고 이 구간을 지나고 언덕에
올라서니 드디어 전방 50여M 지점에 자동차도로가 보인다.
산행 하산지점인 아꼬리조트에 도착해 맛본, 세계3대 맥주 중에 하나인
삼미구엘 맥주의 시원한 맛은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새벽 1시경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다음날 딸리굿섬의 바브싼따
해변에서 망중한을 마음껏 즐기고 다음날 비행기로 무사히 인천에 도착하고
서울역에서 밤 10시 KTX 열차를 타고 새벽 1시경에 집에 도착하니 마눌이
웃으면서 반기고 이제는 아포산의 아픈 기억(?)을 잊어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지리산으로 눈을 돌리리라…
잇상! 끄~~~~~~~~~~~~~~~~~~으~~~~~~~~~~~~~~~~읕!
울산에서 상구 구신 올림
분화구에서
서울 동생과 포터 조마 ( 포터 이 친구에게 내 모자를 선물 했다 )
부족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
첫댓글 친구의 정신력을 존중합니다.
후회없는 삶과 계획된 생활이 그대를 버티게 하는 힘입니다.
친구 정말 부럽다 친구 바램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화이팅